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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특집】 총선 6개월 앞, 추석민심 혼전...여야 ‘동상이몽’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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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 여야 전략은 대선 조작 vs 단식투쟁
정당 지지율 국힘 vs 민주 조사방식 따라 혼전
내년 총선 민심은 ‘정권안정론’보다 ‘정권견제론’
이슈 진행 속도 빨라, 민심 예측 쉽지 않은 상황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22대 4.10총선 6개월 앞. 선거 초침이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부턴 정치의 시간이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 밥상머리 민심 흐름은 어떨까? 6일간의 긴 연휴 기간 동안 형성된 여론 향배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보통 명절 여론은 민심의 흐름을 증폭하거나 굳히는 경향이 있다. 마침 수도권 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11일 있다. 약점은 빨리 보완하고 강점은 더 날카롭게 다듬어야 한다. 때를 놓치면 큰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당은 당대로, 필드에서 뛸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지금부터 큰 그림을 그려나갈 시기다. 시사뉴스가 국정지지율, 내년 총선에서 어느 당 후보에 투표할지, 정당지지율 3가지 지표로 추석 전후 민심 흐름을 살펴봤다. 

 

 

추석 민심 여야 전략, 대선 조작 vs 단식투쟁


올해 추석 연휴는 그 어느 때보다 길었다. 지난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6일이라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평년의 경우 추석 연휴 3일에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합쳐서 5일 정도였지만 올해는 하루 더 늘어난 셈이다. 여야 모두 추석 민심 잡기에 상당한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추석 밥상 민심에 따라 정국의 주도권이 왔다 갔다가 할 수 있어 여야는 추석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국민의힘은 ‘대선공작 게이트’ 핵심 이슈로 내세웠다.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대선공작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반국가 범죄’, ‘사형’, ‘3.15부정선거’ 등 과격한 단어를 쏟아내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가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단식 농성을 최대한 부각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동정론을 확산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합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월 21일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지만 법원이 구속을 기각하면서 당은 혼란속에 추석연휴를 맞이해야 했다.  


추석 연휴 전후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으나 편차가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 편차가 이처럼 큰 것은 조사원이 직접 묻는 전화 면접원 방식과 기계가 조사하는 ARS 방식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면접원 방식의 응답률은 10~20%로 높은 반면 ARS 응답률은 2~3%에 불과해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유사한 시기에 실시된 조사임에도 ‘6%포인트 국민의힘(33% 대 27%) 우세’(NBS·9월 25~27일)부터 ‘7.4%포인트 더불어민주당(27.0% 대 34.4%) 우세’(엠브레인-YTN·9월 25~26일)까지 편차가 났다. 심지어 지난달 26~27일 리얼미터 조사는 11.4%포인트, 22~23일 여론조사꽃 조사는 18.5%포인트 민주당 우세였다. 이 두 자동응답방식(ARS)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무려 47.6%와 54%에 육박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9월 22일 기준으로 모든 여론조사를 포함하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33.8% 대 39.0%). 그러나 응답률이 더 높은 전화면접 조사만 보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아주 근소하게 앞서는 상황이다(32.8% 대 32.1%). 정치평론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투표율에 따라 명암이 갈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9월 25~26일(9월4주차)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에게 정당지지도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은 36.2%, 민주당은 47.6%로 조사됐다. 정의당 2.4%, 기타 정당 3%, 없음 9.4%, 잘모름 1.4%, 무당층 10.8%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9월3주차 조사 대비 1.5%포인트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같은 기간 1.3%포인트 하락했다. 양당 간 격차는 지난 조사 당시 8.6%포인트에서 11.4%포인트로 벌어졌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9월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3일간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국민의힘 33%, 민주당 27%, 정의당 5%였다. 직전 조사인 2주 전에 비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모두 1%포인트씩 올랐다. 하지만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 31%로, 지금의 정당 지지도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30%가 넘는 중간층이 향후 변수에 반응한다는 의미다. 이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4%로 지난 조사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내년 총선 선거에서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4%,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5%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20%)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달 25~27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6.0%, 국민의힘 33.0%, 지지정당 없음 21.1% 등으로 집계됐다. 내년 4월 총선 인식 문항에는 25~26일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52.0%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9.1%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 이용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13.8%) 이 조사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우세했다.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전국 남녀 유권자 1,000명에게 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 34.8% 민주당 34.3% 지지정당 없음 21.5% 등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6.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평가는 58.6%로 나타났다. 내년 4월 총선 인식 문항에는 응답자 53.4%가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답했다.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8.9%에 그쳤다.(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12.4%) 이 조사에서도 정권 심판론이 우세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25~26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에게 여론조사를 한 결과, 내년 총선 성격에 대해 ‘야당에 더 힘을 실어주는 선거’라는 응답이 48%에 달했다. ‘여당에 더 힘을 싣는 선거’라는 응답은 34.5%였다. 내년 총선에 국민의힘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9.8%, 민주당은 38.9%를 각각 차지했다.(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응답률 11.4%)

