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05 (목)

  • 맑음동두천 4.1℃
  • 맑음강릉 7.4℃
  • 맑음서울 7.1℃
  • 구름많음대전 7.6℃
  • 구름많음대구 5.1℃
  • 흐림울산 8.5℃
  • 맑음광주 10.5℃
  • 구름많음부산 11.0℃
  • 맑음고창 10.3℃
  • 맑음제주 13.6℃
  • 구름많음강화 5.6℃
  • 맑음보은 4.3℃
  • 맑음금산 6.1℃
  • 맑음강진군 11.0℃
  • 맑음경주시 6.5℃
  • 맑음거제 9.5℃
기상청 제공

사회

[기획]“따뜻한 방 있으니 쉬었다가요”

URL복사

거리로 나선 쪽방촌 할머니들…“아가씨가 5만원”
“50년 일해 자식 셋 키워”…성매매 알선이 유일 생계수단

[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아가씨들은 돈만 주면 얼마든지 불러주지. 자고 가요” 지하철 막차시간을 앞둔 밤 11시30분께 서울역광장. 행인들이 추위에 옷깃을 단단히 여민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같은 시각, 광장 출입구 앞으로 6~7명의 할머니가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이들은 뒷짐을 진채 약속이나 한 듯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할머니는 유유히 행인에게 다가갔다. “막차 끊겼으니 자고 가요”, “방 있어요 방”, “따뜻한 방 있으니 쉬었다가요” 힘없이 작은 목소리로 쉴 새 없이 말을 걸었다. 무심히 발걸음을 돌리는 행인을 향해 광장의 할머니는 추가 제안을 했다. “여기 아가씨 있어요. 5만원.”

서울 도심 한복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에서 이렇듯 공공연하게 성매매 알선이 이뤄지고 있었다. 쪽방촌 할머니들은 모두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다. 성매매는 손님을 끄는 일종의 영업 수단이다. 상주하는 성매매 여성은 없지만 손님이 원할 경우 출장서비스 여성을 불러준다. 아가씨가 있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50대 후반에서 70대 중장년층 성매매 여성들이 이곳으로 출장을 온다.

◆경찰서 30m 거리서 성매매 알선… “처벌만이 대책 아냐”

서울역광장에서 나와 남산 방향으로 걷다보면 호텔, 대기업 사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좀 더 걸음을 옮기면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풍경의 쪽방촌이 위치하고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쪽방촌에서 걸어서 1분도 안 되는 거리에 경찰서가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이곳은 큰 규모의 유흥업소가 위치한 지역이었다. 이후 재개발을 거치며 하나 둘씩 사라졌고, 현재의 재개발 구역으로 묶인 쪽방촌만이 옛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에 위치한 쪽방 건물은 대략 10여 채. 대부분 4~5층으로 지어졌다. 한 층에는 방이 10개씩 있으니 한 건물에 40~50개의 방이 있는 셈이다. 할머니들은 건물의 주인이거나 관리인이지만 일부는 세를 내고 영업을 한다.

할머니를 따라 들어간 쪽방 내부에는 나무문이 좌우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방 하나는 기껏해야 2평 남짓. 사람 두 명이 누우면 꽉 차는 수준이다. 오래된 건물인 탓에 안에서 쿰쿰한 냄새가 났다.

대체로 욕실이 없는 방은 2만원에 거래가 된다. 욕실이 있으면 3만~4만원을 받는다. 서울역의 노숙인 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에게는 한 달에 24만원을 받고 장기계약을 맺는다. 하루에 8000원 꼴이다.

쪽방촌은 남대문경찰서 지척에 자리잡고 있다. 경찰이 밤중에 서울역광장을 순찰하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이 단속을 주저하는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도 2~3번 단속을 했고, 그 때마다 벌금 20만원의 처분을 내렸다"며 "할머니들의 경제적 사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들이 벌금을 내기 위해 또 어떻게 할까 싶어서 단속을 해놓고도 마음이 안 좋았다"며 "그 양반들도 어떻게 보면 불쌍하다"는 속내를 밝혔다.

또 "우리가 얼굴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할머니를 무조건 단속하는 건 아니고 먼저 계도를 하고,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며 방침을 설명했다.

할머니들도 간간이 벌어지는 경찰 단속 상황에서도 이 일을 그만둘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강변한다.

손님을 찾아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던 A할머니는 "(성매매 알선) 이거 불법이잖아. 경찰이 보는데서 영업을 하면 뭐라고 하지. 그렇지만 단속에 걸리는 거야 재수지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지팡이를 짚고 일하는 B할머니는 "단속이 필요 없어. 쪽방이니까 없는 사람이 사는 거 다 알잖아"라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여기는 경찰서 근처라 손님하고 싸우면 안 되기 때문에 어린 사람은 못 써. 매너가 나쁘면 안 되잖아"라며 "(성매매를 온) 여성이 손님하고 싸우지 않고, 또 잘해주니까 조용하잖아"라고 귀띔했다.

◆“50년 일해 자식 셋 키워”…성매매 알선이 유일 생계수단

대부분의 할머니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걸린 탓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곳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 70~80대 노인이다. 고령에 걸음걸이가 불편한 이들도 많다. 이 일이 아니면 다른 생계수단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열심히 손님을 쫓던 C할머니는 "매일 12시에 나와 새벽 2~3시간씩 영업을 한다"며 "운이 좋아야 하루에 손님 한 두 명을 데려온다. 요새는 다 좋은 데로 가지 뭐하러 이런데 찾아오겠나"라고 푸념했다.

