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05 (금)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책이나 비디오로 공부한 사람이 잘 할 확률이 높다"

URL복사

[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 책이나 비디오로 공부한 사람이 잘 할 확률이 높다.]

***5홀. 파4. 341미터. 핸디캡10. 페어웨이 우측에 짚신짝처럼 기다란 두 개의 벙커가 부담을 주지만 벙커는 함정이 아니라 오비에 대한 구제용임. 티잉그라운드가 우측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골퍼는 왕초보임.***

경희는 티잉그라운드의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페어웨이 좌측을 향해 정렬한다. 슬라이스로 벌어질 각도까지 계산하는가보다. 아니나 다를까 약간의 슬라이스가 걸리면서 공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안착한다. 

"굳샷!"

합창소리가 푸른 하늘로 멀리 퍼지는가 싶다니 메아리가 들려온다. 

"엊저녁에 비디오 보면서 공부했지."

그녀는 득의양양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내려온다.  

"오양 비디오 보면 드라이버 잘 때리는 거니?"

"벤 호건의 골프렛슨비디오를 봤어. 슬라이스 나는 사람은 티잉그라운드 오른쪽에서 왼쪽을 향해 치라는, 페어웨이를 넓게 쓰라는, 명심보감을 읽었다구."

"옛 성현의 말씀이 틀린 게 하나 없지. 책이랑 비디오랑 보면서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잘하는 게 당근이지."

"완벽한 샷에 완벽한 칭찬입니다."

떠억 팔짱을 끼고 서서 완벽한 종합 칭찬을 하는 사람은 꺽정씨다. 

"인간에게 완벽한 샷은 없어요. 완벽하다면 티샷이 홀인하는 겁니다."

민호씨의 말이 맞는 것도 같고 틀리는 것도 같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단숨에 340미터를 날려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해요. 전 이 정도 샷이면 완벽하게 만족해요."

"기적은 신의 영역이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퍼펙트는 없죠. 완벽(perfect)이라든가  영원(forever)이라는 단어는 신에게만 적용되는 단어입니다."

민호씨의 설교에 감명이 깊으면서도 나는 그가 잘 익은 벼처럼 자신의 박식함을 좀 덜 드러내기를 바란다. 

"근데, 제게도 가끔은 기적이 일어나더라구요. 빗맞은 땅볼이 제비가 물을 차듯이 예닐곱 번 물수제비를 뜨면서 연못의 물을 차고 튀어 올라 건너편 둔덕으로 올라간다든가..."

민호씨의 잘난 척에 내가 응수를 했다. 

"난, 티샷한 공이 오비 말뚝을 맞고 튀어나가려다가 바깥 쪽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온 적도 있었어요."

경희도 내편이 되어 도와준다. 그렇지만, 결정타를 날린 사람은 역시 우리의 꺽정씨였다. 

"난 이런 경험도 있어요. 티샷한 공이 연못으로 빠져버린 줄 알고 다시 치려는데 거북이 한 마리가 슬금슬금 연못 속에서 기어 나오는 거에요. 공을 물고요. 얼마나 신기한 일입니까. 거북이가 공을 토해놓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하늘을 날던 솔개가 곤두박질쳐 내려오더니 거북이를 낚아채는 거에요. 솔개가 공을 문 거북이를 낚아채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으면 로스트 볼은 아니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다시 치려고 어드레스를 하는데, 이런 세상에,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 솔개가 먹이를 떨어뜨렸는데 이게 딱 그린 위였습니다. 나는 공보다도 거북이를 걱정하는 연약한 심성을 가진 착한 사람이죠. 거북이가 뭔 죄가 있어요. 발랑 나뒤집어진 거북이가 불쌍해서 쫒아갔더니 거북이가 공을 토해놓는 중이었어요. 그런데, 아 또, 이 공이 쪼르르 굴러서 홀로 들어가는 기적이 일어납디다. 모세의 기적이 무릎을 꿇을 기적 중에서도 기적이죠. 나는 이런 살신성인한 거북이를 위해서 잠시 애도의 기도를 드리고 그린 옆에다 작은 무덤을 만들어줬죠."

웃음이 나와서 뒤집어 질 지경이었다. 

"알바트로스를 했다는 야그인데... 동반자가 누구였어요?"

믿을 건더기가 있다고 생각한건지 경희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묻는다. 

"아아.. 우리 마누라하고 둘이서 필리핀에서 쳤거덩. 푸에르토아즐이었던가...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시지. 전화 빌려줘?"

"쉿, 조용히"

민호씨가 티샷을 준비하고 있기에 수다를 중지한다. 민호씨의 바짓가랑이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그의 바짓가랑이가 나풀대는 이유가 바람 때문인지 엊저녁에 아내와 단꿈을 꾼 때문인지 궁금하다. 

민호씨는 몇 달 전에 재혼을 했다. 열다섯 살이나 어린 아내와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는 행복한 사내다. 

또한 민호씨는 무수리 조합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독신녀들을 무리로 거느리고 있는 남자라는, 바람둥이라는 뜻이다. 

