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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30년 전 악보에서 25현 창작까지, 가야금의 시간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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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가야금 연주자 추정현이 공연 ‘추정현의 가야금 ‘시간의 매듭’(이하 시간의 매듭)’을 통해 가야금 음악의 과거와 현재를 한 무대에 펼쳐 보인다. 이번 공연은 기록으로 남은 옛 음악에서 출발해 산조의 원형을 거쳐 동시대 창작에 이르기까지 가야금의 흐름을 하나의 서사로 엮은 기획이다.

 

 

 

추정현은 오랜 시간 산조를 중심으로 연주 활동을 이어오며 그 뿌리가 결국 풍류 음악과 맞닿아 있다는 관점에서 이번 공연을 구상했다. ‘시간의 매듭’은 그 고민의 연장선 위에서 가야금이라는 악기가 지나온 시간의 층위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자리다.

공연을 여는 작품은 1796년에 편찬된 고악보 ‘졸장만록’에 수록된 삭대엽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어져 내 일이야’다. ‘졸장만록’은 가야금 음악의 가장 오래된 기록 중 하나로 알려진 악보로, 맹인 가야금 악사 윤동형의 연주를 기록한 자료다.

추정현은 기존 연구 성과를 참고해 조현법을 유연하게 재구성하고, 정가 정마리·피리 윤형욱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기록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어내는 방식이다.

이어지는 ‘무산향과 가야금’에서는 궁중 정재 무산향을 관악 중심의 편성에서 벗어나 가야금 독주곡으로 재편한다. 춤과 음악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며, 전통 레퍼토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환기시키는 시도다.

‘한성기 가야금산조’는 1930년대 유성기 음반을 바탕으로 복원한 작품이다. 김창조의 제자로 알려진 한성기의 연주는 오늘날의 정제된 산조 형식과는 다른 자유로운 박 운용과 독특한 음색을 보여준다.

추정현은 디지털로 복각된 음원을 토대로 당시의 음악적 특징을 살려 무대에 올린다. 이는 단순한 재연이 아니라, 한성기-최옥삼-함동정월로 이어지는 계보를 청각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해식류 가야금산조 ‘흙담’ 역시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1969년에 작곡된 이 곡은 남도 산조의 분방함과 미세한 빠르기 변화(Agogik)를 바탕으로 한 실험적 시도였다.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새로운 형식을 모색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산조의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공연의 마지막은 ‘청배무(請陪舞) 1’(위촉 초연, 작곡 윤혜진)이다. 25현 가야금을 중심으로 굿 음악의 제의적 구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전통과 새로움의 경계를 탐색한다.

이 작품에서 연주자는 단순한 연주자를 넘어 제의를 이끄는 주체로 설정된다. 전통의 형식과 현대적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야금은 또 하나의 새로운 매듭을 만든다.

추정현은 그간 가야금산조 복원 시리즈와 풍류 연작을 통해 전통의 기록을 현재의 무대로 옮기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시간의 매듭’은 그 여정의 집약이자 앞으로 이어질 또 다른 탐색의 출발점이다.

추정현은 국가무형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이자 가곡 전수자로, 가야금 음악의 전승과 연구, 무대화를 병행해 온 연주자이다. 전남대학교 국악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서 음악연주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공철류 가야금산조 보존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추계예술대학교, 전남대학교 등에서 강의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2004년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금상을 시작으로 제11회 전국가야금경연대회 국무총리상, 제25회 김해전국가야금경연대회 대통령상, 제3회 사야국악상 등을 수상하며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가야금산조의 원형과 전승 양상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가야금산조 복원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으며, 서공철류·최옥삼류·성금연류·김병호류 등 다양한 유파의 산조를 전바탕으로 무대에 올려왔다.

또한 전통 레퍼토리의 재해석과 창작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풍류 시리즈와 위촉 초연 무대를 통해 가야금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추정현은 기록에 남은 옛 음악을 현재의 감각으로 되살리고, 전통의 언어를 오늘의 무대 위에서 새롭게 이어가는 연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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