B할머니는 "우리 아저씨가 3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이렇게 지금까지 살아왔어. 그러다가 6월에 중풍을 맞아 지금 병원에 있어. 움직이지 못해"라며 "내가 집안의 가장이라 돈을 벌어야지"라고 말했다.

작은 체구에 검버섯이 많이 핀 D할머니도 "여기서 일한지 15년 됐어. 내 방은 아니고 세를 내고 하는 거야"라며 "자식들은 시집, 장가가서 지들끼리 잘 살아. 나하고 할아버지 둘만 사는데 나이 먹고 이제 아파서 일도 못해. 근데 이 일은 편한 시간에 나와서 할 수 있잖아"라고 설명했다.

두꺼운 점퍼에 곱슬 파마를 한 E할머니는 "아들 셋을 가르치다보니까 이곳에만 한 50년 있었지. 다 가르쳐서 장가보내고 나니까 늙은이만 남았어. 영감도 작년에 떠나보냈고…"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자식들이 다 괜찮아. 저희들 밥은 먹고 살아"라며 "나 혼자 먹고 살아야 하는데 요즘 장사가 안 돼. 그래서 날씨 좀 좋으면 나와 보고, 추우면 못 나오고 하지"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새벽 2시. 깊은 어둠과 추위가 서울역광장을 뒤덮고, 인적이 사라지고 나서야 할머니도 하나 둘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불법과 생업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서울역광장을 삶의 터전으로 잡은 할머니들. 이들의 하루가 이렇게 또 흘러갔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Sh수협은행, 美 LACP 비전 어워즈 금상 수상 ... “지속가능경영 성과 국제적 인정”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Sh수협은행은 미국 커뮤니케이션 연맹(LACP)이 주관하는 ‘2024/25 비전 어워즈(Vision Awards)’에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고 5일 밝혔다. ‘LACP 비전 어워즈’는 2001년부터 전 세계 기업과 기관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평가해온 세계 최대 규모의 보고서 경연대회다. 올해는 전 세계 1,000여 개 이상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Sh수협은행은 이번 대회에서 총 8개 평가 항목 중 ▲보고서 표지 ▲경영진 메시지 ▲보고서 서술 내용 ▲재무 섹션 구성 ▲창의성 ▲정보 접근성 등 6개 항목에서 만점을 기록하며 100점 만점에 총점 98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Sh수협은행은 해당 분야 금상 수상은 물론, 전 세계에서 출품된 보고서 중 성적이 우수한 상위 100개 기업을 선정하는 월드와이드랭킹에서 52위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신학기 수협은행장은 “비전 어워드 첫 출전에서 거둔 글로벌 100위 진입은 수협은행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값진 결과”라며, “앞으로도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투명하고 충실

정치

더보기
윤희숙, 서울특별시장 출마 선언...“윤석열과 절연 주저하면 심판, 용적률 500% 제4종 일반주거지역 도입”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특별시장에 출마할 것임을 밝혔다. 윤희숙 전 의원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지금 대한민국을 힘으로 짓누르며 나라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이번 지방선거로 서울마저 장악하게 된다면 대한민국과 서울은 모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질 것이다”라며 “제가 사랑하는 서울이 끝없이 추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저는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을 지키고 다시 일으키는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저는 작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계엄과 파면에 대한 당의 입장변화를 촉구하며 단호하게 절연을 주장했다. 역사의 준엄한 흐름을 거슬러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며 “만약 당 지도부가 지금처럼 결단을 주저한다면 결국 지방선거라는 심판대에서 국민의 선택으로 매듭지어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윤 전 의원은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과거에나 지금이나 예외 없이 세금폭탄, 대출 봉쇄, 투기꾼 사냥, 이 3종 세트로 부동산 시장을 초토화시켰다. 그러나 지금같이 가파른 공급 절벽을 넘는 길은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신라 천 년의 울림을 만나다... ‘성덕대왕신종’ 디지털 영상 공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성덕대왕신종을 주제로 한 디지털 실감 영상을 새로 만들어 공개한다. 이번 영상은 신라미술관 1층 디지털영상관에서 상영되며, 프로젝션 맵핑 기술과 9.1 채널 입체 음향을 통해 종의 울림과 조형을 생생하게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영상은 성덕대왕신종의 소리와 문양, 명문(銘文, 새겨놓은 글)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하여, 관람객이 종에 담긴 기술, 조형 특징, 제작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 같은 구성으로 신라의 뛰어난 과학기술과 미적 감각은 물론, 종을 제작한 배경과 그 의미를 실감 영상이라는 매체로 감동을 극대화하였다. 영상의 첫 부분은 성덕대왕신종의 실제 종소리를 바탕으로 종의 깊고 장엄한 울림을 재현하여 관람객이 몰입할 수 있게 하였다. 이어지는 두 번째 부분에서는 거푸집 위에 문양이 새겨지고, 쇳물이 채워지는 등 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완성된 종의 문양과 명문 등의 요소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높이가 3.6미터에 이르는 종의 크기로 인해 실제 관람 시 보이지 않는 용뉴(龍鈕, 종 꼭대기의 장식) 부분까지 영상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