 

 

추석 민심, 야당으로?…‘정권 심판론’ 우세


그렇다면 추석 연휴 기간 민심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추석 연휴 직후 발표한 복수의 여론조사만 보면 정당지지도에서는 조사마다 편차가 있지만 내년 총선 때 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는 결과가 주류였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 9월 29~30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2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월 대비 2%포인트 오른 41%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38%, 더불어민주당이 47%로 나타났다. 정의당은 3%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월 대비 5%포인트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1%포인트 상승에 그쳐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8월 5%포인트에서 9월 9%포인트 차로 더 벌어졌다.(무선 RDD 100% 자동응답(ARS) 방식. 응답률은 3.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3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에게 지지 정당을 물은 결과 국민의힘 37.5%, 민주당 42.6%로 집계됐다. 이어 정의당 1.8%, 기타정당 4.3%, 지지정당 없음 13.1%, 잘 모름 0.7% 순이다.(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RDD ARS 전화조사 방식. 응답률 2.7%) 9월 21일 조사 결과 대비 국민의힘은 36.7%에서 37.5%로 0.8%포인트(p) 상승했다. 민주당은 38.6%에서 42.6%로 4.0%포인트 상승했다. 내년 총선지지 정당 조사에서는 ‘정부 견제와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52.6%, ‘정권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8.5%로 나타났다. 응답률 격차는 14.1%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밖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3일 이틀간 전국 남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0.9%(매우 잘함 27.5%·잘하는 편 13.4%), 부정평가는 56.8%(매우 못함 50.9%·못하는 편 5.9%)로 각각 집계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방식의 ARS로 진행. 응답률은 2.8%)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국정수행 긍정평가)이 소폭 하락했지만, 4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9월 27일)이 여권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은 모습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지역구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7.0%로 지난 조사(9월 1주)보다 5.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8.9%로 지난 조사에 비해 0.8%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격차는 3.5%포인트에서 8.1%포인트로 커졌다. 다만 응답자들은 내년 4월 총선 전에 민주당이 계파 간 갈등으로 분당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친명과 비명 간 갈등으로 분당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5.4%가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34.2%)과는 오차범위 밖인 21.2%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반면 “잘 모르겠다”는 답은 10.4%였다. 


이 같은 추석 밥상 민심에 대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동상이몽’ 해석을 내놨다. 민생고를 호소하는 국민 목소리가 컸다는 점에서 모두 한목소리를 냈으나 막상 원인 진단에 접어들자 상대 탓을 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머릿수를 앞세워 각종 입법을 밀어붙이고 윤석열 정부에 비협조적이었던 탓에 국정이 발목을 잡혔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이 민생을 어렵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소속정당이 자성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감옥에 보낼지를 놓고 싸우지 말라는 의견과 함께 그 문제는 사법 시스템에 맡기고 민생을 챙기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도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돼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았다”면서도 “이제는 내부에서 분열하지 말고 잘 단결해서 싸우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슈 진행 속도 빨라, 민심 예측 쉽지 않은 상황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다. 추석 민심은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정권안정론’보다,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정권견제론’이 전반적으로 우세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중도층 지지를 바탕으로 국민의힘 자체 지지율이 민주당에 비해 월등히 높아야 총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는데 현재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에 비해 소폭 앞서거나 혼전이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민심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가 재판이 시작되면서 일주일에 2~3번씩 법원 출석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인 민심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숨겨진 지지율’이라고도 불리는 정치 고관여층의 높은 지지세도 주목된다. 조사 때마다 꾸준히 40% 이상 나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성인남녀 1,001명, 9월 19일~21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2%였다. 하지만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이 있다”고 답한 고관여층의 응답만 별도로 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2%까지 올라갔다. 반면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다”고 답한 이들의 지지율은 27%였다. 9월 첫째 주 같은 조사에선 고관여층의 지지율이 45%까지 나왔다. 이 조사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통상 정치 고관여층의 투표율이 저관여층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이 양극화된 상태”라며 “결집된 지지층의 중요성도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총선과 관련지어 중요한 것은 2030세대와 수도권 유권자다. 이들을 잡아야 총선 승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높은 투표율과 지지 때문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으나 작년 대선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사 전수를 분석해 보면 20대(40.7% 대 29.1%), 30대(41.2% 대 36.6%), 서울(44.8% 대 37.3%)에서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앞섰고 경기·인천에서만 박빙의 상황(42.0% 대 41.5%)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맞았다. 결국 내년 총선의 여야간 승패는 수도권, 중도층, 투표율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추석 민심은 다음 해 총선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최근 4번의 추석 총선 조사에서 3번의 명절 민심이 총선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2016년엔 거꾸로 나왔지만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이 대표 체포안 가결과 구속영장 기각처럼 정치 이슈들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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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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