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07 (일)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38) - 용봉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충남 홍성의 용봉산이다. 대구에 사는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친구가 12월이 되었으니 남당리가 있는 홍성의 용봉산 등산을 하고 남당리로 새조개를 먹으러 가잔다. 주말은 교통과 등산에 사람이 많이 붐비어 복잡하니 평일로 하잔다.

 

30여 년의 직장생활에서 벗어났다는 자유로움도 잠시, 은퇴 후의 많은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다시 장애인 활동 지원사로서의 일로 박제된 일상을 다시 지내고 있는 나는 평일 등산의 제안에 일정을 조정하여 하루의 휴가를 얻었다.


잠실에 사는 친구도 같이 가기로 하여, 내가 사는 고양시에서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잠실로 강북 강변도로를 달린다. 이른 새벽이라 한가할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그 새벽에 움직이는 차들이 상당히 많아 놀랐다.

 

 

세계 역사상 최단 시일 내 빈민국에서 선진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의 저력이 이런 부지런함에 있지 않을까 아직 동이 트지 않은 강변의 야경 속을 달리며 생각하다, 평일 하루의 휴가에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도 느끼며, 일상에 있으면 일상을 벗어나고 싶고, 일상을 벗어나면 다시 일상을 그리워하는 사람의 모순된 마음을 어찌 다스려야 할까 고민할 때 한 느낌을 준 원철 스님의 산문집 한 구절이 떠오른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듯 누구든 한자리에 오래 머물면 타성에 빠지기 마련이다. 알고 보면 공간이동 그 자체가 자기 구원이다.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주변 환경에 따라 스스로 변화하는 여유로움을 통해 도리어 자기를 부각시키는 역설의 아름다움으로 살라.” 


여행을 떠나는 공간이동과 일상에서 벗어난 여유로움,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진정 아름다운 거라는 쓸데없는 자만감도 든다.


잠실에서 차를 갈아타고 홍성으로 출발하는 고속도로도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모두가 바쁜 세상에 여행을 떠나는 여유로움과 코로나 상황으로 자주 못 만난 그동안의 안부와 사건 이야기들로 2시간여의 시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난다. 아침에 문을 연 식당에 들어가 순두부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용봉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구에서 온 친구를 만난 시간은 9시. 친구로부터 등산로의 간단한 안내를 듣고 오르기 시작한다.

 


용봉산(龍鳳山)은 용의 몸집에 봉황의 머리를 얹은 듯한 형상으로 인해 유래했다 하며 산 전체를 덮고 있는 기암괴석이 금강산과 닮았다 하여 충청의 소금강이라고도 한단다. 오르는 초입부터 급경사로 바윗길이 계속 이어지며 오를수록 내포신도시의 공사현장이 그 높이에 따라 전경을 달리한다.

 

오르는 산줄기는 계곡 건너편의 기암괴석의 바윗돌들이 마치 북한산의 비경을 보는듯하고 눈을 돌리면 내포 벌이 시야를 시원하게 한다. 힘겹게 오른 중턱에는 최영 장군의 활터라는 안내판과 함께 정자가 서 있다. 역사를 알고 여행하는 사람은 인생을 두 배로 산다는데 이곳에서도 최영 장군의 신화가 흐르고 있었다.


조금을 더 올라 최고봉인 용봉산(381m) 정상 석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악귀 봉 쪽으로 방향을 튼다. 노적봉을 지나 악귀 봉으로 가는 길은 오르내림이 있는, 산행의 즐거움이 있는 능선 좌우의 전망과 바위틈의 소나무와 같은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고봉보다 더 운치 있는 악귀 봉 경치는 발아래 충남도청과 내포신도시를 한눈에 조망하는 것이다. 보령 쪽의 오서산과 예산 쪽의 수덕사 덕숭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산은 높지 않아도 아기자기한 기암괴석의 조화로 산행의 지루함은 전혀 없다. 다시 능선을 지나 용바위와 병풍바위를 거쳐 용봉사로 내려온다. 

 


용봉사는 백제 말에 창건된 절로 조선 말기 평양 조씨 가문에서 옛 용봉사 터에 묘를 조성하기 위해 용봉사를 폐사시켰다 하는데 주민과 신도들이 현재의 위치로 이건 하여 유지되고 있다 한다. 그 당시 권력이 얼마나 힘이 있으면 절을 없애고 묘지를 조성할까 생각하니 구한말의 시대 상황도 제대로 못 읽던 한심한 권력의 실상을 보는 듯 씁쓸하다. 


