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잘 살았다, 잘 견뎠다

URL복사

곡성 만학도 할머니들의 삶과 시를 담은 다큐멘터리 <시인 할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배움의 기회도 얻지 못하고 고된 시집살이 속에서 한 집안의 어머니와 아내로서의 역할만 강요받았던 과거 세대 여성들에게 삶은 무엇이었을까. 평균연령 84세 노인들이 전라남도 곡성의 작은 마을 도서관에서 한글을 배우게 되면서 시를 써내려 가는 모습을 담았다.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공개돼 호평을 이끌어낸 화제작이다.

삶에 대한 순수하고도 노련한 통찰력 

세월의 풍파에 밀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도 못한 채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야 했던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게 된 것은 그 자체가 감동이다. 인생의 사계절을 지나며 삶의 모진 풍파를 견뎌낸 시인 할매들의 시는 의외로 많은 것이 담겨있다. 지난날의 고된 삶과 노인으로서의 고독, 죽음에 대한 생각 등 가슴 아픈 이야기가 많지만 때로는 해학적으로 때로는 소박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이겨내는 긍정의 미학 또한 한국 할머니 특유의 내공이다.

곡성의 시골마을에 빈집을 개조해 만든 ‘길 작은 도서관’에 할머니들이 도와주기 위해 방문했는데 자꾸만 거꾸로 책을 꽂는 모습을 본 김선자 관장은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로 한다. 한글 실력 향상 을 위해 시작한 시 쓰기는 김 관장에게 충격을 줬다. 우리네 어머니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시의 내용이 가슴을 울린 것이다. 김 관장은 이것들을 묶어 시집을 출판했다. 이 시집은 다큐멘터리 제작의 계기가 됐다.

비록 시는 서툴지라도(사실 서툴지도 않다) 삶을 바라보는 노련하고도 직설적인 통찰력 덕분에 진정한 시의 힘을 갖췄다는 것 또한 매력이다. 질곡의 시대를 관통하며 드라마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시대적 조건이 ‘할매’들을 예술가로 만든 것이다. 시 속의 주름진 인생과 순수한 마음은 아등바등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천천히 흘러가도 괜찮다고 달래며, 시골 풍경으로 아름답게 채색되는 할머니들의 소소한 일상은 관객들을 사색하게 만든다.



원형적 그리움을 자극

남편과 아들을 떠나 보낸 후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온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의 얼굴을 보듬는 딸의 모습부터 먼저 가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우리가 잊고 있던 할머니의 모습들까지. <시인 할매> 속 어머니를 향한 자식들의 뭉클한 시선과 할머니들의 지나간 세월을 향한 그리움은 서로 맞물리며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슬픔과 고난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고 내려놓으며 살아야 했던 할머니들이 선사하는 순수한 문장들은 어머니 세대의 무한한 헌신과 사랑을 떠올리게 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누구나 마음 속에 있는 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한국인 감성의 원형을 건든다. 그래서 할머니들의 일상과 시, 고향과 닮은 그 시골의 풍경은 원형적 그리움을 자극하고 따뜻함과 슬픔, 위로를 준다.

한편, 그렇게 우리에게 어머니나 할머니라는 이름으로만 있던 일방적 존재를 인간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기회도 준다. 그들도 그들의 어머니가 존재하고 또 그렇게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도 해준다. 어느 미디어에서도 다루지 조차 않는 빈 집에서 고독과 싸우며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의 마음을 엿보며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무심했던 그들의 과거, 너무나 가난했고, 시집살이에 눈물을 쏟아부어야했던 그 과거 속에 그들의 심정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곡성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마음을 울리는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과 시, 그리고 인생의 풍파를 아로새긴 주름과 ‘잘 살아온’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선한 표정들이 가득한 할머니의 얼굴이 가슴에 남는 영화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박충권 “배경훈, 부모 재산 독립생계 이유 고지 거부...세액공제는 5년간 수령”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비례대표·과방위)은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된 배경훈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부모의 재산을 ‘독립생계’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지만, 최근 5년간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올려 총 2500만 원의 세액 공제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후보자는 본인뿐 아니라 부모 등 직계존속의 재산도 신고해야 한다. 단, 부모가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경우에 한해 재산 고지를 예외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반면에, 현행 소득세법상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아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하는 등 생계를 같이 해야 한다. 즉, 상기 두 가지 혜택을 동시에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 박충권 의원은 “6억원대 억대연봉 후보자가 부모를 부양한다며 연말정산 혜택은 챙기고, 부모의 재산 공개는 거부한 것은 탈세의혹과 검증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과연 법위에 있는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자답다. 국세청은 이제라도 환수조치하고,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윤리법은 허위 고지거부나 불성실한 재산 등록에 대해 경고, 시정명령, 징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최한기의 '농정회요' 제1책, 제11책 최초 발견...국내외 유일 완질본 공개, 3일 발표회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장서각은 기존에 10책으로만 알려져 있던 최한기(崔漢綺)의 농업 저술서 『농정회요(農政會要)』의 제1책과 제11책을 최초로 발견, 국내외 유일의 완질본(전 11책, 25권)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장서각본의 발견은, 2024년 부여 함양박씨 구당 박세영 종가의 전적에서 『통경(通經)』을 최초 발견한 데 이은 또 한 번의 성과로, 국가 유물 발굴 및 연구 분야에 중대한 기여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농정회요』는 일본 교토대 가와이문고가 소장한 필사본(제2책~제10책)만이 알려져 있었으며, 제1책이 누락된 탓에 저술자와 집필 연도조차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 장서각본을 통해, 저자가 최한기며, 저술 연도는 1837년, 책 전체는 전 11책(25권)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장서각본은 교토대본과 달리 낙질 없이 필체가 균일하고 정교해 선본(善本)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간 존재 여부조차 불분명했던 제1책과 제11책의 최초 발견은 『농정회요』 전체 구상의 실체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농정회요』, 농업 경제정책 9개 주제를 집대성한 실용 농서 『농정회요』는 농업을 둘러싼 다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국민이 선택한 이재명 정부 경제 현안 해결 정책에 중점 둬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6.3 조기대선에서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2주가 지나갔다. 6.3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50%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에는 빗나갔지만 49.42%의 득표로 41.15%를 얻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1천728만표를 얻어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득표의 배경으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은데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당초 예상보다 7% 포인트 정도 더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보수진영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이라는 본헤드 플레이는 잘못된 것이고 나라를 거의 망쳐버린 윤 전 대통령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직무수행에 여론조사 결과 70% 정도가 ‘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6월 둘째 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