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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스포츠

가난이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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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불평등이 건강과 수명의 불평등으로의 직결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사망 원인의 다수를 차지하는 암 또한 가난한 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는 슬픈 현실이 각종 조사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암 발병율이 높아지고 치료를 통한 생존율은 낮아진다. 또 학력에 따라 암 치료에 사용하는 진료비의 차이도 크다.

발병율 많게는 1.4배 차이나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이상이 교수의 ‘소득계층에 따른 암 환자의 암 종별 의료이용에 관한 연구’ 결과는 의료의 양극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1999년 암발생자 중 건강보험지역가입자와 의료급여수급권자 총4만9천431명을 소득 수준에 따라 5개의 계층으로 분류한 뒤 5~6년 간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 의하면 남녀 모두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계층이 소득이 가장 높은 계층보다 높은 암발생율을 보였다.
남자의 경우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이 4대암(위암,폐암,간암,대장암)에 걸릴 확률은 인구 10만명 당 376.6명으로 소득이 가장 높은 계층에 비해 1.4개 높았다. 여자의 경우도 1.2배의 차이를 보였다. 암 발생 이후 5년간 상대생존율도 소득계층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남자의 경우 소득이 가장 높은 계층이 42.4%인 반면, 소득이 낮은 계층은 26.9%에 불과했다. 여자의 경우도 10%에 가까운 차이를 보여 남녀 모두 고소득층의 상대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생존율이란 일반인구의 기대생존율 대비 암환자의 생존율을 뜻한다.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고소득자의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부자들은 종합전문요양기관 입원율 높아
실제 의료이용 수준이 달랐다. 소득계층간 의료이용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고소득층은 종합전문요양기관(이하 3차병원)의 입원율이 73%에 달한 반면, 저소득층은 54.2%로 나타났다. 의료급여수급권자의 경우 10.1%에 불과했다. 일반 종합병원은 이와 반대 현상을 보였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의 4대병원 입원율도 고소득층은 30.4%, 저소득층은 14.4%, 의료급여수급권자는 5.3%로 큰 차이가 있었다.
대형 병원이 많은 서울에 거주하는 것 또한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암 환자의 입원 거주지역 친화도(거주 지역 소재의 병원에 입원할 확률)가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로 94.7%였다. 다음이 부산(86.5%), 대구 경북(74.3%)순이었으며, 충북은 36.8%, 경기·인천 43.9%, 경남·울산 45.0%에 불과했다.
한편 2004년 암으로 사망한 3만2천538명을 분석한 결과, 사망 전 1년 동안 1인당 평균 총진료비는 881만8천892원이었으며 그 중 입원진료비는 757만3천182원, 외래진료비는 99만1천257원, 약국조제료는 25만4천453원, 입원일수는 49일, 입원일당 진료비는 15만3천566원이었다.
주요 암종별 사망 전 1년 동안 총 진료비가 가장 큰 암종은 백혈병으로 2천196만6천644원이고 그 다음으로 림프종 1천444만3천644원, 유방암 1천159만7천255원이 지출됐으며, 진료비가 가장 적게 지출된 암종은 간암(724만7천844원)이었다.

대학이상과 무학 간 2배 이상 진료비 차이
교육수준별 의료이용양도 차이가 났다. 한국에서 교육 수준은 곧 부의 차이로 연결되므로 이 또한 가난의 되물림과 의료 불평등을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사망 전 1년동안 의료이용량은 대학이상의 교육을 받은 경우에 1천98만7천386원, 고등학교졸업 1천33만4천201원, 중학교 졸업 913만1천726원, 초등학교 졸업 751만7천77원, 무학은 507만7천492원으로 나타났다. 대학이상과 무학 간에 약 2배 이상의 진료비 차이를 보인 셈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소득수준별, 학력별 차이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저소득층이 흡연, 음주, 비만, 오염에의 노출 등이 높아 암 발생의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저소득층의 경우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암조기발견 검사를 규칙적으로 받지 못해 조기발견에 따른 완치율이 낮은 것이다.
이 교수는 “암은 질환의 특성상 치명률이 높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므로 종합병원 및 3차의료기관으로 집중화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경제적 지불능력이 아니라 의학적 필요에 따른 의료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의료이용의 형평성의 관점에서 볼 때, 소득계층별로 의료기관 종별 이용률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우려했다.

의료보장체계 갖춰진 캐나다 유럽 등은 격차 적어
선진국 또한 의료 불평등을 겪고 있다. 특히 의료보장체계가 미흡한 미국과 영국이 심하다. 각국의 논문을 살펴보면 위암이나 간암의 경우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에 있는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폐암은 남성의 경우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에 있는 집단이 높은 사회경제적 상태에 있는 집단에 비해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제시되고 있다.
반면, 대장암은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에 있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발생률과 사망률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장암 역시 발생 이후 생존은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은 집단이 더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을수록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저학력층과 저소득계층이 모든 암종에서 암 발생률이 고소득계층보다 더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된 바 있다. 암 환자의 사망 또는 생존에 미치는 예후 인자로서 사회경제적 상태의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위암, 폐암, 대장암의 경우 다수의 연구에서 사회경제적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이 가장 낮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으며, 5년 생존율에서 10% 이상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된 바 있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한 논문도 일부 존재하지만, 소득을 포함해 사회경제적 상태에 따라 암 종별로 생존율에 차이가 난다는 것은 그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인 연구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보다 의료보장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 유럽과 캐나다 등은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른 의료이용의 격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캐나다의 경우 약제비에 대한 본인부담으로 인해 소득계층에 따라 암 환자의 약품에 대한 접근성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도 사회계층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각종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암 발병의 원인이 되는 식습관과 흡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저소득층 선별검사 프로그램 또한 실효를 거두고 있다. 영국은 오래 전부터 국영보건의료서비스 제도를 운영하면서 의료를 이용하는데 경제적 장벽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다른 국가처럼 지역별로 건강수준의 격차가 크다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 중심으로 사회계층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지만 걸음마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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