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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에티켓을 갖춘 사람이 환영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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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홀. 파4. 핸디캡7. 383미터. 페어웨이 중간까지는 완만한 내리막이다가 점점 하향의 경사 각도가 심해짐. 티샷의 공이 날아가는 방향만 보일 뿐 떨어지는 지점은 볼 수 없음. 그러나 대체로 여성골퍼의 티샷은 급경사의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까지는 도달 못함.**


[신이내린 스포츠, GOLF & SEX. 에티켓을 갖춘 사람이 환영받는다.]

아웃코스를 돌고 인코스로 들어오니 채가방들이 밀려있다. 우리 가방은 세 번째 줄이다. 조와 조 사이의 시간을 6분으로 계산하면 12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기 전에 뒷조의 뒷조인 승헌씨가 나타날 것이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뵙다니. 공은 잘 맞아요?"

입 속에서 그에게 할말을 굴려본다. 일상적인 평범한 인사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의 가슴에 화살처럼 꽂힐 멋진 대사는 없을까. 

"뵙고 싶었는데... 원(願)이 강하면 하늘이 도와주나봐요."

이건 너무 간지럽다. 적나라하게 내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우아하게 꼬리치는 법이 없을까. 

그늘집에서 우동 한 그릇을 비우고 나왔는데도 승헌씨의 가방은 아직 건너오지 않고 있다. 

나는 벤치에 앉아 손톱을 깨물다가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이 참 못생겼다. 오른손 엄지 첫마디에 굳은살이 배겨있다. 스윙의 톱에서 손과 그립이 따로 논다는 증거이다. 개선해 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한번 고착된 버릇은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친근하게 접촉하는 한 형식으로써 악수라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인사를 나눌 때, 상호감정을 교류하는 악수가 없다면 서명이 없는 증서를 받는 것과 같을 것이다. 눈은 시각으로, 귀는 청각으로, 코는 후각으로 바쁘게 제 할 일을 한다. 

자유의사로 빠져 나오려는 손을 묶어두기에 주머니는 너무 헐렁하다. 앞섶의 단추는 손을 위해 달아놓은 물건이 아니다. 할 일이 없어 반발하려는 손에게 인간은 악수라는 임무를 주었다. 염치없이 튀어나온 손은 악수라는 형식으로 정당해진다. 

나는 가끔 표현력이 너무 강한 손을 벌주고 싶어진다. 다행히도, 내 손은 못생겼고 건조하지만 뜨거운 체온을 지녔다. 나는 승헌씨를 만나면 시골처녀가 저고리 고름을 입에 물듯이 수줍게 미소지으며 뜨거운 악수를 전해야겠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빨리가는 방법을 아는 분?"

마음이 승헌씨에게 향해 있어서일까. 나는 나름대로의 답을 생각하고 동반자들에게 묻는다. 

"그야, 비행기로 가야지."

말꼬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꺽정씨가 대답한다. 

"그렇게 간단하게 답이 나올 문제면 김작가가 묻지도 않았을테지... 뭘까..."

민호씨는 넌센스 퀴즈라고 믿는 눈치이다. 

"그럼 김작가하고 나하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실험을 해봅시다. 기차도 타보고 비행기도 타보고 인천항에서 배도 타보고..."

"더 이상 해괴망측한 소리가 나오기 전에 정답을 말씀드리죠. 정답은.... 사랑하는 사람하고 같이 가는 거에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간다. 고통스런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다. 

사랑하는 사람과 비가 새는 초가삼간에서 살 것인지, 미운 사람과 고대광실에서 호의호식할 것인지를 택하라 한다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택한다. 사랑하는 사람만 곁에 있다면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할 것 같다. 

"맞다. 난 꺽정씨하고 같이 가는 것보다는 벼룩 세 마리를 내복 속에 넣고 가는 편이 나을꺼야."

경희의 말에 나, 민호 그리고 캐디까지 폭소를 터뜨린다. 웃지 않는 사람은 꺽정씨 뿐이다. 그러나 꺽정씨는 화를 내지 않는다. 경희는 꺽정씨가 화를 내지 않을 것을 알기에 늘 꺽정씨에게 깐죽댄다. 

