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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심(心) 기(技) 체(體), 그 중에서 심(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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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 두 가지 스포츠의 기본요소는 심(心) 기(技) 체(體)이나, 그 중에서 심(心)이 가장 중요하다.]

*** 0홀 클럽하우스 ***

천일야화(千一夜話), 일명 아라비안나이트는, 동서고금을 망라하여 성서에 버금가게 많은 사람들이 읽은 불후의 명작이다. 

천일야화의 내레이터는 셰헤라자데이다. 그녀는 천일동안 밤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술탄에게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목숨을 부지한다. 그녀는 살아서 아침을 맞으려고 필사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낸다. 술탄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 밤, 그녀는 죽살이에서 도망칠 궁리를 했을 것이다. 

옛날 중국의 어른들은, 삼십육계주위상책 (三十六計走爲上策)이라는, 참으로 지혜로운 군사적 전술을 후대에 전하셨다. 또, 손자님이 남긴 병법책에도, 지피지기이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고, 상대편과 나의 약점과 강점을 충분히 알고 승산이 있을 때 싸움에 임하라는 심금을 울리는 명언이 나온다. 

나는 적에게 현금 지급기가 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라는 손자님 의 현명한 가르침을 가슴에 깊이 아로새기고 있다. 그래서 실력이 못 미쳐서 당하기만 했던 상대와 우연히 마주쳤을 경우,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36계 줄행랑을 친다. 

그러나 얄궂게도,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다는 우리나라 속담도 있다. 피치 못할 상황에서 마주친다는 말이다.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쥐와 고양이, 허나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나는, 꺽정씨와는 천지가 개벽하기 전에는 같이 라운드를 안 할 작정이었다. 아무리 핸디를 많이 준다고 해도, 18점 이상이야 받을 수 없지 않은가. 

나의 구력은 10년이 넘고, 지금은 팔꿈치 부상으로 한 접을 넘나드는 타수를 기록하지만, 나도 한때는 상종가 주식처럼 잘 나갔었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라도 18개 이상의 핸디는 받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밥 먹듯이 언더 파를 치는 꺽정씨에게 18개의 핸디를 받아봤자 9홀도 돌기 전에 다 나간다. 배판에서 깨지고 버디값에 죽는 것이다. 

물론 꺽정씨와 내기를 안 하면 된다. 아예 공을 안치면 문제는 더욱 간단하다. 그래서 피해 다니는데, 이 웬수와는 꼭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치는 것이다. 

언더 파를 치는 남자가 동반자가 없어서 겨우 보기 플레이나 하는 여자를 찾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모르시는 말씀이다. 아마추어로써 프로를 능가하는 실력이기에 그는 왕따가 되어버렸다. 그의 명성을 들은 골퍼라면 당연히 그를 피한다. 

경희의 차에 실려 골프장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꺽정씨가 동반자로서 등장할 줄은 짐작도 못했었다. 경희가 자기의 동창생인 민호씨와 그의 친구를 데려오겠다고 했었다. 내가 알 턱이 없는 사람, 나를 알 턱이 없는 사람이려니 했다. 

티오프 시각까지 여유가 있어 퍼팅이나 연습하려고 내려오던 중이었다.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꿈에서 내가 그리던, 아니 꿈속에서도 나를 쫓아다니던 꺽정씨였다.

"옳게, 제대로, 자알, 만났습니다."

모자를 반쯤 벗었다가 머리에 내려놓으며 그가 얼굴에 희색을 띄었다. 

"어떻게... 몇 시 티오프에요?"

오랜만이어서 인지, 수 년 동안 박 터지게 싸움질을 하면서도 정이 들어서인지 그의 출현이 반가웠다. 아니 그와 같이 골프만 안 한다면 안 반가울 까닭이 없었다. 

"10시 37분."

"우리하고 시간이 같네요. 우린 아웃 출발인데, 인이에요?"

그가 웃음으로 대답을 얼버무리며 퍼팅그린에서 목하 연습 삼매경인 민호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세상에나, 민호씨와 꺽정씨가 친구였다니. 

"전과 동일하게 진행하는 거죠?"

그가 당당하게 말했다. 

"안 해요. 승산이 어림쳐서 반 푼어치도 안 되는 짓을 내가 왜 하겠습니까?"

백전백패의 싸움에 붙을 어리석은 인간은 없다. 꼬리를 내리는 내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다. 

"배팅이 없는 골프는 겨자 빠진 냉면인데..." 

심기를 건드리는 못된 버릇도 그의 특기이다. 

"또 채 빼앗아 가려고 그러죠?"

