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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만학도 할머니들의 삶과 시를 담은 다큐멘터리 <시인 할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배움의 기회도 얻지 못하고 고된 시집살이 속에서 한 집안의 어머니와 아내로서의 역할만 강요받았던 과거 세대 여성들에게 삶은 무엇이었을까. 평균연령 84세 노인들이 전라남도 곡성의 작은 마을 도서관에서 한글을 배우게 되면서 시를 써내려 가는 모습을 담았다.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공개돼 호평을 이끌어낸 화제작이다.

삶에 대한 순수하고도 노련한 통찰력 

세월의 풍파에 밀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도 못한 채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야 했던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게 된 것은 그 자체가 감동이다. 인생의 사계절을 지나며 삶의 모진 풍파를 견뎌낸 시인 할매들의 시는 의외로 많은 것이 담겨있다. 지난날의 고된 삶과 노인으로서의 고독, 죽음에 대한 생각 등 가슴 아픈 이야기가 많지만 때로는 해학적으로 때로는 소박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이겨내는 긍정의 미학 또한 한국 할머니 특유의 내공이다.

곡성의 시골마을에 빈집을 개조해 만든 ‘길 작은 도서관’에 할머니들이 도와주기 위해 방문했는데 자꾸만 거꾸로 책을 꽂는 모습을 본 김선자 관장은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로 한다. 한글 실력 향상 을 위해 시작한 시 쓰기는 김 관장에게 충격을 줬다. 우리네 어머니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시의 내용이 가슴을 울린 것이다. 김 관장은 이것들을 묶어 시집을 출판했다. 이 시집은 다큐멘터리 제작의 계기가 됐다.

비록 시는 서툴지라도(사실 서툴지도 않다) 삶을 바라보는 노련하고도 직설적인 통찰력 덕분에 진정한 시의 힘을 갖췄다는 것 또한 매력이다. 질곡의 시대를 관통하며 드라마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시대적 조건이 ‘할매’들을 예술가로 만든 것이다. 시 속의 주름진 인생과 순수한 마음은 아등바등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천천히 흘러가도 괜찮다고 달래며, 시골 풍경으로 아름답게 채색되는 할머니들의 소소한 일상은 관객들을 사색하게 만든다.



원형적 그리움을 자극

남편과 아들을 떠나 보낸 후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온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의 얼굴을 보듬는 딸의 모습부터 먼저 가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우리가 잊고 있던 할머니의 모습들까지. <시인 할매> 속 어머니를 향한 자식들의 뭉클한 시선과 할머니들의 지나간 세월을 향한 그리움은 서로 맞물리며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슬픔과 고난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고 내려놓으며 살아야 했던 할머니들이 선사하는 순수한 문장들은 어머니 세대의 무한한 헌신과 사랑을 떠올리게 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누구나 마음 속에 있는 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한국인 감성의 원형을 건든다. 그래서 할머니들의 일상과 시, 고향과 닮은 그 시골의 풍경은 원형적 그리움을 자극하고 따뜻함과 슬픔, 위로를 준다.

한편, 그렇게 우리에게 어머니나 할머니라는 이름으로만 있던 일방적 존재를 인간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기회도 준다. 그들도 그들의 어머니가 존재하고 또 그렇게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도 해준다. 어느 미디어에서도 다루지 조차 않는 빈 집에서 고독과 싸우며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의 마음을 엿보며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무심했던 그들의 과거, 너무나 가난했고, 시집살이에 눈물을 쏟아부어야했던 그 과거 속에 그들의 심정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곡성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마음을 울리는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과 시, 그리고 인생의 풍파를 아로새긴 주름과 ‘잘 살아온’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선한 표정들이 가득한 할머니의 얼굴이 가슴에 남는 영화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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