소위 '구찌'라고 일컬어지는 말 방해도 언제나 꺽정씨를 겨냥해서 날린다. 하기야 옛말에도 화를 더디 내는 사람이 용사보다 낫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꺽정씨는 너그러운 인품을 가졌다. 

일렬로 정렬해 놓은 채가방을 보니 여지껏 우리를 앞서 갔던 앞 조의 가방이 아니다. 누군가 끼어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꺽정씨가 진행요원에게 항의하러 가고 있다. 그가 말다툼이라도 벌인다면 플레이가 엉망이 될 것이다. 나는 꺽정씨의 뒷덜미라도 낚아채서 분란을 말릴 작정이었다. 

"공 잘 맞습니까. 고 프로님, 저희가 감히 고 프로님 앞에서 걸거치게 되었습니다."

이젠 죽었구나, 하고 말린 북어처럼 꼿꼿하게 서있는 진행자를 밀어내며 한 사내가 모자를 벗었다. '걸거치다'는 말은 이 지방의 사투리다. 보아하니 꺽정씨와는 한 동네 친구인 것같다. 변죽 좋게 너스레를 떠는 그 사내와 꺽정씨는 악수를 나누고 안부도 묻는다. 

"내가 공치자고 하면 다 도망가던 놈들이....  내가 저 팀으로 붙으면 오늘 일당은 가뿐한데..."

전의를 잃고 돌아온 꺽정씨가 입맛을 쩝쩝 다신다. 잘 차려진 밥상을 보기만 하고 먹지는 못하는 아쉬움을 나는 십분 이해해 주기로 한다. 

다른 날 같았으면 나도 덩달아서 이 골프장의 분별없는 부킹질서에 핏대를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나는 다소곳하게 참고 있다. 

이 만큼 지연되고 있기에 잠시라도 승헌씨의 얼굴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목을 길게 빼고 승헌씨의 채가 도착하기를 벼르는데 경희가 내 등을 떠민다. 빨리 준비하란다. 

티샷을 마치고 페어웨이로 내려서는데 뒤통수가 간지럽다. 하루살이가 목 근처에서 꼬물거리는 것 같다.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솟는다. 그러나 나는 그냥 장난감 병정처럼 앞 만보고 걸어간다. 

파랗게 펼쳐진 하늘에서 잠자리들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수십 쌍이 어지러이 날고 있다. 내 공 위에도 한 쌍이 다정하게 끌어안은 채 앉아있다. 나는 잠자리들이 다른 밀회장소로 옮겨갈 때까지 기다린다. 

"옆구리가 시려서 바람나고 싶어지는데, 잠자리들마저 약을 팍팍 올리네."

언제 왔는지 꺽정씨가 장갑을 벗어 부채처럼 바람을 일으켜 잠자리를 쫓아낸다. 잠자리는 그네들의 낙원을 찾아 날아간다. 잠자리가 날아간 하늘은 닦은 거울처럼 맑다. 무심한 회색 구름조각이 거울에 제 모습을 단장하고 있다. 

어차피 파온은 안되므로 나는 가장 만만하게 휘두를 수 있는 5번 우드를 잡는다. 대충 맞아도 숏아이언으로 온그린 시킬 수 있는 거리가 남으리라. 쓰리온에 투펏 작전이다. 

욕심을 버리니까 우드도 아이언도 잘 맞아준다. 공과 깃대까지의 거리는 일미터 남짓이다. 파의 확률이 50퍼센트는 된다. 나는 신중을 기하려고 쭈그려 앉아 그린의 기울기를 읽는다. 

"버디했으니까 오케이 주는 겁니다."

버디를 잡은 꺽정씨가 내 공을 집는다. 

"큰 내기 걸렸을 때, 그런 신사도 좀 발휘해 보시지.. 지금은 반갑지도 않아요."

조금 전에, 진행자에게 따지려고 달려갈 때는 벼슬세운 쌈닭 같더니 그래도 지금은 신사의 냄새가 상큼하게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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