지난번에 내가 지갑을 몽땅 털리고 항복을 해버리자 그는 내 드라이버를 강탈해갔다. 나는 드라이버를 찾아오는데 자칭 조직폭력배 두목이라는 친구의 오빠에게 도움을 구했었다. 

이 순간에 나는 그의 악행을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 꺽정씨는 심심하면 나를 유혹했었다. 나는 그의 꼬임에 빠져 회원권이 강남의 40평 아파트 값보다도 비싸다는 골프장이랑, 여성티를 엄청나게 앞으로 뽑아놓아서 여성골퍼의 천국이며,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설치한 클럽하우스가 미술품전시장보다 예술적이라는 골프장들을 두루 섭렵했다. 

덕분에 달력에서나 봄직한 환상적인 골프코스를 밟으며 난생처음 이글의 순간도 목격하는 행운을 맛보기도 했다. 대신에 수업료는 톡톡히 치렀다. 

햇빛은 창살처럼 내려 꽂히고 잔디는 목이 말라서 아사 직전인, 지난 여름날이었다. 꺽정씨가 더위에 약한 줄을 처음으로 깨달은 날이기도 했다. 꺽정씨는 첫 홀부터 물과 소금을 연신 먹어대면서 절인 배추처럼 맥을 못 추었다. 

내 공은 내 마음대로 조종이 되었고 꺽정씨의 공도 역시 거의 내 마음대로 조종이 되었다. 18홀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기 전에 뒷주머니에 손을 찔러 지폐를 헤아려보니 얼추 하루 품은 번 것 같았다. 

"땄죠? 마지막 홀인데 따따블 합시다."

내 주머니 속의 계산을 끝낸 꺽정씨가 말했다. 내 옷도 땀에 절어 허옇게 소금기가 배어있긴 마찬가지지만, 콧노래가 나오려는 판이었다. 진실하게 고백하거니와, 나는 그 알토란같은 돈을 고스란히 챙기고 싶었다. 

거부의 손사래를 치려는 순간 나머지 동반자들이 나를 배신하고 꺽정씨의 제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 다음의 뼈아픈 기억을 털어놓자면, 새처럼 여린 심장을 가진 나 혼자서 더블보기를, 꺽정씨는 버디를, 나머지 동반자들은 파를 했다. 

해가 얼추 서산으로 기울어 잔디가 생기를 머금기 시작하니까 덩달아서 꺽정씨도 기운을 되찾은 것이다. 삼손의 머리가 자라기 전에, 아니 꺽정씨가 힘을 쓰기 시작하는 황혼이 오기 전에 상황을 종료해야 함을 나는 몰랐었다. 그린에서 퍼터로 뒤땅을 쳤다면 내가 얼마나 초조했었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돈이 아까우면 몸으로든지 입으로든지 때우시죠."

그가 깐죽댄다. 실력이 된다면 확 밟아주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통쾌하랴. 그 통쾌한 감격을 글로 적어 자자손손 대대로 물리고 싶다. 

"몸으로 때운들 파출부 밖에 더하겠어요. 팔꿈치 부상으로 빨래는 자신이 없으니까 내기 방법을 바꿉시다. 서로 가지고 있는 걸로 때우기로 합시다. 꺽정씨야 골프실력으로 밀어붙이고, 나는 입심으로 뭉개고..."

"이거, 내가 김작가 흉계에 휘말리는 것 같은 심상찮은 예감이 드는데..."

그가 공으로 퍼터 헤드를 톡톡 두들기며 미적거린다. 그의 공에는 검은색의 숫자가 박혀있다. 아마추어에 비해 헤드스피드가 빠른 남성전문가용 공이다. 

"있는 재주로 막아보겠다는 거죠. 홀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씩 해드리죠."

내기만 안한다면 그와 함께 골프를 하고 싶다. 아군과 적군으로의 적대관계가 아니었을 경우, 그는 자상하게도 고수로써 하수를 지도하고는 했다. 

"김 작가 언변으로 봐선 내가 밑지는 장사인데..."

"대신에 버디값은 따로 계산해 줄 테니... 좋죠?"

궁여지책으로 나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셰헤라자데처럼 한 홀이 끝날 때마다 한 가지씩 '골프와 섹스의 공통점'을 대기로 했다. 목숨과 바꾸자는 뜻이 아니다. 돈과 바꾸자는 뜻이다. 

그가 손익계산을 따져보느라 손가락을 폈다 오그렸다 하더니 잠시 후에 외쳤다. 

"18개는 다 못 대겠죠. 좋아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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