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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주노동자의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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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시청 앞 광장은 작은 아시아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시아의 각종 인종들이 모여 함께 춤추고 노래했다. 서로의 이름을 묻고, 나라를 묻고… 그렇게 그들은 친구가 됐다. 이 흥미로운 축제의 이름은 ‘마이그런츠 아리랑’(Migrants’ Arirang 이주민의 아리랑). ‘외국인노동자 문화축제’라는 한글 제목도 함께 붙었다. 얼핏 생각하기에 외국인노동자를 위안하기 위한 행사 같지만 천만에. 아리랑은 흘러가고 어우러지는 것이다. 아리랑은 무대와 객석이 따로 있지 않다. 함께 어깨동무하고 부르는 정서적 소통의 노래다. 이번 행사는 그래서 누군가를 위한 일방적 행사가 아닌, 모두를 위한 한바탕 뜨겁고 행복한 잔치판이었다.

흥에 취해 얼싸안고 춤추다
외국인노동자는 단지 일꾼일까? 그들은 한국인들은 이제 거들떠보지 않는 3D 업종의 일을 맡아주며 경제발전에 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하류 노동자에 불과할까? 아니면 에이즈와 범죄를 퍼뜨리고 다니는 사회악일까?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 같은 논쟁들 속에서 간과돼 왔던 것 중 하나는 그들의 문화적 의미다.

적어도 문화적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폐쇄적인 한국사회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은 자국의 문화를 조금씩 퍼 나르고, 또 한국의 문화를 가져다 전파시키는 훌륭한 문화교류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축제는 바로 이 점에 포커스를 맞춘 행사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태국 네팔 인도네시아 등 14여개국의 아시아 국가들이 저마다 자기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고 함께 즐기는 자리. 서울 한 복판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환상적인 아시아 여행의 대체 체험장이기도 했다.

각국의 부스들에는 그 나라 문화를 대표하는 전통의상 수공예품 등이 소개됐다. 한국 부스에서는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 전통 부채를 즉석해서 만들어 나눠주는 행사 등을 마련했는데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는 ‘세계 음식의 거리’에서는 각국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음식들을 펼쳐놓고 서로 먹여주는 정겨운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광장 잔디밭 여기저기에서는 전통 악기들이 연주되고 현란한 전통 춤과 놀이들이 벌어졌다. 마치 농촌의 잔치처럼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함께 춤추며 흥에 취했다. 특히 아시아문화의 결합을 상징하는 네팔 전통결혼식은 최고의 관중을 몰고 다녔다. 아이들처럼 분수대 물을 휘젓고 뿌리며 옷을 적셔도 아무도 화내는 사람이 없었다.

비판과 동정 넘어 공생의 시각으로
여기서 잠깐, ‘필리핀 여성과 결혼하세요’라는 국제결혼 광고문구를 몇 가지만 인용하겠다. 광고에서 소개하는 필리핀 여성의 장점이다. ‘공용어가 영어이므로 2세들은 자연스레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 ‘카톨릭 국가이므로 헌법에 이혼이 금지돼 있어 한번 시집오면 일부종사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도망갈 확률이 (조선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생뚱맞게 갑자기 왜 국제결혼 광고냐고 하겠지만,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을 설명하는데 가장 단편적인 자료가 아닐까 한다. 필리핀 여성과 결혼하려면 차라리 필리핀 전통춤 티니클링에 대해서 공부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그들의 문화적 배경에는 관심 없는(얼마나 순종할만한 배경인가는 부분 빼고) 이 비인간적인 국제결혼처럼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일꾼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한국인들은 적극적이든 간접적이든 한국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도구화, 또는 대상화된 인식이 강한 것이다.
이번 축제가 한국인에게 가진 진정한 의미는 그들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데 있다. 광장 한 켠에 꾸려진 이주노동자 사진전 ‘공생’은 그런 면에서 주목할 만 하다. 김윤섭 노순택 이기명 이상엽 등 사진작가들이 기록해 나간 외국인노동자들의 한국에서의 삶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들이 우리 곁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진전은 외국인노동자들의 상투화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생생한 일상을 담았다. 어쨌든 그들은 이 땅의 구성원이며 우리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우리 삶의 일부다. 비판과 동정의 시선을 넘어서, 공생의 시각으로 이주노동자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이 이번 축제가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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