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회는 10일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국면이 마무리된 이후에 추경 편성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이날 내년 정부 예산안 중 4조1000억원을 감액한 673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감액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예산안 심의는 감액과 증액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감액은 국회 권한이지만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해 매년 여야와 정부의 긴밀한 협의로 예산안을 처리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야당 단독으로 지난달 29일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액 예산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면서 예산 갈등이 본격화했다.
여·야·정 협의를 통한 증액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정치권이 패닉에 빠지면서 협의는 물건너 갔다.
민주당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문제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등이 우려된다며 단독으로 감액예산안을 처리했다.
민주당 소속 박정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이날 제안 설명에서 "감액 규모 4.1조원은 정부 예산안의 0.6%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국민과 기업에 피해가 돌아간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지금은 건전 재정 정책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좀 더 과학적 예산이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대 토론에 나선 기획재정부 출신의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오기형·김현·강선우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의 실명을 외치며 "예산을 왜 깎느냐"고 반발했다.
박 의원은 장석주 시인의 시 '대추 한 알'을 인용하며 예산안 편성 과정을 설명한 다음 "이렇게 (예산을) '하이재킹'(납치) 하실 거면 예결위를, 국회를 왜 운영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추경 시기는 구체되지 않고 있으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로 넘어 왔을 때도 추경을 했듯이 정권이 바뀌면 내년 경기상황 등에 따라서 추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집행이 시작되는 즉시 추경 편성에 착수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추경이 필요할지는 이후 경기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