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구름조금동두천 -4.6℃
  • 구름많음강릉 1.6℃
  • 구름조금서울 -2.4℃
  • 구름조금대전 -1.7℃
  • 구름많음대구 2.5℃
  • 구름많음울산 4.2℃
  • 구름많음광주 3.0℃
  • 구름많음부산 6.9℃
  • 구름많음고창 1.9℃
  • 구름많음제주 7.7℃
  • 구름많음강화 -2.6℃
  • 구름많음보은 -1.2℃
  • 구름많음금산 -0.8℃
  • 구름많음강진군 4.3℃
  • 흐림경주시 3.2℃
  • 구름많음거제 7.0℃
기상청 제공

문화

“나는 70점짜리 영화감독”

URL복사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69’ 등의 소설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스타 작가 무라카미 류가 2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도쿄 데카당스’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달 17일 한국을 방문했다. ‘도쿄 데카당스’는 SM클럽에서 일하는 22살의 고급 콜걸 ‘아이’를 통해 사랑 없이 섹슈얼 판타지에 매달리는 현대인들의 고독한 초상을 그려낸 작품으로 무라카미 류의 영화들 중에서 국내에 개봉하는 첫 번째 영화가 됐다.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 이탈리아 타오르미나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여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작품이지만 국내 심의과정에서는 파격적인 SM정사 장면이 빈번하다는 사유로 수입추천 불허 판정을 받아 상영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기도 했다. 이후 3차례에 걸친 판정 끝에 6분8초 분량을 삭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고 국내 개봉이 가능하게 됐다. 1992년 제작돼 한국에 오기까지 1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영화는 도발적 영상언어로 SM을 통한 인간본질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지만, 세월의 간격을 이겨내기에는 무리가 많아 보인다. 내포하는 사회적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청순한 면모를 지닌 콜걸의 캐릭터나, 계급적 차별에 대한 직설적 표현 등은 진부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다. 영화를 수입한 백두대간 관계자는 “금기를 깼다는 데 큰 의미를 두었다”고 말했다.

오후 6시 영화 상영이 끝나고 씨네큐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무라카미 류는 “한국에서 개봉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개봉 결정이 나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상영관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서야 실감이 났다”며 기쁨을 표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이다.

6분가량 삭제되고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는데 심의에 대한 불만 없나.
심의제도나 여러 가지 제도에 의해 정부가 작품에 개입하는 건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는 검열은 있다. 일본 같은 경우 영화윤리심의위원회에 의해 상당부분이 삭제됐다. 어떤 국가 같은 경우 20분 넘는 분량이 삭제된 경우도 있다. 이런 것에 일일이 신경을 쓰면 지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일본에서 이 영화가 개봉하기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영화가 개봉된다는 점 자체가 놀랍다. 수입을 결정한 회사의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에 사소한 부분에 연연하기보다 개봉 자체에 의의를 두고 싶다.

영화의 제작 배경을 말해 달라.
이 영화 전에 세 편 제작했는데 만족을 못했고 평가도 좋지 않았다. 역량부족도 있었지만 메이저 영화사와 작업했기 때문에 내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관철시킬 수 없는 시스템 문제도 있었다. 감독의 의도를 관철시킬 수 있는 시스템에서 영화를 할 수 있기 바랐다. 이 영화는 아톤 카메라(Aatton 35-lll, 프랑스제 초경량 카메라)를 2대 자비로 구입해 제작했다. 스텝의 평균 숫자는 10명, 평균 나이는 27세 젊은 스텝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제작방식이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대규모 세트를 만들 수도 없었고 해서 이 영화의 실내 장면은 모두 실내 로케이션을 통해 촬영됐다. 내용적으로는 내 소설의 단편 중에서 4편을 골라서 시나리오 제작을 한 것이다.

원작 소설들이 다른 연출가에 의해서도 많이 영화화 됐다.
각본이나 각색을 맡길 경우 실패를 전제로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업을 거치면 내 생각하고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69’의 경우 젊은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연출을 했는데 1960년대 마지막 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개인적 경험도 담겨 있어서 젊은 감독이 영화화하는데 어려움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는 크게 만족했다. 1960년대 분위기를 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젊은 작가나 감독들은 재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소설가로서 더 유명하다. 소설가로서의 재능이 100이라고 한다면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은 얼마라고 생각하는지 점수를 준다면.
현재는 영화 관련 일은 없고 앞으로도 계획은 없다. 젊은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에 매진할까 생각중이다. 하지만 쿠바 음악과 댄스를 소재로 한 경우는 내가 잘 알기 때문에 직접 감독을 할까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소설가로서나 감독으로서나 내가 잘 하는 부분도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수치화는 어폐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피해가는 것도 재미없으니까 70점 정도라고 말하겠다.

한국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무래도 감독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보게 되는데 한국영화는 예술적으로나 오락적으로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즐겁게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연출과 연기 전체가 차분하게 억제돼 있다고 생각한다. 오버엑팅도 없고 연출도 지나치게 화려한 부분이 없어서 상당히 좋아한다. 작업 내용에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존경과 경의를 갖고 있다.

영화가 제작된 1990년대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제작년도와 12년이 넘는 간격이 있는데 관객에게 관람 포인트를 말해 준다면. 또, 리메이크 한다면 손 보고 싶은 부분은.
소설도 영화도 특별히 이 부분을 주목했으면 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보고 읽는 건 독자와 관객의 자유다. 작품을 만들 때 어떤 시각으로 읽어도 메시지가 있도록 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다. 따라서 보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요구 조건도 없다.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리메이크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비밀에 붙이겠다.

여배우 연기가 인상적인데 배우와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방식으로 나누었나.
니카이도 미호는 댄서로 극영화 출연이 처음이었다. 연기 기초가 전혀 없는 배우였는데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묘한 좋지 못한 버릇이 몸에 배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연기에 대한 지식은 없었지만 감각은 굉장히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설명을 해주면 날카로운 감수성으로 받아들이는 뛰어난 배우였다. 이 영화 출연 이후 미국 감독과 작업하면서 결혼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