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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주머닛돈은 절대로 쌈짓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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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골프를 할 때 꼭 내기를 한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일 텐데 무슨 내기냐고 빈정대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부부가 비정한 도박의 세계까지 도달하게 된 데는 우여곡절이 있다. 

서양에서도 남편에게 자동차 운전을 배우면 이혼한다고 한다. 남편에게 골프를 배우면 더 그렇다고 한다. 우리도 이혼의 위기까지 갔었다. 그 위기를 극복하게 된 전환점이 내기이다. 

A부부와 같이 골프를 할 때면 캐디가,

“저기 두 분 정말 부부 맞아요?” 

하고 묻는 일이 왕왕 있다.  A는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서 티를 꽂고 공을 놓아준다. 공을 날릴 방향을 잡아 어깨와 발을 정열을 시켜 주고 내려와서는,

“치세요”

존댓말까지 써준다. A는 아내를 따라다니며 클럽도 골라주고 디봇도 수리해주고 벙커정리도 해준다. 

또 B부부는 A부부와는 정 반대이다. 아내가 티샷을 하고 공이 제대로 날아가는지 마무리 자세를 잡고 페어웨이를 바라보면,

“빨랑 내려오지 않고 머 해!”

B는 아내에게 면박을 준다. 

내 남편은 딱 중간이다. A처럼 살갑게 굴지도 않고, B처럼 뭇 사람들 앞에서 내게 면박을 주지도 않는다. 

“쳐.” 

간단한 단어 하나로 절도 있게 명령한다. 그 때문인지 A의 아내의 골프실력은 나보다 못하고 B의 아내는 나보다 한수 위이다. 

옛날엔 내 남편도 A처럼 자상하기 그지없었다. 

골프장에 나가기 전날이면, 골프채를 닦아주고 와 티와 공과 포크와 마커 등등, 골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챙겨주었다. 

“라운드하기 3시간 전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해. 근육도 깨어나도록 말야.”

이러면서 아침잠이 많은 나를 깨워주었고,

“비에 장갑이 젖으면 그립이 미끄러지니까 장갑은 서너 개 준비해.”

이러면서 비 오는 날에 대비하라고 장갑도 서너 켤레씩 사다주는가 하면, 

“더운 날은 물만 먹지 말고 소금도 함께 먹어서 몸속의 전해질 밸런스를 맞춰줘야 더위를 안 먹어.”

다정하고도 다감하게 정제소금도 가방에 넣어주었다.  

“플레이를 하기 전에 공 번호를 확인하도록. 첫 홀은 몸이 안 풀렸으니 스푼으로 티샷을 하는 게 요령이야. 드라이버 빈 스윙은 두 번 이상 하지 말고 피칭은 적어도 두 번 이상 하는 거 잊지 마.”

이렇게 골프장에 도착해서는 더 칙살맞게 굴었다. 내 남편의 이런 친절을 보는 주위의 친구들은 나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라고 추켜세우고는 했었다. 

요즈음은 우리 부부가 같이 골프를 할 때면 목숨 걸고 지키는 규칙이 있다. 

서로 참견 말기이다. 이리로 치든지 저리로 치든지, 피칭웨지를 잡아야 할 거리에서 드라이버를 잡든지, 고개를 먼저 들든지 좌우로 춤을 추듯 흔들든지, 서로 참견하지 않고  엿장수 가위질하듯 친다. 

언제부터인가, 아니 내가 대충 세 자리 숫자에서 두 자리 숫자를 넘나드는 타수를 치면서부터 일 것이다. 남편은 가르친 대로 못한다고 지청구를 했다. 지청구 정도가 아니라 창피를 톡톡히 주었다. 

“오르막  어프로치를 그렇게 짧게 하면 어떡해?”

핀잔을 주기에 나는 다음 그린에서는 홈런을 날려버렸다. 

“누가 그렇게 산꼭대기까지 날리랬어?”

“세게 치래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이큐가 의심스럽네.”

“마음은 이팔청춘이어도 애 둘 낳고 껍데기만 남은 이 몸...골다공증으로 삐걱대다보니... 그게 마음대로 돼요?”