절 위에는 마애석불이 있다 하여 조금을 다시 올라 마애여래상을 친견한다. 내려다보듯 약간 기울어진 바위에 새겨진 인자한 미소의 마애여래상은 서산 마애 삼존불의 미소와 많이 닮았다 한다. 부디 서로가 정의요 선이라 주장하는 오늘의 세상에 여래의 밝은 미소가 그 모두를 화엄의 세계로 이끌었으면 좋겠다.


겨울이지만 겨울답지 않은 따스한 날씨와 먼 지역 친구들의 이야기와 정담으로 예상보다 늦게 절에서 하산하여 다시 돌아온 휴양림 주차장에서 드디어 늦은 점심을 위해 남당리로 출발한다. 남당리로 가는 길에는 홍성의 옛 이름인 홍주라는 글자가 자주 눈에 띈다. 


조선 시대에는 충청도 서부에 있는 홍주 지역을 관하던 목사가 있었고. 충청도에서도 양반 세가 강하여, 국가의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는 기질이 강했던 고을이었단다. 항일운동 당시 충청도 지역에서 최대 규모로 의병을 일으켰으며, 한국 독립운동의 거장 중 한 명인 김좌진을 비롯한 여러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명성이 있던 고을이기도 하단다. 


잠실 사는 친구의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신 후 해방이 되자, 친일하던 많은 사람이 너도나도 이불 속에서 나도 만세운동을 했다고 나서는 바람에 화병으로 해방 이듬해 돌아가셨다던데 독립운동의 역사만은 바로 세워졌으면 좋겠다. 가다 보니 만해 한용운의 생가 가는 길도 있다. 


드디어 도착한 남당리. 포구 옆의 횟집 창가에 앉아 12월부터 제철이라는 새조개와 주꾸미를 시키고 바다를 본다. 지금은 썰물이어서인지 배가 뻘 위로 올라서 있다. 새조개는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도 실려있는 조개로 작합(雀蛤 : 새조개)이라 소개하고 있단다.

 

특히나 여수의 가막만, 보성의 여자만 일대 새조개는 예로부터 그 품질을 인정받아 왔으나 품질이 다소 떨어지고 소출도 작던 남당리 새조개는 놀랍게도 서산방조제 사업 이후, 남당항에 대규모의 새조개 군락이 찾아왔단다. 불과 20여 년 전부터 소문나기 시작한 남당리 새조개의 맛은 담박하나 씹을수록 감칠맛이 느껴지고 달다. 새조개 샤브샤브는 새조개를 먹고 패즙(貝汁)이 우러난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먹는 마무리가 최고다.

 


용봉산을 품고 있는 홍성의 먹거리 남당항의 새조개를 음미하면서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서울로 출발한다. 오르는 고속도로변 서쪽 하늘은 낙조로 붉게 물들고, 처음 가 본 홍성의 기억이 오늘 하루가 역설의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듯 뿌듯하여 홍성의 자랑 만해 한용운님의 내가 좋아하는 한 시 한 수 되새겨 본다.

 

昨冬雪如花 今春花如雪(작동설여화 금춘화여설)
雪花共非眞 如何心欲裂(설화공비진 여하심욕렬)


작년 겨울 내린 눈은 꽃과도 같았는데 / 금 년 봄에 피는 꽃은 흰 눈과 같구나.
눈과 꽃 모두가 진짜가 아니거늘 / 어찌하여 내 마음 이리 찢어지는가.

 

먼 길 운전해준 우정어린 두 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올 한해 잘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 맞으시기를!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문화

더보기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심리적 안내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에니어그램 명상상담 전략’을 펴냈다. 이 책은 현대인이 겪는 심리적 불안과 대인관계의 갈등을 다루며, 아홉 가지 성격 유형을 통해 자기 이해와 관계 회복의 길을 안내하는 심리 지침서다. 저자는 에니어그램 이론에 명상상담을 결합해 각 유형의 특성과 패턴을 드러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단순히 성격을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 시절의 경험과 현재의 관계 문제를 연결해 설명함으로써 독자가 자기 성찰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 김문자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상담학과에서 상담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학교 상담심리센터 객원 상담사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명상에니어그램 교육원 원장으로 활동하며 명상과 심리상담을 접목한 다양한 연구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명상상담프로그램이 여대생의 스트레스 감소에 미치는 영향’, ‘에니어그램을 활용한 영상관법이 분노 감소에 미치는 영향’, ‘에니어그램 명상상담 단일사례연구’ 등 여러 논문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해 온 학자이자 상담 전문가다. ‘에니어그램 명상상담 전략’은 명상이 내면의 불안을 직면하게 하고, 에니어그램이 그 불안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