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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백문이 불여일견. 경험 없는 사람에게는 설명해주어도 그 재미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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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홀. 파5. 563미터. 핸디캡5. 그린을 향해 길고 평탄한 페어웨이가 뻗어있음. 좌측은 오비이자 일렬로 네 개의 벙커가 누워있음. 우측은 송림. 만만치 않은 페어웨이의 길이가 핸디캡의 순위를 지켜줌. 티샷을 충분히 날려줄 것을 권장함. ***

[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 백문이 불여일견.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설명해주어도 그 재미를 모른다.]


나는 11홀을 해시계 홀이라고 부른다. 고른 키의 소나무들이 페어웨이에 드리운 그림자로 시각을 어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몽당연필처럼 짧은 그림자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지금은 아마 1시 반쯤 되었으리라. 여름에 비해 기운이 쇠락했어도 초가을의 햇빛은 아직 다사롭다. 티잉그라운드에서 페어웨이를 바라보면 좌측인 남쪽으로 소나무가 성벽처럼 도열해 있고 그 바깥쪽으로는 철망이 울타리를 치고 있다. 울타리 너머는 자동차 도로이다. 나무 기둥 틈새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가끔 눈에 띄기도 한다. 하늘을 비질하며 서있는 소나무는 행길쪽으로 튀어나가는 공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도로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걸러준다. 소나무는 햇살이 따가운 여름날은 그늘을 골라 딛을 수 있게 하고,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은 바람막이가 되어준다. 

민호씨는 골프를 늦게 배웠다. 골프 애호가들과 술자리를 하다가 자신만 빼놓고 하도 골프 얘기를 하기에 술상을 뒤집고 나온 골프타도부대의 기수였다. 그런 그가 변절하여 골프애호부대의 졸병이 되었다. 아니, 아군이 적군이 되면 배신, 적군이 아군이 되면 전향이라고 한다니 우리는 민호씨의 변절을 전향이라고 해주자. 

우리나라 골프야사에도 골프타도를 외치다가 변절하여 골프애호부대에 입대한 골퍼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당대 제1의 논객이었던 최석채씨는 조선일보 주필시절 '골프망국론'이라는 사설을 써서 화제가 되었다. 자유당 시절에 대구매일신문 테러사건 때 자유당 정부를 칼날처럼 비난해서 옥고를 치를 만큼 자신의 주장은 죽음을 무릅쓰고 관철시켰던 분이다. 

그가 골프에서만은 자신의 주장을 꺾었다. 증오를 사랑으로 바꿨다. 

최석채씨가 전향하게 된 동기는 어느 기록에도 나와 있지 않지만, 민호씨가 전향하게 된 동기는 단순하다. 

뭐가 그리 좋기에 뭉치기만 하면 골프, 따로 흩어져서도 골프를 하는가가 궁금해졌다고 한다. 민호씨는 골프를 미워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고서 미워하자는 생각에서 골프채를 잡았다. 

"앉아서 하는 놀이 중에 으뜸으로 재미있는 놀이는 마작이요, 누워서 하는 놀이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섹스요, 서서 하는 놀이 중에서는 골프랍니다."

좌우간 민호씨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건 그가 골프채를 잡은 지 일년이 조금 넘을 즈음이었다. 우리 골프애호부대원들이 민호씨의 전향을 쌍수를 들어 환영했음은 물론이다. 

그 후로 골프애호부대의 졸병인 민호씨를 한 단계 승진시켜 줘도 될 만한 사건이 있었다. 

민호씨가 골프라운드를 하고 온 날이었다. 한밤중에 그의 아내는 거실에서 들려오는 예사롭지 않은 인기척에 잠에서 깨어났다. 옆자리에서 더듬어보니 남편이 없었다. 남편이 거실에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안방에 화장실이 달려있으니 이 시각에 남편이 거실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도둑인가 싶어 무서움에 벌벌 떨면서 안방문을 열고 거실 쪽을 내다보았다. 휘엉청 달이 밝아 거실은 희뿌연하게 밝았다. 거실의 집기들이 달빛에 젖어 기괴한 형상으로 살아 있는 듯이 숨을 쉬는데, 민호씨가 속옷만 입은 채로 거울 앞에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달밤에 체조하는 것도 정신병자가 병이 도져야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민호씨가 하는 행동이 바로 달밤의 체조였다. 

