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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자의 절규 “젊음을 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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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자의 절규 “젊음을 돌려다오”


사회로부터 강요받은 ‘늙음’…노인 일상 답습, 가장 위상도 떨어져


국에서
한창 일할 나이인 50대 남성은 이미 노인이다. IMF와 함께 이들의 ‘늙음’은 시작됐다. IMF 당시 정리해고의 주 타깃이 됐던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사람들이 현재 50대의 구성원이다. 중년에서 장년이 아닌 바로 노년으로 그들은 편입된 것이다. 생물학적인 나이는
사회적 나이를 이기지 못 한다. ‘집에서 푹 쉴 것’을 권고 받으면서 그들은 노인의 일상을 답습하기 시작했고, 경제적 능력을 상실해 가장으로서의
위상도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는 몇 년 사이 사회는 엄청나게 변해서 다시 편입할 엄두도 나지 않거니와 받아주지도 않는다.


구조조정 칼바람의 희생자

자식들 대학도 막 졸업시키고 어려운 고비는 다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S실업에 다니는 황모씨(55)는 요즘 가슴이 답답하다. 딸아이(25·회사원)가
아들녀석(27·회사원)을 제치고 느닷없이 결혼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재산이라고 봐야 탁탁 털어도 먼지밖에 나오지 않는다. 황씨가 재취업을 한 것도 이제 고작 1년이 채 못 된다.

그도 한때는 잘나가던 대기업의 간부였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결국 그는 쓰러졌다. 회사에서 배우라던 컴퓨터도 못하고, 영어는 입사
이후 손을 놨다. 위에서는 눈치를 주고 아래로부터 치고 올라오는 젊은 사람들이 무서웠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막막했다.

재테크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착실히 저축만 했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기 이태 전에 평수가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데 그간 모아뒀던 돈을 다 쏟아
부었다. 그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부러움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봤다. 어느 모로 보나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마지막 자존심이던 집을 팔아야 할 판이다.

아내와도 대화가 부쩍 줄었다. 그가 대기업을 그만두면서부터 시작된 냉전이다. 모자랄 것 없는 집안에서 자라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생활을
했던 아내는 잘 견디지 못한다. 동창들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 눈치다.

요전에는 “남편이 돼 가지고…”라는 말까지 들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작은 회사라 대출 받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친구들에게 빌릴 처지도
아니다.

옛 직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과는 연락을 끊은 지 오래다. 현재 그가 만나고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일선에서 은퇴한 ‘젊은 노인들’이다. 가끔씩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는데 안주거리는 거의 ‘옛날의 화려했던 시절’이다. 하도 씹어서 이제는 신물이 난다. 그래도 내색은 할 수 없다. 그
영광을 빼고 나면 너무나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기 때문이다.


재취업
거의 못 하는 50대


그래도 황씨는 운이 좋았다. 고향친구가 일을 도와달라며 지금의 직장에 그를 “모셔” 온 것이다. 채 열다섯 명이 넘지 않는 작은 완구판매회사
대표인 친구는 대기업에서의 경험과 실력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대기업 총무부에서 일했던 그로서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회사의 재정상태라든지 돌아가는 사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몇 달 전부터는 회사수익도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해 보람도
느끼고 있다.

그의 술친구들은 이미 직장 갖기를 포기한 사람이 많다. 특별한 기술이 있다거나 연구, 전문직종이 아니기 때문에 재취업을 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지난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취업전문업체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50대 이상 노령인구의 구직활동을 조사한
결과 전체 구직자(21만1,464명) 가운데 50대 이상의 구직자는 0.27%(574명)에 불과했다.

구직자 대부분은 자신만의 기술력을 갖춘 기술직이거나 전문직이었다. 이와는 달리 일반 사무직, 정보통신, 인사, 총무 분야의 구직자는 1∼3%대에
불과했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의 기술, 능력을 살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반면,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일반 사무직 종사자들은 자신이 하던 일
외에는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데다 나이제한 등으로 자신감을 잃고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하고 있었다.

50대 이상의 재취업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기업들이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구직자들은 예전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사무직을 희망하지만
구인 기업의 채용공고는 20∼30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경험에서 얻은 지식과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과 같다. 따라서 그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진취성이나
창의력은 젊은이들에 비해 떨어질지 몰라도 일처리 만큼은 안정적이고 숙련된 솜씨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행복이란 단어가 낯설어

황씨는 생활을 즐기며 사는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을 보면 최근 들어 부쩍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1997년 8월말부터 1998년 7월말까지
1년 동안 아내와 함께 맏딸 조예솔과 쌍둥이 자매인 한빛, 한별 등 세 딸을 데리고 세계일주를 다녀왔던 ‘조영호 가족’이 다시 세계여행을
계획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참 행복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가족이 그처럼 행복했던 적이 있던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런데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굳이 뽑으라면 자식들이
턱하니 명문대에 그것도 단번에 붙어주었을 때와 큰 집을 마련했을 때 정도. 정말 기뻐해야 할 딸아이의 결혼소식은 오히려 더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걱정에 치이다보니 그는 새해 들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담배를 피면 속이 많이 아프다. 혹시 정말로
이상이 온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50대 치매환자와 암환자가 크게 늘었다는 뉴스는 그를 섬뜩하게 만든다. ‘조만간 꼭 병원에
찾아가 봐야지’ 다짐하면서도 정작 큰 병이라도 발견될까봐 병원문턱을 넘은 적이 없다. ‘참 소심해졌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는 ‘병에
걸렸으면 돈이 들잖아. 형편도 어려운데’라며 스스로 핑계거리를 찾는다.

황씨는 요즘 수도권 인근 시골로 이사가는 것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내 옷보다 너무 큰 집을 팔아서 딸아이를 결혼시키고, 남은 돈으로는
전원주택을 마련해 아내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직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조만간 용기를 내 가족회의를 열고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다. 아내가 찬성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자리를 잃고 헤매는 도시보다는 시골이 낫지 않겠냐’고 진심을 털어놓으며 설득해 볼 생각이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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