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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8선만큼 넘기 힘든 언어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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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이고 차별적인 우리 사회는 소수자가 뿌리를 내리기는 여전히 벽이 높은 끼리 문화가 팽배하다. 그 중에서 해마다 늘어나는 새터민 또한 수많은 ‘같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차이’ 때문에 받는 차별로 신음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부색이 가장 먼저 차이를 인식 하게하는 외면적 요소라면, 새터민에게는 언어가 그렇다. 숙명여대 문금현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새터민들이 언어 차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며 남한말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말 남발하는 남한사람들
새터민들을 가장 당황하게 하는 남한의 언어 표현은 무엇일까? 바로 ‘전화할게’ ‘조만간 술 한잔 하자’ ‘자주 만나자’ 같은 빈말이다. 새터민 대부분은 남한 사람들이 의례적으로 ‘술 한 잔 해요, 전화 할게요’라고 하는 경우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연락을 기다렸지만 그 뒤로 연락이 없거나 연락이 끊겨 실망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었다.
특정 상황의 요청에 대한 거절 표현에 있어서도 남한 사람들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했다. 새터민들은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게 배려하면서 거절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바로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경향이 높았다. 빈말하고 돌려서 말하는 문화가 남한에 보다 팽배한 것을 알 수 있다.
사과 표현의 경우 북한에서는 ‘미안하다’라는 말이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남한에서는 잘못을 한 경우 상대가 반드시 사과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정착 초기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감사 표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새터민들은 남한사람들이 감사 표현을 너무 자주 한다고 느끼며, 동료끼리 칭찬하는 경험이 많지 않아 칭찬하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남한 사회에 적응해 가며 남한사람들처럼 감사 표현도 즉각적으로 하고 칭찬 표현에도 점점 익숙해지게 됐다고 한다.
외래어가 가장 어려워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역시 어휘력이었다. 한자어 또한 북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만큼 어려워했다. 숙명여대 문금현 교수팀이 새터민 100명을 상대로 테스트한 결과 702개의 조사 어휘 중 정확도가 60점 이하인 단어들은 외래어가 전체의 80%에 달했다.
새터민이 어려워하는 외래어를 예를 들면 ‘스케이트’를 ‘스케트’로 ‘킬로그램’을 ‘키로그램’으로 잘못 사용한다거나 ‘스카이라운지’나 ‘클로즈업’ 같은 단어는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휘력과 설문결과 간의 상관 관계 분석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는데, 첫째는 남한어 학습에 대해 어려움을 크게 느끼는 새터민일수록 어휘 정확도에 있어 다른 새터민들보다 우수하다는 점이고, 둘째는 언어 차이로 인한 생활의 불편을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어휘 정확도가 높았다는 점이다.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어휘력이 높음을 알려 주는 증거라 하겠다.
언어 적응 기간 3년
흥미로운 점은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결과가 약간 다르게 나왔다는 것이다.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언어 차이로 인한 생활 불편 정도에 대해 ‘보통이다’가 36%, ‘별로 못 느낀다’ 28%, ‘전혀 못 느낀다’가 15%이고, ‘많이 느낀다’ 18%, ‘매우 많이 느낀다’ 3%가 나타났다. 물론 언어 차이로 인해 불편을 느끼는 사람보다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지만 심층면접에서는 이보다 더 심리적 위축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남한에 살면서 언어 차이를 느끼지 않게 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의 소요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12개월이 30%, 24개월이 14%, 18개월이 8%, 36개월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이 32%로 대체로 새터민들은 3년은 지나야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남한 사람처럼 말하도록 노력 하겠다’ 13%밖에 안 돼, 69%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대답,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애착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어를 잘 이해하고 유창하게 사용하면 보다 나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별로 그렇지 않다’ 30%, ‘그렇다’와 ‘그렇지 않다’가 각각 19%, ‘보통이다’는 21%로 나타나 언어 문제를 남한 생활에 크게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북한어를 사용하면 남한 사람들이 무시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그렇다’ 13%, ‘보통이다’ 30%, ‘별로 그렇지 않다’ 23%. ‘그렇지 않다’ 26%로 나타났다. 또 ‘남한사람처럼 말하도록 노력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매우 그렇다’ 1%, ‘그렇다’ 12%, ‘보통이다’ 17%, ‘별로 그렇지 않다’ 26%, ‘그렇지 않다’ 43%로, 남한어에 동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지 않았다. 북에서 이주는 했지만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1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 결과는 언어 차이로 인한 장벽감이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새터민들은 언어 차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며 남한의 말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남한어를 잘 이해하고 유창하게 사용하면 보다 나은 직장에 다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10명 중에 7명이나 됐다”고 말했다.
교육 잘 이루어지지 않아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통해 새터민들에 대한 언어 재교육의 필요성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하나원’에서 언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하나원’에서 생활하는 10주 동안 교육생들의 관심은 직업 및 거주지 결정에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먹고 사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언어학습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높지 않다. 더구나 하나원에서는 언어 학습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체 프로그램에서 언어 학습 배정 시간이 높지 않아(전체 360시수 중 언어교육 21시간)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새터민들이 언어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한 정착 1년 후 즈음에 새터민들에 대한 언어 재교육을 실시한다면 남한 사회의 정착이 좀 더 용이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국립국어원은 2007년부터 시작되는 제1차 국어발전기본계획(2007~2011)에 새터민들을 위한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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