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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임미라 작가, 20년만에 ‘그림 같은 조각품’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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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 퀄리아서 23일까지 '제3회 개인전'
꿈과 일상을 서정적인 작품으로 표현, 눈길

 

 

 

 

그가 접었던 날개를 다시 펴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렸다. 20년만이다. 그러나 조심스레 편 날개 위에는 오랫동안 숙성시킨 작품이 탄생했다.

 

꿈과 일상을 몽환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조각으로 표현한 작가 임미라(54)가 세 번째 개인전을 서울 평창동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 열고 있다.

 

23일까지 열리는 전시 작품의 주제는 ‘꿈으로의 초대’. 제목만 보아도 마치 일기장을 넘기듯 그의 속마음이 읽힌다. ‘나는 오래전 그 풍경을 다시 품는다’ ‘Dream-그들의 영역에서 상상을 유발해도 될까요’ ‘Dream-파아란’ ‘7월의 야상곡-숲을 거닐다’ ‘잘 익은 휴식’ ‘봄날의 변주곡-여인1,2,3’ ‘봄날의 칸타타’ 등 작품들 속엔 작가의 꿈이 서린 서사가 있고, 힐링 스토리도 담겨있다.

 

화가를 꿈꾸다가 조각가가 된 그의 작품들은 ‘조각으로 그리는 그림’이라 할만큼 서정적이다.

30대 초반에도 자신을 투영한 ‘여인’상을 만들었던 작가는 지금 좀더 현대적으로 리메이크된 여인을 내놓았다. 머리 위에 작가의 꿈과 희망을 담은 상징물도 놓여있다.

 

그 여인 옆에는 와인병 혹은 한잔의 와인이 함께 한다. 와인과 와인잔은 힐링을 상징한다지만, 힐링에 앞서 피곤한 삶에 대한 고백이 먼저다. 이를 낭만적으로 풀어냈음직해 보인다.


그 와인들 옆에는 하양, 파란, 핑크빛 사과들이 하나씩 놓여있다. 한줌 베어물면 새콤 달콤한 즙이 입안 가득 퍼지는 사과는, 예술가를 향한 '꿈'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작품의 소재는 나무와 돌, 레진, 석고, 오브제, 철제, 나뭇가지 등 다양하다. 레진 소재의 여인은 마치 유리 소재인 듯 영롱하다. 작가는 유리 같은 효과를 내고 싶어 고운 3000방 사포로 수만번을 밀었다. 주위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사포질을 했다. 재료를 확인하지 않고 보면 유리 같이 느껴진다. 일부에서는 “기계로 하지 왜 손으로 하나”라고 했지만 작가는 “손으로 느낌을 주면서 사포질을 해야 더 감성적인 작품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폴리코트에 아크릴 물감을 수도 없이 분사해 만든 작품은 그 아래 큰 연잎사귀 같은 작품을 설치해 스스로를 위로했다. 마치 구도의 과정처럼 수도 없는 반복적 작업은 글루건과 야자수 모양의 오브제로 완성한 ‘봄날의 칸타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이전과 달라진 것은 새로운 소재와 오브제를 과감하게 쓴 것이다. ‘Dream-파아란’을 보면 옷감을 레진으로 굳혀서 아크릴 컬러링을 한 과감한 오브제 처리가 보인다.  목공도 직접 배워 크고 작은 의자도 직접 만들었다. 동대문에서 사서 아크릴 컬러링해 오브제화한 옷감에서도 그만의 센스가 묻어난다.

 

20년의 공백, 그리고... 

 

1992년과 2002년 개인전 이후 30회에 이르는 단체전과 크고 작은 전시를 했지만, 본인의 꿈을 자신의 이름으로 오롯이 펼쳐내기는 너무 오랜만이다.

 

공백기가  긴 것이 아쉬움이지만 그동안 작은 작업들을 다채롭게 하면서 꿈을 가꾸어갔단다. 아울러 작가 스스로도 불가항력적인 이유도 있었다고 말한다.

 

2회 개인전을 준비하던 시절엔 수퍼우먼이었다. 일곱 살, 세 살 두 아이를 건사하기 위해 골몰했다. 때론 어른들에게 맡기고 때론 포대기에 들쳐업고 새벽 6시 식사준비로 시작해 종종 걸음을 쳤다.

 

아이를 데리고 작업장을 갔다가 다시 가족을 위한 저녁 식사준비를 위해 내달려야했던 일상, 철인처럼 굴다가 결국 몸이 상해 뼈주사를 맞아야할 정도로 건강을 버려 숱한 세월을 안타깝게 보냈다 한다.

 

개인의 아픔과 고통의 크기가 크고 깊은 만큼 꿈은 더 높아지고 찬란히 빛나는 것. 소중한 전시인만큼 출품작에 기울인 정성은 더 빛나 보인다. 작품을 올리는 좌대까지 작품처럼 만들어 버렸다.

 

오프닝 세리모니가 예정에 없이 급조되자 결국 작가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즐겁게 작업했습니다”라고 입을 뗀 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비오는 날 오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격려의 박수를 쳤다. 물론 그의 분신인 작품들이 든든하게 그를 지켰다.

 

수박 작가(61)는 “결혼한 여성작가가 작품을 이어간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좋은 전시공간에서 했던 1,2회 개인전에서 보여준 예술세계를 꾸준히 이어가는 측면은 열심히 작업실서 작업하는 것 이상으로 멋지다”고 격려했다.

 

이윤숙 조각가는 “작품이 좋다”는 함축적인 말로 인사했고, 박수현 관장은 “전시 전날 미술을 전공했다는 남편과 성인이 된 아들이 전시 디스플레이를 해주는 모습을 보니 참 감동적이었다”면서 “가까운 길을 멀리 돌아서 온 작가가 앞으로는 더 활발하게 자신의 꿈을 표출하길 바란다”며 ‘초대전’을 마련한 동기를 밝혔다. 

 

임미라 작가는 성신여대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도올갤러리에서 1회 개인전, 2002년 장흥토탈미술관에서 2회 개인전을 펼쳤다. 30회의 그룹전, 양평봄파머스가든 기부전 등을 가졌다. 성신여대 조소과 회원이자 청유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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