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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색다른 곳에서 하면 색다른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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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내린 스포츠 GOLF & SEX, 색다른 곳에서 하면 색다른 맛이 있다.]

***3홀. 파4, 본래의 코스길이는 307미터였으나 오늘은 수리 중. 핸디캡4. 티잉그라운드가  50미터쯤 앞으로 당겨져 있음. 페어웨이 중앙까지 가파른 산이 내려와 있음. '남성골퍼는 아이언으로 티샷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티잉그라운드에 세워져 있음. 드라이버의 장타자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해야 함.***

골프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무엇인가. 퍼팅일까, 어프로우치일까, 아니다. 다음 샷이다. 지난 홀의 실수는 잊어야 한다. 

나는 3홀에 도착하는 순간 지난 악몽은 다 잊었다. 이제 겨우 두 홀을 돌았다. 장갑을 벗기 전까지는 희망이 있다. 

"경희야, 슬라이스가 나면 깊은 숲으로 들어가니까 왼쪽을 보고 쳐."

산을 넘겨보겠다고 우측을 향해 정렬한 경희에게 내가 조언을 했다. 

경희는 장타자에 속한다. 티샷에서는 나 보다 평균5미터 정도 앞선다. 그녀가 호쾌하게 티샷을 날렸다. 공은 포경선의 작살처럼 목표를 향하여 날아갔다. 언덕배기에 서있는 소나무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면서 날아갔다. 

"잘 갔는데 공이 어느 쪽으로 굴렀는지는 모르겠어요."

캐디 둘이 똑같이 말한다. 나는 경희가 공을 떨어진 곳까지는 보내지는 않을 작정이다. 

물론 경희만큼 멀리 보낼 수도 없지만 설령 보낼 수 있다고 해도 나는 왼발 내리막 경사에 놓인 공은  질색이다. 왼발 오르막 경사에서 두 번째 샷을 치고 싶다. 

옛날처럼 뒤에 있던 티잉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면 오르막의 정점에서 멎을 것이다. 그러나 티잉그라운드가 앞으로 당겨진 이상 평소대로 드라이버를 잡는다면 공은 언덕을 넘어 한참을 굴러 내려가리라. 

3번 우드를 잡았다. 티에 공을 올려놓고 휘두르는 스푼은 가뿐하다. 구름자락을 스치는가 싶게 날아간 공은 언덕의 정상에서 사뿐히 내려앉았다. 

눈짐작으로 두 번째 샷은 7번 아이언이면 거뜬하게  그린에 올릴 것 같다. 7번 아이언은 내가 제일 자신 있게 잡는 채이다. 파는 무난하게 잡을 것 같다. 

경희의 공은 내리막을 한없이 굴러 거의 그린까지 가기는 했지만 나뭇잎이 수북하게 깔린 러프에 파묻혀 있다. 가을의 초입인데, 숲 속은 발목이 묻힐 만큼 나뭇잎이 켜켜이 포개져 있다. 

"같이 찾아줄까?"

러프로 들어서니 다소곳한 바람에 한잎 두잎 낙엽이 지고 있다. 한 때는 싱싱한 초록으로 물이 올랐던 잎사귀들이 누렇게 바래고 말라서 떨어지고 있다. 퇴색한 생명의 편린들이 지난여름의 추억을 간직한 채 아쉽게 낙하하고 있다. 

인생의 허무와 무상을 속삭인다.  현란했던 생명들이 환상처럼 스러지고 있다. 시들어 떨어지는 낙엽은 영원할 수 없는 인간의 생명을 새삼스럽게도 일깨워주고 있다. 

낙엽을 밟으니까 우리도 무언가를 상실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나무로써는 새로운 생을 영접하는 몸짓일 것이다. 

7년 전이었던가. 꺽정씨를 처음 만났던 날이. 

나는 모 잡지사가 청탁한 골프장 탐방 기사를 쓰려고 이 골프장을 찾았었다. 골프장 관계자와 인터뷰하고 코스를 답사하기로 했다. 녹음기를 들고 나오는 나를 맞은 사람이 골프장 회원대표라는 꺽정씨와 헤드프로였다. 

