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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K·애경 살려준 공정위, 가습기살균제 다시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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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및 검찰 고발” 내부 보고서에도 정반대 결론 내려
절차상 문제 있었다면 재조사 여부에 영향… 제재시효가 쟁점될 듯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기존 처리 결과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는 당시 처리 결과에 대한 ‘내용’보다는 ‘절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전 결정을 뒤집을 수 없고,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조사 결과에 따라 사건 재조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 경우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최근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처리평가 TF(Task Force)’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가습기살균제 관련 사건 처리 경위와 결과를 조사해 절차 및 내용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TF를 이달부터 11월까지 운영하고 11월 말에 사건 처리 평가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 SK·애경에 ‘면죄부’


앞서 공정위는 2011년 10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를 비롯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해 부당표시광고 여부를 조사했으나 2012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어 2016년 4월에도 ‘가습기메이트’가 “흡입을 유도하는 표시와 광고를 했다”는 신고를 받았으나 같은 해 8월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공정위가 2012년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제품 용기에 인체 유해성과 관련한 어떠한 표시 광고 내용이 없어 애경이 따로 입증할 사항이 없으며, 제품 용기의 표시 광고가 사실과 다르거나 지나치게 부풀려 표시 광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주성분명 및 성분 독성 여부가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이나 내용이 되기 위해서는 제품 사용 시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성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며 “제품의 인체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된 이후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어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가습기메이트’에 대해 애경 홈페이지와 SK 사보, 각종 언론에서 △인체에 무해한 제품 △영국에서 저독성을 인정받은 항균제 △인체에 안전한 성분 △흡입 시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안정·진정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당시 공정위 보고서엔 “검찰 고발 타당”


그러나 공정위가 두번째 조사를 종결하기 전 작성된 내부 심사보고서가 최근 공개되면서 당시 결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애경산업(주) 및 에스케이케미칼(주)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건’이라는 제목의 이 심사보고서는 2016년 7월 공정위 사무처장이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는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대해 “2001년부터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하면서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은폐·누락했고, 인체에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시행했음”이라고 이들의 행위 사실을 밝히고 있다.


주요성분인 CMIT/MIT와 관련해서는 “△피부에 접촉하거나 흡입하면 매우 유독함 △취급 시 적절한 보호복·장갑 및 안면보호구를 착용할 것 △피부 및 눈과의 접촉을 피할 것”이라는 내용의 ‘CMIT/MIT 유독물 지정고시’를 덧붙였다. 이 밖에 질병관리본부가 주관한 가습기살균제 독성실험에서 ‘가습기메이트’가 조사 대상 제품 중 가장 강한 세포독성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CMIT/MIT가 독성물질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용되는 법령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기만적 표시·광고)’라고 밝히고 △시정명령 △공표명령 △과징금 부과명령 △검찰 고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명시했다. 보고서의 내용대로라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중앙일간지에 게재해 공표하고, 최대 250억원(SK케미칼)·82억원(애경산업)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는 한편, 검찰에 고발됐을 가능성이 높다.




공소시효 일주일 전 뒤집힌 결과
재조사해도 제재 못할 수도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가 공정위 내부에서 작성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전원회의는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기망표시광고죄 공소시효(2016년 8월31일) 일주일 전인 8월24일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게다가 공정위는 신고를 받고 한달 이상이 지난 후 사건 조사를 시작했고 조사 과정에서 신고 피해자에게 공소시효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의결서 또한 2016년 10월에야 인터넷에 공지했다.


공정위가 TF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조사를 하더라도 해당 기업들을 제재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행정처분에 대한 ‘제재시효’라는 쟁점 사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공정위는 “표시광고죄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2016년에 조사 개시했으므로 ‘조사 개시 후 5년’이라는 제재시효가 남아있다”며 제재시효가 2021년까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과 2016년의 조사 대상은 동일한 일련의 표시·광고 행위라고 볼 수 있어 2016년의 조사는 ‘조사 개시’가 아니라 ‘재조사’라고 판단될 여지가 크다.


또한 ‘조사 개시 후 5년’이라는 규정은 2012년에 개정된 것으로, 이전에는 ‘행위종료일로부터 5년’을 제재시효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행위종료일은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용 자제를 발표해 판매·유통이 중단된 2011년 8월31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제재시효가 공소시효와 같은 2016년 8월31일이 되기 때문에 이미 지났다고 볼 수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2가지로 나눠질 것이라고 한다. 첫번째는 2016년 공정위의 결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것이고, 두번째는 이와는 별도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다시 살펴보는 재조사”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TF가 하는 일은 내용상의 문제를 살펴보기보다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재조사를 할지 말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TF가 공정위 출신들로 꾸려졌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지만, 피해자 측이 추천한 위원이 추가로 선임됐고 김 공정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현재로서는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우려와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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