그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첫 아내와 사별을 하고 그는 맞선을 백 번쯤 봤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무수리 조합장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웬 비디오 타령?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오양 비디오는 민호가 봐야 해. 젊은 아내한테 힘으로는 달릴 테니 기술이라도 익혀야 하잖아."

꺽정씨가 슬금슬금 새신랑을 놀리고 있다. 민호씨는 원래 재치도 있고 말재주도 좋은 사람이지만 골프를 배우고는 갑자기 금 같은 침묵으로 무거워졌다. 정신을 집중하려면 말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민호씨의 지론이다. 우리가 아무리 놀려도 들은 척도 안 한다. 

그린에 올라가보니 네 개의 공이 모두 올라있다. 경희와 나는 3온이고 민호씨와 꺽정씨는 2온이다. 동서남북 방향으로 흩어져있다. 거리는 엇비슷하다. 

"원타선구."

내가 그렇게 외쳤지만 누구의 공이 홀에서 제일 먼 지 짐작이 서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 더 먼 듯이 보이는 민호씨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퍼팅을 하기로 했다. 대략 5미터는 넘음직하다. 2퍼팅이면 양호한 실력이리라.

봉사문고리 잡기인지 황소 뒷걸음치다 개구리 잡기인지 민호씨가 팔을 길게 뻗어 세게 밀어 친 공이 홀 안으로 쑤욱 빨려 들어갔다. 

"나이스 버디."

축하의 메시지를 띄운 사람은 캐디였다. 우리 나머지 셋은 어안이 벙벙해서 민호씨만을 올려다봤다. 

"나이스 버디... 근데 경희야, 민호씨가 정말 무수리조합장 맞나보다. 저렇게 긴 것을 단번에 우그려 넣는 솜씨 봤지?" 

한참만에야 입술이 떨어졌다. 

"나야 말로 엊저녁에 책도 보고 비디오 보며 공부했어요. 퍼터헤드의 정중앙에 공을 맞추는 법을 익혔다구요."

홀은 더 이상 공을 받아들일 공간이 없는지 우리의 공 세 개를 모두 거부했다.

"김 작가, 우리도 공부 합시다. 민호나 경희씨나 책이랑 비디오보고 공부하니까 금방 표시가 나잖아요. 우리도 비디오 좀 볼까요?"

소나무 숲길을 걸어 다음 홀로 이동을 하는데 뒤따라온 꺽정씨가 은밀하게 속삭였다. 

"좋아요. 오늘 비디오 방 갑시다. 만화방도 가고..."

문득 논어(論語)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독서만 하고 사색을 태만히 하면 지식이 몸에 붙지 아니하고, 사색만 할 뿐 독서를 게을리 하면 독선(獨善)이 된다.=

사색과 독서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말이리라. 이 말을 골프에 원용해보면 독서하고 사색하며 연습하는 세 가지를 겸해야만 실력이 향상된다는 말일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김경훈 서울시의원, “학업중단숙려제 악용 사례 보고돼··· 제도의 미비점 메꿔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경훈 의원(국민의힘, 강서5)이 지난 1일 제332회 임시회 서울시교육청 정책국 질의에서 학업중단숙려제가 악용되고 있는 사례를 지적하고 숙려제 신청 절차 및 승인 기준을 재검토하여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도록 당부했다. 학업중단숙려제는 학생이 학교 폭력이나 가정 문제, 진로 고민 등으로 자퇴하려는 학생에게 일정 기간 이를 숙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학생이 왜 학업을 그만두려고 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컨설팅이나 대안 교육기관으로의 안내 등 지원책에 대해 충분히 안내받도록 돕는 제도에 속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서울 관내 초중고 학생 학업중단숙려제 현황’에 따르면 작년 3,359명의 학생이 숙려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799명보다 약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2020년이 코로나 시기였음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숙려제 이용 횟수는 현저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김경훈 의원은 “교육청에서 나름의 지침을 가지고 학업중단숙려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무색하게도 최근 들어 이 제도를 ‘공식적 장기 결석’을 통한 자유 시간 및 휴식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문화

더보기
헤밍웨이의 대표작 '무기여 잘 있거라'를 현대적 시선으로 다시보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무기여 잘 있거라 - 전쟁, 사랑, 죽음’을 펴냈다. 신간 ‘무기여 잘 있거라 - 전쟁, 사랑, 죽음’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A Farewell to Arms’를 현대적 시선으로 분석한 해설서다. 저자 고민곤은 원작의 줄거리를 단순히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의 참상과 인간애, 사랑의 의미를 섬세하게 해석한다. 특히 비와 눈 같은 자연 현상에 담긴 상징을 짚어내며 독자가 원작을 더욱 입체적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전쟁이 개인의 존엄과 사랑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탐구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이 끝내 포기하지 않는 연대와 온기를 강조한다. 또한 군인과 사제, 젊은이와 권력자 간의 갈등을 다루며 전쟁 문학이 던지는 질문을 오늘날의 현실로 확장시킨다. 이를 통해 ‘무기여 잘 있거라 - 전쟁, 사랑, 죽음’은 단순한 작품 해설을 넘어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고민곤 저자는 교육과정평가원 교과서 검정위원, 2010학년도 대입 수능 외국어 검토위원, 대학 강의, EBS 교재 검토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군산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NEAT쓰기완성’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