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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로스쿨은 고위층 ‘금수저’ 대물림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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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로스쿨의 '금수저'들

[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지난2001년 800만명이 본영화 '친구'(감독 곽경택)에서 주인공 '준석'(유오성), '동수'(장동건) 등의 고교 시절 한 교사는 시험을 망친 학생들의 뺨을 때리며 묻는다.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이 말의 무게는 각기 다르게 다가온다. '금수저' '흙수저'로 표현되는 불평등 구조가 청춘들을 옥죄고 있는 탓이다.

과거 많은 미꾸라지는 개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용이 돼 승천했다. 이중 '사법시험'은 순혈주의와 학벌 문제 등 많은 병폐를 낳았지만, 미꾸라지를 용의 반열에 올리는 대표적인 사다리였다. 2009년 사법시험을 대체할 제도로 '로스쿨'이 도입될 당시 우려와 반대가 쏟아졌다. '있는 집' 자녀들이 대거 몰리는 귀족학교가 되고 현대판 음서제로 운영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강경했다. 그는 '법조 삼륜'의 강력한 카르텔을 무너뜨릴 방법은 누구나 법조인이 되기 쉽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가장 정의로운 길이라고 믿었다. 이제 세 번째 로스쿨 수료생들이 배출됐다. 지금 로스쿨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는 곳이 됐다. 로스쿨은 고관대작의 아들, 딸이 가장 쉽게 법조인으로 변신하는 길이 되고 있다.

아버지가 감사원 국장인 아들은 로스쿨을 거쳐 감사원에 취직했다. 감사원이 로스쿨 출신을 채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아버지가 로스쿨 교수인 어느 학생은 아버지의 학교에 입학해 아버지의 수업을 들었다.

또 어느 정치인의 딸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도 전에 유명 로펌에 취직했지만 정작 변호사 시험에서 떨어졌다.

다른 정치인의 아들은 불행히도 10년 동안 사법시험을 치러 1차 관문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로스쿨로 방향을 틀었다. 그 역시 졸업하자마자 역시 유명 로펌에 취직했고 다시 1년 만에 검사로 특별채용됐다.

고위층 자녀라고 해도 아무런 노력 없이 법복을 거머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버지의 직위와 재력으로 남보다 조금 더 돈 걱정 없이 공부하고 조금 더 쉽게 취직하는 것 뿐이다.

그들은 사실 죄가 없다. 주어진 것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진짜 문제는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라고 묻는 사회에 있다. 운영된 지 7년째, 세 차례 졸업생을 배출한 현재 로스쿨의 모습은 애초 우려했던 그대로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로스쿨의 '금수저'들

19일 바른기회연구소를 통해 로스쿨에 입학한 일부 학생들의 명단을 확보한 결과 정치권과 기업인,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고위층'이라고 불릴만한 인사들의 자녀가 대거 로스쿨에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고위층 자녀들은 아버지가 교수인 로스쿨에 들어가거나, 수료한 뒤에도 아버지와 관련 있는 직장에 취업하는 일이 어렵지 않게 보인다는 점이다. 주로 대형 로펌과 대기업 법무팀 등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일부 사례를 보면, 검사 출신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은 중앙대 로스쿨에 들어갔다. 권 의원 역시 중앙대 법대 출신이다. 신기남 새정치연합 의원의 딸은 연세대, 아들은 경희대 로스쿨에 들어갔다.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의 아들은 서울대 로스쿨을 마치고 법무법인 세종에 입사했다.

남일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아들은 고려대 로스쿨을 수료하고 감사원에 취직했고, 감사원 국장 출신의 B모씨의 아들도 서울대 로스쿨을 마치고 감사원에 채용됐다.

손용근 전 사법연수원장의 아들과 딸은 모두 서강대 로스쿨을 수료했고, 안창호 헌법재판소장의 아들은 성균관대 로스쿨을 나왔다. 서현수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의 딸은 아버지가 고문으로 있는 법무법인 삼우에 취직했다.

현병철 전 국가인권위원장의 아들은 한양대 로스쿨에 들어갔다. 현병철 전 위원장은 한양대 법대에서 20년 넘게 재직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아들은 충남대 로스쿨에 들어갔다.