사소한 다툼은 다반사로 벌어졌고, 

“방카에선 공 일 센티 밑의 모래를 파라고 했잖아...그렇게 일러줬어도...”

온탕냉탕 헤매다가 간신히 그린으로 올라와 헐떡대는 내게 남편은 혀를 끌끌 차며 야단을 쳤다. 

“마음먹은 대로 쳐지면, 여기서 내가 당신한테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겠어? 프로로 입문했지.”

“그래도 내말 안 들으려고 일부러 그렇게 친 거지? 내가 앞으로 당신하고 골프를 하면....”

성을 갈지, 이런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같이 사는 마당에 앞으로 한번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잇새를 삐지고 나오는 그 말은 씹어 삼켰을 것이다.

“안되겠어, 돈 밝히는 당신은 내기를 해야 돈이 아까워서 신중하게 칠 것 같아.”

우리 부부가 공을 치면서 내기를 하게 된 동기는 이렇다. 피 튀기는 혈전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남편 몰래 피나게 연습을 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다시피 여자가 남자를, 더구나 하이핸디캐퍼가 로핸디캐퍼를 이길 수는 없다. 나는 아무리 잘 쳐도 남편이 실수를 연발해 줘야 간신히 본전을 하고는 했다.  

그날은 비굴하게 애걸해서 핸디를 열타 받았다. 머릿속에서 스윙궤도를 그려보고, 공을 떨어뜨릴 방향도 가늠하고, 그린주위를 빙빙 돌며 라이를 읽고 또 읽었어도 나는 매 홀마다 졌다. 핸디로 받은 돈이 전반전에 다 나갔다. 

“여보, 이 돈 내주면 오늘 저녁 생태찌개가 동태찌개로 변하는데... 그래도 좋아?”

어물어물 넘겨보려고 나는 온갖 애교를 동원했다.  

“상관없어. 그 솜씨에 생태든 동태든 다 똑같지 머.”

아아... 이 모욕, 내가 음식솜씨가 아무리 형편없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다. 따져볼 틈도 없이 돈이 나갔다. 

“여보, 이번엔  한우가 수입소고기로 바뀌어도 괜찮아?”

“여지까지도 정육점에서 안 속았으면 당신한테 속았는데 멀.”

사실 남편에게 수입소고기를 한우라고 속여서 먹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완전범죄라고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좌우간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란 건 다 거짓말이다. 나는 남편의 사납게 홉뜬 눈이 무서워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돈을 바치고 말았다.  

“그럼 이번엔 수입소고기가 돼지고기로 바뀔 차례야. 한번 봐주면 안돼?”

“다음 홀에서 버디, 적어도 파라도 해서 만회할 생각은 안하고...”

애원을 했는데도 내 남편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인지 직접 지갑을 열어 강탈해 갔다.  

“이 돈 마저 당신이 빨아먹으면 앞으로 한 달간은 김치만 먹어야 한다구.. 그러니까...이젠 몸으로 때울게. 애들이 영양실조로 아프리카 난민처럼 되면 다 당신 책임이야. 좀 봐줘.”

“어림없는 소리 마. 나이 마흔이 넘은 여자는 몸으로는 안 되는 거야. 고목나무에 물 주기인데 내가 몸값을 받아야지.”

이런 대화가 부부간에 오가도 괜찮은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 홀은 손님접대라는데, 지금은 당신이 나한테 접대하는 거고, 오늘밤엔 내가 접대하면 되잖아. 정성을 다하여.....”

마누라가 이렇게 애소를 하는데도 안 넘어가면 그건 한 이불 둘러쓰고 자는 남편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 남편은 여우같은 마누라의 꼬리 아홉 개 흔들기 작전에는 당연히 넘어간다. 

“딱, 한번만 받아주는 거야. 대신에 다음에 나올 때는 첫 홀부터 배판이야. 그리고 약속 지켜야 해. 오늘밤 정성을 다한다는 말.”

남편의 다짐을 귓전으로 들으며 나는 혀를 낼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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