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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 ‘조드윅’ 조승우와 ‘뽀드윅’ 조정석, 뮤지컬 ‘헤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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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이경숙 기자]80년생 동갑내기인 '조드윅' 조승우(36)와 '뽀드윅' 조정석(36)이 록 뮤지컬 '헤드윅: 뉴 메이크 업'에 출연한 3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은 난리가 났다.

약 2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즌은 뉴욕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브로드웨이 공연에 맞춰 '뉴 메이크업'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지난 1일 개막했고, 이날 조승우(1일 출연)와 조정석(2일 출연)은 이번 시즌에서 두 번째로 헤드윅을 연기했다.

조승우가 출연한 오후 3시 공연, 조정석이 나온 오후 8시 회차 모두 객석에 관객이 가득 들어찼다. 핫팬츠를 입고 금발 가발을 두 사람에 대한 환호에 공연장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피케팅'(피 터질만큼 치열한 티케팅)의 주인공인 조승우는 "평일 낮부터 왜 이렇게 많이 왔어"라고 웃으며 되물었다.

동독 출신 실패한 트랜스젠더 록 가수 '한셀'의 이야기다. 결혼을 위해 이름을 '헤드윅'으로 바꾼 그는 성전환수술을 받지만 버려진다. 이후 미국에서 록스타의 꿈을 키우게 된다.

조승우의 '헤드윅'은 여전히 능수능란했다. 특히 무대 위에서 애써 힘을 들이지 않아도 캐릭터의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힘이 있는데 이 역에서 극대화된다.

15세 이상 관람가다. 15세가 있는지 확인할 정도로 질펀한 농담과 제스처를 일삼는데, 그래서 맨 밑바닥으로 떨어진 원작 캐릭터의 본질에 가닿는다.

조승우는 사실 기교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대사를 말하듯 노래하는 배우를 손꼽기는 힘들다. 거듭, 오페라나 종교극 따위에서 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인 레치타티보를 그가 뮤지컬에도 적용시키는 듯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조승우의 노래는 노래처럼 들린다기보다 선율이 있는 대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더 정서적으로 가닿는다. '헤드윅'의 주제를 응축한 곡 중 하나인 '디 오리진 오브 러브(The Origin of Love)'의 서정적인 선율은 그의 목소리의 힘을 빌려 뭉클함을 껴입는다.

'헤드윅'은 배우들의 애드리브 등 즉흥 연기에 상당 부분을 빚진다. 그래서 조승우의 '헤드윅'과 조정석의 '헤드윅'은 완전히 다르다.

2년 만에 관객들을 만난 조승우의 헤드윅은 여전히 내숭 없는 몸짓과 말이 세월의 흔적을 더해 한층 관능적으로 변했다. 2011년 이후 5년 만에 '헤드윅'에 출연한 조정석은 설렘이 오롯하게 묻어나면서 청춘의 뜨거움으로 펄떡거렸다. 조정석은 몇 번이나 무대 밑으로 뛰어들어갔다. 대신 조승우는 수위를 넘나드는 농담으로 10분 간 수다를 더 떨었다.

조정석 역시 자신을 스타덤에 올린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캐릭터가 겹쳐질만큼, 여전히 수다스러움을 자랑했는데 거기에 한층 더 애교와 애드리브로 무장했다.

극중 헤드윅은 자신의 반쪽으로 여긴 록스타 토미 노시스의 뉴욕 타임스스퀘어 공연을 따라 건너편 브로드웨이 극장을 빌렸다. 그러면서 두 곳의 위치를 구급 맵으로 보여주는데, tvN '꽃보다 청춘'에서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면서 구글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사용한 조정석은 이를 언급한다.

자신의 농담에 관객들이 웃지 않은 상황에서 게다가 넘어지기까지 할 때 "웃기고 자빠져야 하는데…"라는 너스레로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전환하거나, 드러머 신석철과 함께 영화 '위플래쉬'의 장면을 패러디하는데 관객들이 별 반응이 없자 "이것은 (애드리브로) 하지 말아야 겠다"고 말하는 등 내내 여러 시도를 하면서 오랜만에 헤드윅을 맡아 즐기는 모습이 느껴졌다. 가창할 때의 중후한 목소리로 록 창법에 어울리는 그는 특히 '위그 인 어 박스(Wig in a Box)'를 가장 록스럽게 편곡한 버전에서 빛났다.

조승우와 조정석은 이 같은 차이에도 '손을 들어'라는 절규가 빛나는 마지막 넘버 '미드나이트 라디오'를 부를 때는 저마다의 고뇌에 찬 모습을 각자 만의 방식으로 적확히 보여준 것 같았다. 조승우의 '미드나이트 라디오'가 서정적인 반면, 조정석의 '미드나이트 라디오'는 뜨거웠다.