법무법인 율촌의 파트너 변호사 이모씨의 딸은 서울대 로스쿨을, 삼성전자 S모 부사장의 딸은 연세대 로스쿨을 각각 나와 아버지 회사에 취직했다.

민 모 전 전주지검장의 딸은 연세대 로스쿨을 나왔고, 박홍대 부산고등법원장의 아들은 부산대 로스쿨을 나와 지역인재 할당 전형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에 입사했다. 대한변협 부협회장을 지낸 오모씨의 딸은 전남대 로스쿨을 나와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에 취직했다.

부산대 로스쿨 교수 B씨의 아들과 딸은 모두 부산대 로스쿨에 들어갔고, 건국대 로스쿨 교수인 H씨의 딸도 건국대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로스쿨이 가장 쉬웠어요”

이처럼 고위층 자녀가 로스쿨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그들에게는 비교적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비싸다고 알려진 학비도 고위층에게는 큰 무리 없는 정도이고 입학과 수료도 사법시험보다 쉬운 편이다.

우선 로스쿨 학비를 보면 학비가 가장 비싼 곳은 연 2189만원의 등록금을 기록한 성균관대다. 이어 고려대 2074만원, 연세대 2047만원, 한양대 2013만원, 경희대 1997만원 등 사립학교 로스쿨의 등록금은 연간 2000만원을 넘거나 육박한다.

국립대 로스쿨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충남대는 연간 964만원으로 전국 로스쿨 중 가장 등록금이 낮았고, 이밖에 충북대 982만원, 부산대 990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전체 로스쿨의 평균 등록금은 연 1532만원이었다.

사립대 로스쿨을 3년 동안 수료하려면 약 6000만원의 학비가 들어간다. 여기에 책값과 생활비를 합치면 로스쿨을 수료하기 위해 써야 할 돈은 1억여 원에 달하게 된다.

각종 장학금 혜택을 고려하면 등록금 부담이 조금 낮아질 수 있으나 애초부터 높게 설정된 학비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강력한 '문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연간 2000만원을 웃도는 학비는 부유한 자의 편에서 본다면 가장 '편한 길'이지만, 가난한 자의 편에서 본다면 '막힌 길'이 되고 있다.

또 로스쿨은 입학과 수료가 비교적 쉽다는 점도 고위층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입학절차를 보면 대부분의 로스쿨은 입학전형에서 법학적성시험(리트·LEET)와 영어점수, 면접전형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로스쿨에 입학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시험은 '면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영어점수와 리트의 점수가 엇비슷해 1~2점으로 당락을 가를 수 있는데 이때 변별력을 가지는 것이 면접이기 때문이다.

면접이 워낙 큰 변별력을 갖다 보니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교수들끼리 '학생 품앗이'를 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로스쿨 교수들끼리 서로 자기 학교에 다른 로스클 교수 자녀를 입학시켜준다는 얘기다.

이렇게 로스쿨에서 3년 동안 공부를 하면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법조인이 될 수 있다. 물론 로스쿨에 입학하면 공부하는 동안 치열한 내신성적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할 때 치르는 변호사시험의 성적과 순위가 공개되지 않으므로 로스쿨 학생들의 순위를 보여주는 것이 내신성적 뿐이기 때문이다. 이를 잘 거둬야 원하는 곳에 취직이 가능한 구조다.

마지막 관문인 변호사시험은 사법시험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에 가깝다. 정부는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을 법으로 75%까지 보장하며, 실제 합격률은 70%대를 웃돈다. 올 1월 치러진 제4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입학정원 대비 78.25%, 응시자 대비 61.1%다.

실제로 여권의 유력 정치인 A씨의 아들은 10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했으나 계속 실패하다 결국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는 로스쿨을 수료하자마자 유력 로펌인 A사에 입사했고, 다시 1년 만에 특채로 검사로 임용됐다. 결국 3년간 약 1억원을 쓰고 적당한 수준의 학업능력만 갖추면 절반 이상 법조인이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조성환 바른기회연구소 소장은 "고관대작의 자녀들에게 로스쿨은 매우 매력적인 곳"이라며 "누구나 법조인이 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현대판 음서제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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