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마이웨이(My Way).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빈손 차담’ 이후 보이는 행보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 범어사를 찾아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했다. 반면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을 추진하겠다”며 할 일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선 친윤계와 친한계의 신경전이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러다 ‘공도동망(共倒同亡)’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 나온다. 결국 여론 추이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尹 ‘3대 요구’에 확답 안 해... 韓, 면담 후 연일 작심발언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81분간 만남을 가졌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식사 없는 차담형식으로 진행됐다. 관심을 모았던 ‘독대’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면담에서 한 대표는 앞서 공개적으로 밝힌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3대 요구’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제기된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확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먼저,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 “김 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 활동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이제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해 줘야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나”라며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김 여사 의혹 규명 협조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얘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달라”고 말했다.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선 대응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대통령실이 계속 싸우는 게 맞느냐”며 “말이 안 되는 공격을 하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같이 공격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야권의 각종 의혹 제기에 여당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사실상 ‘질책성’ 발언으로 읽힌다.

당장 친한계에서는 날 선 반응이 나왔다. 한 대표의 요구가 수용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추경호 원내대표와 따로 만찬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한계의 불만이 커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누가 위에 있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려 한 것 같다”며 “빈손으로 떠난 한 대표 입장에서는 굴욕적이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대표를 아직도 검사 후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의 공식 반응은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김 여사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고, ‘민심’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선 22일 친한계 의원 20여 명과 긴급 만찬, 23일 확대당직자회의를 갖고 전열을 정비하는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한 대표는 오는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특별감찰관 추천 추진을 공언했다. 

특별감찰관 추천 추진... 친윤-친한 루비콘강 건너나?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대표가 계속해서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민심에 부합하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질적인 행동에도 나섰다. 전제조건 없는 특별감찰관 추천이 그 첫 번째다. 이어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야 한다는 게 친한계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여야대표 회담도 이달 말이나 11월 초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금투세 폐지 등 현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때 한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대안으로 제시했던 ‘제삼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처럼 김 여사 특검법에도 대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 대표의 행보만을 보면 본격적으로 대통령실과 차별화에 나선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친한계가 ‘용산’ 설득을 위해 최선을 다한 후 한 대표 취임 100일(10월 30일) 전후로 단계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을 세워뒀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친한계는 현재와 같이 김 여사 문제가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 대표 1심 선고 이후 불안정한 정국에서 여당이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의식이 크다.

친한계의 움직임에 친윤계는 조직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아직 당내 다수계인만큼 이후 정국 흐름을 주시하면서 중도적 의원들의 여론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도 한 대표를 겨냥한 직접적인 언급보다 우회적인 행보를 통해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회담 직후 추 원내대표를 만찬에 부른 데 이어 이틀 만에 ‘한동훈 저격수’로 불리는 홍준표 대구 시장과 만났다. 홍 시장은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등 TK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예정됐던 면담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점이 시점인 만큼 계산된 만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날 범어사 정오 주지 스님 등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겠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한 것도 김 여사에 대한 비판 여론은 물론 이 문제에 대한 한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면서 양측 간 전면전으로 확전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尹-韓 회동 후 국정 지지율 역대 최저... 여론이 변수

용산 대통령실의 한 대표에 대한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단기간에 양측이 신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용산’은 한 대표에 대해 ‘자기 정치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대표 측도 ‘김 여사 의혹’ 관련해 양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결국 양측 간 충돌은 여론 추이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면담 후 여론은 일단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오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1~23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조사보다 2% 포인트 하락한 22%를 기록했다. NBS 기준으로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최저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빈손 면담’에 대한 실망 여론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조사에 포함된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론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3%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동의한다’는 응답이 57%로 절반을 넘었다. 이에 대해 김부곤 데일리리서치 소장은 “김 여사 이슈로 국민의힘 당내 전선이 형성된다면 한 대표 측에 유리하다. 대통령실이 자신에게 불리한 전선을 두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한 대표에게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대표와의 제2차 여야대표회담에서 특검법 및 금투세, 의정 갈등 관련 여야정협의체 구성 등에서 손에 잡히는 합의를 이끌어 내야 당 장악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