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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옛 것에서 새로움을 찾은 존 에버렛 밀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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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어떤 미술 작품을 좋아하세요?” 질문을 던져 보면 사람들은 대게 특정한 시대의 작품이나 특정 작가 인물을 답한다. 대게 고전적인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이나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이나 고전주의를 얘기하고, 조금 더 모던하고 주관적인 개성과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상주의,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를 말한다. 하지만 영국 미술 중 라파엘 전파를 콕 집어서 이야기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미술사 책에서도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특히 국내에서는 전시로도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다. 아마 라파엘 전파 작품만큼 고전미와 근대 미를 잘 어우러지게 섞어서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낸 것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치 요즘 현대 시대에 레트로 감성을 절묘하게 잘 섞어서 현대적 감각과 세련미를 잘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라파엘 전파는 영국 19세기 중반 젊은 예술가들이 창단한 새로운 예술 그룹이다. 멤버는 윌리엄 홀먼 헌트, 존 에버렛 밀레이,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를 포함한 7명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배워 왔던 식상한 예술의 개념과 스타일에서 완전히 탈피하길 원했다. 라파엘 이라는 용어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화가 라파엘로 산치오 (Raphael Sanzio) 의 이름에서 따왔다. 당시 이 7명의 젊은 작가들은 서양 예술의 전통적인 뿌리를 만들어 온 하이 르네상스 스타일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라파엘 이전 시대로 돌아가 새로운 스타일을 찾자는 의미로 pre(-전)라는 접두사를 붙여 pre-Raphaelite (라파엘 전파)를 탄생시켰다. 


서양 미술, 특히 회화의 혁신성은 르네상스 시대에 발견되었다. 그 혁신성은 원근법, 황금비율, 스푸마토 기법, 단축법을 말하며 회화에 입체감과 안정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 시대에 와서도 우리는 회화의 기본으로 여전히 원근법을 배우지만, 요즘 시대에는 개성 없이 이런 기법으로 사실적 묘사만 해서는 대단한 걸작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시대에 따라 평가하는 기준과 가치가 변화하는 이유기 때문이다. 이처럼 19세기 중반 라파엘 전파 작가들은 자신들이 아카데미에서 배운 방식만 고수하면 회화에 더 이상 발전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회화라는 장르가 설 익은 시기였던 중세시대 미술의 독특한 형식과 풍성한 색채를 재 탐구하기 시작했다. 


라파엘 전파 대표 작가 존 에버렛 밀레이는 풍성한 디테일과 아름다운 색감 조합으로 동화나 삽화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밀레이의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햄릿>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그림 속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는 여성은 오필리아다. 실제로 죽은 모습이지만 손바닥을 편 상태로 눈을 뜨고 있어 무언가 전할 말이 있어 보인다. 오필리아의 연인이었던 햄릿이 실수로 그녀의 아버지를 살해했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오필리아는 미쳐가고 결국 물에 빠져 죽는다. 밀레이는 극 내에서 순수함과 미숙함을 상징하는 오필리아의 죽음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는 호그스밀 강가에 넉 달 동안 머무르며 그림의 배경을 스케치했고, 알록달록한 색채로 표현한 꽃과 나무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버드나무는 버림받은 사랑, 쐐기풀은 고통, 붉은 양귀비는 죽음을 상징하며 오필리아라는 인물을 더 풍성하게 살려준다.

 


그림 속 모델은 엘리자벳 시달이다. 라파엘 전파의 창단 멤버였던 단테 로제티의 아내이기도 하며 그림을 그리던 작가였다. 시달은 깡 마른 몸매에 붉은 머리를 가진 여성이었는데 당시 이런 외모는 매력적으로 비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밀레이는 시달의 외모를 개성 있게 바라보았으며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배경과 함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창조했다. 시달은 밀레이의 요청으로 강물에 떠내려가는 듯한 모습을 위해 욕조에 몸을 담그고 포즈를 취하면서 추위에 고생하기도 했다.


밀레이가 인물을 아름답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표현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로얄 아카데미에서는 그의 새로운 시도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특히 1850년 작품 <부모님 집에 있는 예수> 는 당시 상당히 논란을 일으켰고 소설가 찰스 디킨스도 작품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밀레이는 회화의 주제를 성경, 문학, 신화 등에서 찾았는데, 보통 성경과 관련된 주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이고 신비스러운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중세 시대에는 머리 뒤에 금색 후광(halo)을 그려 넣기도 하고 모자이크라는 혁신적인 재료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밀레이는 화려한 색채와 성경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상적이고 신화적인 요소들을 그리지 않았다. 심지어 그림 속 누추해 보이는 공방은 실제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있는 목수의 공방이다. 가운데 예수는 그냥 평범하고 초라한 차림의 소년으로 묘사되었고, 그 양 옆에는 예수의 손바닥에 못이 박힌 모습을 보고 놀란 성모 마리아와 요셉이 있다. 뒷 편에 서 있는 할머니 앤은 못을 빼는데 집게를 사용해보라 권하고 있다. 오른 편에 예수의 상처를 치료할 물을 조심스럽게 들고 오는 소년은 세례 요한이다. 뒤에 기댄 사다리 위에 앉아 있는 비둘기는 거룩한 성령을 상징한다. 

 

 


라파엘 전파의 그림은 꼼꼼한 디테일과 화려한 색감, 그리고 스토리 구성 덕분에 상징주의와 공예 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라파엘 전파는 정체되어 있던 영국 예술에 활력과 새로움을 불어 넣은 젊은 작가들의 도전과 혁명이었다. 당시 부유했던 대영제국, 빅토리아 시대와 심미적으로 참 걸맞는 작품인 듯 하다. 중세의 미와 동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각이 만나 이전에는 없었던 독창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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