두 손을 모아 쥔 채로 위로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몸통을 좌로 꼬았다가 우로 비틀었다가 하면서 보건체조도 아니고 요가도 아닌 이상한 몸놀림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의 얼굴은 웃었다 찡그렸다 희비애락의 갖가지 표정으로 변화무쌍했다. 혼자 구경하기에는 참으로 아까운 광경이었지만, 관람에 동참할 관객이 따로 없었기에 그녀는 혼자서 넋을 잃고 감상했다. 

"나, 방금 심오한 진리를 하나 깨달았지. 임팩트에 머리가 뒤에 남아야 한다는 거. 내가 여태껏 스웨이를 했어."

한참만에야 아내의 출현을 깨닫고, 민호씨가 무릎을 두드리며 한 말이었다. 그녀는 너무도 뚱딴지같은 말이라 언뜻 알아듣지 못하고 눈만 비비고 서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내의 등을 다독거리더니 씩씩하게 안방으로 걸어 들어가 다시 이불을 둘러썼다. 

갓 시집온 새댁인 그녀는 몽유병 같은 난치의 정신병이 있는 사람에게 속아서 시집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희에게 전화를 걸어 신세 한탄을 했다. 

이것이 경희의 입을 통해 퍼진, 한밤중에 들여다본 민호씨네 집 침실 풍경이자, 민호씨가 골프애호부대의 졸병에서 한 단계 승진하게 된 기특한 사유이다. 

"그래도 선친께서 말씀하시길 남자의 마지막 오입은 사냥이라 하셨습니다."

자신의 투항에 대한 발명인지 민호씨가 중언부언했다. 

어느 날 그가 골프채 대신 헌팅마스타를 메고 산으로 들로 헤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골프가 그렇듯이 사냥 역시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묘미를 알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한번 배신한 사람은 다시 배신할 확률도 높다고 한다. 

"여자 사냥이든 짐승 사냥이든 해보세요. 골프를 따라올 만한 스포츠가 있는지..."

경희가 말했지만 나도 동감이었다. 

"사모님, 사장님 공 치고 가세요."

캐디의 지청구에 놀라 돌아보니 공이 저만큼 우리의 뒤에 놓여 있었다. 얘기에 정신이 팔려 하염없이 공을 앞질러 걸었던 것이다. 

얘기를 하느라 리듬이 깨진 걸까. 민호씨가 휘두른 샷이 오른 쪽으로 휘어졌다. 소나무숲 사이로 들어가 버렸다. 오른쪽은 12번 홀이다. 

"7번이나 8번 아이언으로 굴려서 나와야지 공을 띄우면 가지에 걸린다구..."

피칭웨지를 들고 가려는 민호씨에게 꺽정씨가 충고를 한다. 민호씨는 아직까지 그런 기술을 구사하지 못한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어도 민호씨는 꺽정씨의 충언을 받아들인다. 갈퀴로 낙엽을 긁는 듯한 빈스윙 소리가 두 번 들린다. 곧 민호씨가 친 공이 소나무 사이로 굴러 나온다. 

누구라도 18홀 중에 어느 한 홀은 프로골퍼보다 잘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언제나 이 말을 곱씹으며 플레이에 임한다. 

그러나 여기 11홀에서만은 그 말이 통하지 않는다. 여성티가 남성티보다 거의 100여 미터 앞에 나와 있다 하더라도 이 홀에서는 세 번 샷에 그린에 올리기가 만만치 않다. 

나는 이 홀에서 버디를 낚아본 적이 있다. 네 번째 칩샷이 컵에 들어가 주었다. 칩샷이 들어간 경우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다. 파온이 안되는 내 드라이버나 페어웨이 우드 샷을 원망해보기도 한다. 

위기탈출에 성공한 민호씨는 보기, 나는 간신히 네 번 만에 올리기는 했지만 쓰리펏을 범해서 더블보기이다. 투펏으로 마감하지 못했음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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