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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통문화 속의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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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문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아미타’전을 시작으로 일년에 두 차례 소장품 테마전을 기획해 전통문화의 다양한 특성을 조명해온 호암미술관이 내년 2월28일까지 ‘상상과 길상의 동물’전을 개최한다. 때로는 신화 속의 상서로운 존재로, 때로는 잘 살고자 하는 원초적인 염원을 담고 있는 존재로 나타나는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신분과 권력 상징
종교적 기원 담기도
전통미술 속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용, 봉황, 기린, 해태 등과 학, 거북, 호랑이 등 현실의 동물들은 전통미술의 다양한 장식소재 중에서 다른 어떤 소재보다도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 왔다. 이들 동물들은 시대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신분과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종교의 상징물 또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복(福)과 장생(長生), 번창 등의 소망을 기원하는 길상적(吉祥的)인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보물 786호 ‘청화백자운룡문병(靑華白瓷雲龍文甁)’을 비롯, 총 50여점이 출품돼 전통미술에 나타나는 여러 동물들의 상징적인 의미와 조형성을 살펴보고 선인들이 기원했던 작은 꿈의 실체를 확인하는 자리다.
문화유산 속에는 각 시대의 통치이념이나 개인이 추구했던 삶의 궤적을 유추해볼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들이 곳곳에 내재해 있다. 하지만 각 시대마다 종교 또는 개인의 철학 및 신분, 생활문화의 차이 등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상징하는 의미와 나타나는 방법이 다르게 전개됐다. 이번 전시에 나타나는 여러 상징체계 중에서도 색(色), 형(形), 문자(文字) 등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특히 공예, 회화 등 전통미술품에서 보다 다양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분야는 그리거나 조각하는 등 조형성을 갖추고 장식하게 되면서부터 동식물의 자연물이 애용됐다. 그 중에서도 용, 봉황, 학, 거북, 호랑이 등 상상 또는 현실로 존재하는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시대를 넘어 이어져 왔다. 이런 동물은 예술품을 꾸미는 기본적인 소재인 차원을 넘어 각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이나 정서가 반영된 상징물이다. 한편, 여러 신화 속에 단군과 곰 호랑이, 주몽과 삼족오, 박혁거세와 계룡, 김수로왕과 거북 등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동물은 인간과 자연을 소통하는 매개체로서 신령스러우면서도 상서로운 존재로까지 숭배됐다.
고구려 벽화, 신령스러운 존재
전통미술 속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용, 봉황, 기린, 해태 등과 학, 거북, 호랑이 등 현실의 동물들은 전통미술의 다양한 장식소재 중에서 다른 어떤 소재보다도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 왔다. 이들 동물들은 시대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신분과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종교의 상징물 또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복과 장생, 번창 등의 소망을 기원하는 길상적(吉祥的)인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전통미술에 동물이 확실한 미술품의 모습으로 전해지는 것은 아마도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신도일 것이다. 여기에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그려져 있다. 이들은 동서남북의 방위를 나타내고 우주의 질서를 호위하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는 점을 보면, 이 곳의 동물은 신화 속에 나오는 예들처럼 신령스러운 존재였음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삼국시대 및 통일신라에서는 용, 봉황, 기린 등이 기와, 환두대도(環頭大刀), 범종(梵鐘) 등의 일부에 장식돼 신분이나 수호신 또는 쓰임새를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와 달리 현실로 접할 수 있는 뱀, 말, 거북, 사슴 등은 흙으로 만든 조각들에서 발견되고 있어 동물을 공예품의 장식으로 사용함에도 신분의 차등을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능묘나 탑신에 십이지상이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볼 때 동물이 갖는 상서로운 의미는 당시의 문화 속에 깊고 넓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고려시대에도 용, 봉황, 오리 등이 상징하는 의미는 유사하게 이어지지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해태, 학, 앵무 등이 등장하면서 그 종류가 훨씬 다채로워진다. 주로 청자 및 금속공예품에 많이 나타나고 특히 불교와 관련된 미술품에서 주로 발견된다. 이는 고려의 통치이념이 불교사상이 기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새기고 깎고 그리는 다양한 기법으로 화려하면서도 정교하게 표현된 상상 속의 용과 봉황의 모습에서는 권위가 있으며 해태 또한 구슬을 딛고 서서 악귀를 몰아내는 위엄스런 모습으로 조각됐다. 그리고 고려 사람들이 유별나게 사랑했던 작은 원속에 비상하는 학과 구름을 그린 운학문(雲鶴文)은 ‘상서로운 구름과 해’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처럼 고려시대에는 동물이 갖는 의미와 생김새 및 성격에 따라 상서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적극적으로 장식했던 것이다.
조선 말기 친근한 민화로 발달
어느 때보다도 전통미술 속에 ‘길(吉)하고 복(福)’이 충만하다는 상서로운 의미를 잘 담아 낸 것은 조선시대다. 고려와 달리 조선시대는 유교 사상을 기반을 둔 까닭에 권위를 상징하는 동물들은 신분에 따라 엄격하게 규제됐다. 조선 초기에 상서로운 동물의 모습은 분청사기에도 일부 보이지만 특히 조선 후기에 제작된 백자와 회화, 목가구에서 많이 발견된다. 궁에서 사용되는 청화백자의 용 그림은 왕실을 상징하기도 하고, 관복에다 문관은 학, 무관은 호랑이를 수놓은 흉배를 달아 신분과 품계를 구분했다. 해태는 화기를 억누르거나 선악을 가리는 상징으로 대표되어 궁궐 앞에 세우거나 사찰의 여러 공양구(供養具)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신분제가 느슨해지고 문화의 향수 계층이 확산되는 조선 말기에 접어들어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 동물들은 일반 대중에까지 넓게 퍼지게 됐다. 백자, 민화, 목가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모습으로 표현됐다. 신분과 만든 사람의 솜씨에 따라 표현방법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무섭고 권위가 서리게 그려지던 용과 호랑이의 모습마저 친근하게 표현하는 민화들이 좋은 예다. 그리고 민화나 백자, 각종 공예의 장식에 학, 거북, 사슴 등 장생과 불멸을 상징하는 동물들이 짝지어져 영생불사의 신화를 담기도 했다. 또한, 아름다운 꽃나무 사이로 쌍쌍이 짝지은 새와 짐승이 정겹게 묘사된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대개 부부간의 좋은 금슬과 집안의 평화를 염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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