꺽정씨는 내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븐 파를 기록했다.  내가 그때까지 동반했던 아마추어 골퍼 중에서는 최고 기록이었다. 나는 여태껏 한 클럽이내의 퍼팅도 컨시드를 받지 않고 그렇게 깔끔하게 이븐 파를 치는 아마추어 골퍼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티샷, 아이언샷, 어프로우치 모두를 잘했지만, 퍼팅은 정말 신기(神技)에 가까웠다.  2미터쯤 되는 내리막 경사를 천천히 굴러 내려가다가 컵 안으로 고개를 떨어드리듯이 흘러 들어가는 공의 궤적을 쫓다가 나는 숨이 멎을 뻔했다. 

헤드프로는 꺽정씨의 심리전에 밀려서 진땀을 흘렸었다. 꺽정씨는 여기 4번 파4홀에서 파를 했다. 티샷한 공이 산 속으로 들어가자 잠정구를 쳤는데 그린 가장자리에서 30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 공이 멈춰있었다. 

칩샷용 웨지로 굴린 공이 핀을 맞추고 컵 안으로 숨었다. 공을 잃어버리지만 않았다면 이글이었다. 오늘처럼 하늘은 그지없이 맑았고 바람은 깃발 자락을 펄럭이며 놀고 있었다. 

그는 남성적인 야취가 풍기는 남자였다. 귀밑의 구레나룻과 손등에 검실검실하게 돋아난 털은 남성미를 더해줬다. 나는 그의 구레나룻과 이븐 파라는 기록에 반한 것 같다. 

그의 멋진 샷을 더 보고 싶었다.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꺽정씨는 골프라운드에 나를 초대했다. 그것이 악연의 시작이었다. 

그는 나에게 핸디를 넉넉히 주면서 내기의 세계로 끌어 들였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기를 곁들인 골프의 맛에 심취해 갔다. 작은 돈이 쏠쏠하게 주머니에 쌓이다가 한 순간의 실수로 목돈이 빠져나갔다. 

"꺽정씨가 생활비마저 긁어가서 사흘을 굶었더니 헛것이 보이는지 공이 두 개로 보이네요. 제대로 보이게 훤한 곳으로 꺼내 놓을게요."

나는 적자가계부를 핑계로 풀숲에 숨은 공을 옮겨놓으며 무벌타라고 억지를 부렸고,

"뾰족한 가시에 이쁜 종아리를 긁히면 안 되니까 덤불에선 빼도 되죠?"

때에 따라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규칙을 어기면서 어깃장을 놓았다. 그래도 손익계산은 매번 적자였다. 그러나 수업료를 지불한 만큼 그에게서 배운 점도 많다. 그는 프로는 아니지만 잘못된 내 스윙도 교정을 해줬다.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는 느낌에 소스라친다. 음흉하기 이를 데 없는 꺽정씨가 숲까지 따라와 공을 찾는 척하며 수작을 거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이 짐승을 어떻게 혼내주지. 나는 도끼눈을 하고 아주 천천히 돌아선다. 꺽정씨는 곁에 있지 않다. 그는 그린의 뒤쪽에 서 있다. 나를 쳐다보고 있지도 않다. 

낙엽이었다. 커다란 무화과 나뭇잎 한 장이 어깨부들기에 견장처럼 걸쳐 있었다. 나는 올라갔던 손으로 낙엽을 슬그머니 털어낸다. 

경희는 피칭을 잡아 어프로치를 시도한다. 약간 둔탁한 소리가 난다. 짧다. 그린에 올라가지도 않는다. 나는 파, 경희는 쓰리 펏을 해서 더블보기로 마감한다. 

"어때? 코스가 바뀌니까 색다른 맛이 있지? 미군 비행장엘 가면 티잉그라운드의 위치를 바꾸고 옆 그린을 사용해서 전혀 다른 골프장 같은 분위기를 주잖아."

"코스가 짧아졌다고 만만하게 봤는데..."

경희가 볼이 부은 소리로 투덜댔다. 더블보기에 기분이 잡치지 않는 골퍼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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