
[ 시사뉴스 신선 기자 ] 3차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가 경제와 방역사이에서 갈팔질팡하고 있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방역과 일상의 조화를 목표로 새롭게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제시하고도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오히려 국민들은 거리두기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차 유행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10월 당시 기준에 충족하지 않았는데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서둘러 내렸던 정부가 올 겨울 3차 유행 과정에선 잇따라 거리두기 상향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자영업자 등의 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 8월 2차 유행을 계기로 방역과 관련해 일상에서의 경제적 피해를 함께 언급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현재 전체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심 구조를 적어도 거리두기 단계 조정 등에서만큼은 방역당국과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참여토록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600명이다. 하루 600명은 1차 유행 당시였던 2월29일 909명, 3월2일 684명 이후 세번째로 많은 숫자다.
11월28일부터 12월4일까지 1주간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477.4명이다. 수도권에서 70%인 하루 334.3명이 집중된 가운데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143.1명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하루 600명은 1주 전인 지난달 26일 방역당국이 수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예상치인 하루 400~600명 범위 중 최대치에 해당한다. 감염병 환자 수를 예측할 땐 수학 모델링을 사용하는데 감염 가능성이 있는 집단과 노출군, 환자군, 회복군 등으로 구분해 계산한다.
이는 지금 시점에서의 감염 양상이 계속될 경우 얼마나 환자가 늘어날지를 단순 계산했다는 얘기다. 이런 수치가 실제로 나타났다는 건 그 사이 취한 방역 강화 조치나 개개인의 거리두기 노력 등이 감염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당국이 이 같은 예측치를 내놓은 이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집단감염이 잇따른 사우나, 격렬한 운동류 실내체육시설 등을 금지한 '2단계 플러스 알파(+α)' 조치를 내놓았지만, 2단계 격상 10일도 지난 시점까지도 여전히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의 신중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2단계+α'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참석한 긴급 기자회견과 다음날 방대본 정은경 청장의 브리핑에선 미묘한 차이가 보였다.
기자회견 당시 '피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정세균 총리가 3번, 정은경 청장이 1번씩 언급했다.
정 총리 발언 중 2번은 "일률적인 것보다는 정밀방역을 통해서 국민의 일상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방역의 효과는 다 거두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대본의 입장", "코로나19의 전파는 최소화하면서 규제로 인한 국민적인 피해는 완화할 수 있는 것" 등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에 따른 피해를 가리키고 있다. 나머지 1번은 유연한 대응을 언급하며 "순발력 있게 시의적절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리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청장은 "두가지(동절기 실내 생활 증가, 연말연시 개인간 모임)를 통제하지 못하면 조금 더 위험이 확산될 수 있고 또 이 상황에서 저희가 유행을 통제하지 못하면, 더 단계를 더 올려야 되는 그런 상황이 오게 되면 국민들께 또는 국가적으로 오는 피해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라며 피해를 언급했다.
그러나 다음날 방대본 브리핑에서 정 청장은 12월1일부터 시행되는 '2단계+α'와 관련해선 "금주의 코로나19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서 환자 발생에 큰 변화가 없이 계속적인 증가 추세를 유지할 경우에는 신속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도 검토할 계획"이라고만 말했다. 이날 정 청장은 "11개월간 코로나 대응을 해오면서 많은 위기를 겪어 왔지만 올 겨울이 최대 고비"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입장에서 방역 강화와 경제적 피해를 함께 고려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피로감과 경제적 피해를 이유로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민들의 피로감이 더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 3단계로 올려야 할 때 안 올리고 내리지 말아야 할 때 내렸던 정부가 거리두기 기준도 완화했다"며 "경제를 위해서 그랬다고 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정부가 정한 기준을 지켜야 영이 서고 '정부가 원칙대로 하는구나'하고 공감이 돼 국민들도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전문가들은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정부 결정 체계와 관련해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달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생활방역위원회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현장을 개선해 가는 형태로 변형이 필요하다"며 "그 대신에 중대본 아래에 거리두기 단계 등을 조정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하는 민관이 같이 모인 상위 구조의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거리 두기 단계 조정 등 방역과 관련해선 정부 결정 과정에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방대본의 감염병 대응기능, 중수본의 의료기관 정책과 병상 확보, 행안부와 기재부의 지원, 지자체의 협력을 담보할 수 있는 비상 대응 체계로 개편해 위기를 극복하고 내년에 백신 출시 이후 전략도 짜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