헤드윅이 브래지어에 감췄던 토마토 2개를 손에 쥐고, 몸 곳곳에 문지르는 순간. 배우와 관객들의 마음은 뭉개진 토마토처럼 짓이겨진다. 그런데 두 배우 모두 이전 버전보다 이 부분에서 절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존 300~400석의 소극장 규모에서 700여석 짜리 중극장으로 오면서 생긴 변화로 보이는데 좀 더 감정의 객관성을 지켜보고 헤드윅, 나아가 여전히 권력에 기대어 편견으로 세상을 보는 현실을 직시하는 효과를 준다. 대신 헤드윅 날것의 정서에 공감할 여지는 좀 줄었다. 헤드윅이 기존 소극장에서는 객석을 지나서 퇴장하는데 이번에는 무대 뒤로 나가는 점도 변화다. 표정을 보며 공감했는데 이제 그의 마음을 상상하게 된 것이다.

줄거리는 큰 차이가 없는데 이번 버전이 기존 버전과 가장 다른 점은 무대다. 중극장으로 오면서 폐차 20여대가 무대에 가득 들어찼고 그 가운데, 전면이 활짝 열리는 트레일러가 자리잡았다. 헤드윅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그의 생활에 좀 더 현실감을 준다. 다양한 가발이 들어차 탄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조승우는 이 공간을 뮤지컬 '분노의 질주'를 올리려다가 망한 곳으로, 조정석은 폐차장을 배경으로 한 고양이들의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로 설정했다.

'슈거 대디'를 비롯해 넘버들의 편곡 사운드가 좀 더 세지고 강렬해졌다. 다만 이 공연장 자체의 스피커 사운드가 탁월하지 않아 종종 노래와 음악이 뭉개지는 건 아쉽다. 대신 기존의 자그마한 모텔 리버뷰가 아닌 뮤지컬 공연장으로 설정한만큼 록공연장에 온 듯한 분위기는 든다. 클럽 분위기를 아쉬워하는 마니아들도 있을 법하긴 하다. 대신 카메라가 헤드윅이 등장하고 무대 밑으로 내려갈 때, 오븐에 머리를 넣을 때 그의 얼굴을 자세히 비춰 아쉬움을 던다.

'헤드윅'은 영화배우 겸 감독 존 캐머런 미철이 극본과 가사를 쓰고 기타리스트 스티븐 트래스크가 곡을 붙였다. 미철은 '헤드윅'의 오리지널 캐스트이기도 한데 화려한 비주얼과 양성애적 특징인 '글램 록' 뮤지션들인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루 리드, 이기 팝 그리고 데이비드 보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헤드윅이 극중에서 직접 이들을 거명하는데 이날 조승우와 조정석은 최근 세상을 떠난 보위를 기리기도 했다.

헤드윅은 오븐 속에서 리드의 '워크 온 더 와일드 사이드(walk on the wild side)'를 함부로 부를 수 없다며 코러스만 따라 부르려 한다. 록 콘서트를 연상케하는 화끈한 앙코르가 끝난 뒤 '헤드윅'의 넘버를 함부로 흥얼거리지 못하는 관객들의 마음 역시 그리하다.

이날 헤드윅의 남편이자 공연 파트너인 이츠학으로는 오후 3시 로커 서문탁, 오후 8시 가수 제이민이 나섰다. 기존 이츠학으로 이날 생일을 맞이해 커튼콜에서 케이크의 촛불을 끈 서문탁은 여전히 시원한 가창력으로 자신의 명성을 확인했다. 스타 아이돌 양성소인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제이민은 발견이다. 전작인 뮤지컬 '인 더 하이츠' 때부터 부각된 그녀는 맑은 목소리로 단단함까지 자랑하며 새로운 여성 뮤지컬스타를 예고했다. 이날은 헤드윅이 잠깐 숨을 돌리는 사이 이글스의 '데스페라도'를 기타 연주까지 곁들이며 서정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조승우, 조정석 외에 록밴드 'YB'의 보컬 윤도현이 2009년 공연 이후 7년 만에 다시 헤드윅으로 나선다. 드라마 '미생'과 '육룡이 나르샤'의 스타 변요한이 헤드윅으로 뮤지컬 데뷔한다.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 뮤지컬 '사의 찬미'의 대학로 스타 정문성도 헤드윅을 맡았다. 80대 1의 오디션을 뚫고 선발된 '젊음의 행진' '형제는 용감했다'의 임진아는 또 다른 이츠학이다. 앵그리인치 밴드 멤버로 음악감독 이준과 신석철을 비롯해 베이시스트 서영도 등이 나선다. 프로듀서 김영욱 임양혁 송한샘, 연출 손지은, 조명디자인 이우형, 무대디자인 김태영. 5월29일까지. 5만5000~9만9000원. ㈜쇼노트·㈜창작컴퍼니다. 02-749-9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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