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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돈 칼럼

【윤형돈 칼럼】 윤형돈의 경영과 인간관계 ⑧ - 다른 사람의 세계를 이해할 때 성숙한 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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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백신반대주의자를 설득하는 법

 

미국 소아과학회는 생후 3개월 안에 소아마비와 백일해 같은 질병의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기에게 적극적으로 접종시키지만 회의적인 부모도 있다. 이들은 백신이 자폐, 기형, 불임을 일으킨다는 소문을 듣거나 제약회사가 수익을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믿거나 단지 정부가 권장한다는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다.

 

소아과 의사 로젠볼룸이 선배 의사에게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부모에게 어떻게 하냐고 묻자 선배가 가르쳐주기를 ‘의사인 제가 더 잘 압니다’ 라고 하자 선배의 말이 그리 옳은 것 같지 않아 예방접종으로 얼마나 많은 목숨을 구했는지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소책자로 만들고 교육용 비디오 등을 검진하러 온 부모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백신거부론자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백신을 독약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백신은 호구나 맞는 것이고 의사는 멍청이거나 한패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이런 현상은 로젠볼롬이 소아과 의사를 하는 20년 동안 계속되었다. 백신거부 심리학을 연구한 연구자들은 반백신론자의 반감이 사회적 정체성과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을 남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있고 자연요법을 따르는 사람들로 보였다. 이런 태도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은 자신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가치관과 믿음이 틀렸다고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로젠볼룸이 보았을 때 이것은 환자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의사도 마찬가지로 사회적 정체성에 영향을 받았다. 의사는 자신이 전문가집단에 속해 있기에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오만함이 있었다. 환자가 자신의 의견을 거부하면 그들을 무지한 집단, 경멸받아 마땅한 집단으로 보았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로젠볼룸 자신도 비슷한 충동을 느꼈다. 흰 가운을 걸치고 있으면 자신을 모든 정답을 아는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던 중 2020년 초에 중국 우한에서 공격성이 강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해 6월 미국에서 코로나 발병자 수가 200만 명에 육박했을 때 연방정부는 모두에게 백신이 제공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립보건원은 미국의 집단 면역을 달성하기 위해 인구의 대략 85%의 백신 접종을 추진했다. 이 뉴스를 듣고 로젠볼룸이 제일 먼저 한 생각은 반백신주의자들과 교감하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죽을 것으로 보여 이 문제의 해결책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의사와의 대화를 다르게 해석하게 만들면 어떨까? 그들이 자기 자신을 다르게 해석하게 만들면 어떨까?

 

그는 스스로를 의사선생님의 기분보다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게 되면 자식의 건강에 대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겁나는 일인지를 잘 알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상대가 나의 이웃이라는 걸 떠올리면 이웃끼리는 ‘제가 당신보다 훨씬 더 잘 압니다’ 따위의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이런 교훈을 염두에 두고 로젠볼룸은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연결하여 소통하는 법

 

그는 새로운 접근법인 ‘동기강화면담’을 시도했다. 동기강화면담은 1980년대에 음주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개발된 방식으로 ‘상담자는 납득시키거나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대신 내담자가 변화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면 자신만의 이유를 생각해보게 하고 말로 표현하도록 유도한다. 동기강화면담은 한 사람의 믿음, 가치관, 사회적 정체성을 끌어내어 그 복잡성과 복잡한 신념이 탁자 위에 올려지면 예상치 못한 변화의 기회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희망에 기반하는 방식이다.

 

로젠볼룸을 찾아온 부부가 있었다. 백신 접종을 전혀 하지 않은 두 아이를 두었고 그 지역의 중상류층에서 학력이 가장 높았다. 그 부모는 예전에 백신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의사들에게 물어봤지만, 그의 질문을 무시했다고 했다. 로젠볼룸은 그 부부와 한참 동안 이야기를 하면서 예전에 어디에 살았는지, 주말에는 무엇을 하는지, 아이들은 어느 학교로 진학시킬 건지를 물었다. 그도 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부부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식당과 공원을 발견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잘 적응하는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설탕이나 탄산음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지만 절대로 백신에 대해서는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자 대화가 끝날 무렵 아이들의 부모는 예방접종 일정을 잡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이 생각을 바꾼 것은 의사가 자신들의 말을 잘 들어준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모든 이가 다중의 정체성이 있다는 것을 항상 상기하는 것만이라도 말하고 듣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윤형돈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형돈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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