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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가끔은 현금이 오고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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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홀. 파4. 309미터. 핸디캡 18. 완만한 내리막 경사의 페어웨이는 그린 쪽으로 갈수록 넓어짐. 핸디캡이 꼴찌인 만큼 초보도 파 사냥이 용이함. 슬라이스가 나면 페어웨이를 따라 길게 누운 벙커에, 훅이 걸리면 7홀의 페어웨이로 공이 날아감. ***


[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 가끔은 현금이 오고 가기도 한다.]

"얘, 꺽정씨가 진짜 신사라면 우정의 오비로 숙녀들에게 기쁨을 선사해주겠지?"

경희가 내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넌 신사를 한번도 못 만났나 보구나. 우정의 오비라니. 애초부터 우정 이건 애정이건 정 비슷한 것은 없는 인간이야. 경희야, 넌 그 정도 관상도 볼 줄 모르니? 저 화상이 오비를 날리게 생겼나."

나는 누구에게라도 똑똑히 들리도록 큰소리로 떠든다. 

"저어, 숙녀 분들 담소를 나누시는 중이온데 제가 공을 날려도 방해가 아니될런지요."

모자를 벗어서 가슴에 대고 허리는 반쯤 굽힌 채로, 자기가 제법 신사인 척, 중세의 기사라도 된 양, 정중하게 말한다. 떠들지 말라는 뜻이다. 

"쇤네들 지저귐은 괘념치 마시고 니 맘대로 치시옵소서..."

"그럼..."

꺽정씨가 티잉그라운드로 올라갔다. 드라이버 헤드로 티마커를 탕탕 두들겨서 우리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티마커를 두 번 두들기는 짓은 내기의 판을 두 배로 키우자는 뜻이다. 매일 하던 짓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버릇으로 굳어져버렸으리라. 예전대로라면 8홀쯤에는 내기의 판이 적어도 두 배로는 커졌을 것이다. 

"우리 그래도 무료한데 장타자라도 뽑읍시다. 김작가하고 경희씨는 여성티에서 치고.."

꺽정씨는 현금이 오고가지 않는 판이라 어지간히 심심했던가 보다. 

"좋아요. 세종대왕님을 한 장씩 묻읍시다."

드라이버 샷의 평균거리가 나보다는 앞서는 경희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여성티가 50미터 가량 앞으로 나와 있어서 해볼만한 시합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꺽정씨의 공이 날아가고 있다. 터보엔진을 단 로켓처럼 공기를 가르고 바람을 일으키며 비행했다. 역시 그의 공은 모범생처럼 바르고 정확한 길로만 갔다. 

충북 보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정2품 소나무가 있다. 이 노송은 나라님으로부터 벼슬을 받았다.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 안내책자나 우표에도 그 아름다운 자태가 실려 있다.

오래된 나무에는 영(靈)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오래된 나무에 소원을 빌었다. 

이 골프장에도 보은의 정2품 소나무에 버금가게 오래 된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바로 8홀의 페어웨이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250미터 지점에 떠억 보란 듯이 버티고 서서 위용을 과시한다. 

나도 이 소나무에 내 소원을 빌고는 했다. 나는 세계평화나 국토통일 같은 거창한 원을 빌어본 적은 없다. 고작해야 버디를 기원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영험한 소나무 할아버지, 꺽정씨의 공을 할아버지의 철책 안으로 끌어들여주소서.. 이렇게 속으로만 남몰래 기도했다.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완만하게 내리막으로 경사져 있으므로 꺽정씨 정도의 장타자라면 무엄하게도 소나무가 서 계신 곳을 앞질러 거의 그린까지 공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함정은 있다. 소나무의 가장자리를 철책으로 둘러놓았다는 점이다. 철책의 반지름이 2미터가 넘는다. 그 철책 안으로 들어가면 벌타없이 드롭하도록 로컬룰이 정하고 있다. 

벌타는 없지만 핀과 공이 떨어진 지점을 잇는 뒤쪽으로 드롭을 해야 하므로 공의 진로를 소나무의 가지가 방해한다. 그린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 소나무가 서있는 어름에서 날카로운 금속성 음향이 들려왔다. 꺽정씨가 때린 공이 철책을 때리고 안 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공이 반으로 쪼개지지나 않았는지 궁금하다. 

민호씨의 공은 7홀 쪽의 숲으로 들어갔다. 경희의 공도 오른쪽으로 휘어서 러프로 들어갔다. 나는 악지를 부릴 필요가 없다. 공을 앞으로 반듯하게 보내면 된다. 온몸을 비틀어 쥐어짜는 용을 쓸 까닭이 없다. 

나는 거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연출 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 섹시한 폼으로 나비처럼 팔랑 날개를 저였다. 공은 가볍게 하늘로 떠올랐다가 꽃잎처럼 하르르 떨어져 내렸다. 

이런 때 기분이 뜯어진다고 하나보다. 이렇게 돈벌기가 쉬운 줄은 참말로 몰랐다. 공짜로 4만원을 벌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이 불로소득으로 무얼 하나. 오늘 저녁 찬거리로 싱싱한 대구를 한 마리 사서 미나리도 조금 넣고 식초 몇 방울 톡톡 떨어뜨려서 대구지리를 끓일거나... 정종도 한 병 데워야지.... 귀까지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지지 않는다. 

8홀과 7홀은 나란히 일직선으로 뻗어있다. 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두르고 누워있는 형국이다. 7홀은 키가 작아서, 머리인 그린이 8홀의 허리께 밖에 못 미친다. 8홀에서 두 번째 샷을 치기 위해 내려오면 7홀을 준비하는 골퍼들이 보인다. 

꺽정씨의 공을 찾아주러 철책 안의 기다란 풀을 헤치는데 화살처럼 날아오는 강한 시선이 느껴진다. 7홀 쪽이다. 돌아보니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서 빈스윙을 하던 남자가 내게 미소를 짓고 있다. 

하얀 치아에 반사되는 햇빛이 눈을 찌른다. 누군지 분간해 내기엔 조금 먼 거리이다. 승헌씨인 것 같다. 승헌씨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가슴에서 다듬이질하는 소리가 난다. 

철책 밖으로 공을 꺼내기는 했지만 아름드리 소나무가 공의 진로를 막아서 꺽정씨는 깃대를 겨누어 쏠 수가 없었다. 그린 옆의 벙커에 빠졌고, 깃대와 너무 먼 곳에 공을 올렸고, 세 번의 퍼팅을 거쳐 홀아웃을 했다. 

영험한 소나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꺽정씨가 드디어 더블보기를 한 것이다. 그 것도 핸디캡이 18인 서비스 홀에서. 역시 기도의 힘은, 소나무 할아버지의 영험은 위대하다. 

예상치도 못한 승헌씨를 만난 것도 소나무 할아버지의 영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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