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09 (화)

  • 흐림동두천 1.2℃
  • 맑음강릉 7.1℃
  • 구름많음서울 4.0℃
  • 구름조금대전 5.1℃
  • 맑음대구 6.1℃
  • 맑음울산 5.8℃
  • 맑음광주 6.5℃
  • 맑음부산 7.3℃
  • 맑음고창 7.6℃
  • 맑음제주 10.7℃
  • 맑음강화 3.0℃
  • 맑음보은 2.3℃
  • 맑음금산 3.3℃
  • 맑음강진군 7.5℃
  • 맑음경주시 5.7℃
  • 맑음거제 5.9℃
기상청 제공

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에드가 드가 그림 속 발레리나

URL복사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좋아했다. 요즘 들어 시각적인 부분이 중요한 시대이니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에 더 열광한다. 직업적인 면에서 보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람이나 자신을 아름답게 가꿔야만 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보여야 하는 직업군으로는  디자이너, 스튜어디스, 아나운서, 발레리나, 연예인, 큐레이터 등 예술, 엔터테인먼트나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중이나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기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아름답고 깔끔한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 이들이 겉으로 아름다워 보여도 나름의 어두운 면은 있을 수 있다. 


화가들 중에서 아름다운 백조의 우아한 모습 보다는 수면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백조의 발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화가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에드가 드가 (Edgar Degas)가 있다. 드가는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스타일을 왔다 갔다 하며 발레리나들의 어두운 모습을 화폭에 담는다. 그의 그림을 통해 비춰진 발레리나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날아다니는 나비 같은 모습보다는 떨군 고개와 축 처진 팔다리가 더 눈에 띈다.

 


드가의 그림 속 발레리나들이 봄의 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답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발레리나를 바라보는 드가의 꾸밈 없는 관점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드가의 그림이 말해주는 발레리나들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무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극장의 후원자들을 상대해야 하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고된 노동자였다.


발레는 궁정의 엔터테인먼트 문화로 시작하였고 귀족들이 화려하게 치장하고 노는 사교계의 춤이었다. 엘리트 계층 결혼식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던 춤이다. 하지만 19세기 파리에서 오페라 극장이 생겨나고 발레 산업이 발달하며 재능과 끼 있는 하류 계층의 소녀들이 오디션에 참여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오페라 가르니에 같은 극장에서 춤을 추는 소녀들은 대체로 생계가 어려운 소녀 가장들이거나 금전적 후원이 간절한 소녀들이었다. 당시 오페라 극장에 정기 후원하며 경제적 지원을 하는 남성들을 The abonnés 라고 불렀으며 이들이 발레리나들에 끼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이들은 무대의 뒤 편에 모여 사교 모임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춤추는 어린 소녀들을 관음하고 성 착취까지 했다. 자신의 눈에 띄는 여성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세우기도 하고 발레 무대를 영원히 떠나게도 만들었다. 


19세기 중 후반 인상주의 작가들의 관심사는 자연광에 따라 순식간에 변화하는 물체와 인물의 모습과 색채를 그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빛을 머금은 듯한 밝은 색감이 특징이다. 하지만 드가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것을 고집하였고, 무대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는 발레리나가 주제였기 때문에 전체적 톤은 인공적인 느낌이다. 형형색색 보색의 대비로 눈을 즐겁게 하기보다 낮은 채도와 부드러운 색감을 내는 재료 파스텔을 자주 쓰면서 차분하고 어둑한 실내 느낌을 만들어낸다. 

 


흐릿하고 어두운 색채임에도 불구하고 드가의 작품이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주는 이유는 사진으로 캡처하는 듯 순간 포착을 하는데 있다. 드가는 고전적인 회화의 대칭적인 구도를 버리고 비대칭적인 과감한 구도를 택하여 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1874년 <무대 위 발레 리허설> 작품을 보면 무대의 왼편에서 사이드로 이들을 엿보는 듯한 각도를 볼 수 있다. 직선보다는 곡선의 구도를 택하면서 더 깊고 넓은 무대의 공간을 만드니 시선을 더 천천히 머물게 한다. 드가는 이 작품에서는 단색으로만 표현하며 갈색 빛으로 채도를 감소시켰다. 무대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 소녀들이 발레 연습을 하고 자신의 순서를 대기하는 듯 보인다.

 


드가의 <댄스 교습소> 에서는 급격한 대각선 구도를 발견 할 수 있다. 우리의 시선을 왼쪽 코너에서 오른쪽으로 단숨에 인도하기 때문에 앞 쪽 댄서를 훑고 나서 뒤 벽면 쪽에 있는 어머니들과 아이들의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자신들의 자녀들이 잘 하고 있는지 관찰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다. 왼 쪽 벽면에 붙어 있는 큰 거울은 발레 연습실 공간을 한 층 깊고 넓게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파리 도심의 모습이 거울에 비춰지니 답답한 코너 공간을 트이게 해주고 그림 가운데 춤추는 소녀의 활동성을 더 널찍하게 도와준다. 오른쪽에는 회색 양복에 지팡이를 짚고 있는 남성이 댄서들의 모습을 살피는데 이 남성은 당시 유명한 댄서이자 발레 마스터인 쥘 페로다.

 

 


드가의 그림 속 발레니나들이 축 쳐져 있거나 스트레칭 하는 모습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왠지 짠한 기분이 든다. 저녁 여섯 시 이후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동시대 그림을 그렸던 오귀스트 르누아르도 여성을 주제로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르누아르의 유화 기법으로 발레리나를 그렸다면 상당히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발레리나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르누아르가 백조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린 거라면 드가는 수면 아래의 백조를 그린 것이니 말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내란전담재판부 법무장관 추천 삭제하면 찬성...법왜곡죄 입법해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기본소득당 당대표인 용혜인 의원(비례대표, 행정안전위원회, 윤석열정부의비상계엄선포를통한내란혐의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 재선)이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선 조건부 찬성, 법왜곡 처벌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용혜인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조건부로 찬성한다”며 “정당성 훼손 없는 재판부 구성을 위해선 법무부 장관 추천권 삭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제16조(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제1항은 “영장전담법관 후보자 및 전담재판부를 구성할 판사의 후보자(이하 ‘전담재판부후보자’라 한다)를 추천하기 위하여 대법원에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라 한다)를 둔다”고, 제2항은 “추천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제3항은 “위원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을 대법원장이 위촉한다. 1.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추천한 3명. 2.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3명. 3. ‘법원조직법’ 제9조의2에 따른 각급법원의 판사회의가 추천한 3명”이라고, 제4항은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