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자동차 부동액을 어머니에게 몰래 먹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딸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며 어머니의 질책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는 12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A(30대·여)씨에 대한 첫 공판 기일에서 류 부장판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나”라는 질문에 A씨는 “혐의를 인정한다”고 답했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해 또다른 대출을 받아 납입금을 내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늘어나는 대출금을 납입하지 못해 어머니 B씨 명의로 몰래 대출을 받아 채무를 변제하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씨는 채권업체의 독촉 전화로 걱정하는 B씨에게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해당 채무가 자신의 잘못이 아닌 회사 채무인 것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으나, 허위 내용임을 알아차린 B씨를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부동액을 먹여 살해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재판과정에서 A씨의 변호인은 공소장에 기재된 동기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누적된 원망과 만성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판 검사는 "A씨는 피해자가 사망하면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채무를 변제하려 했다. 피해자에게 채무가 발각돼 다투고 질책을 당하자 압박감과 원망을 느껴 범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A씨의 변호인은 “A씨는 금전적인 문제로 어머니로부터 큰 질책을 받자 살해를 마음먹은 것”이라며 “어머니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살해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 금액은 얼마인지 등을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의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3월 3일 오후 2시30분경 같은 법정에서 열릴 에정이다. A씨는 이날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23일 인천 계양구 한 빌라에서 어머니 B씨에게 자동차 부동액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달 28일 B씨는 혼자 살던 빌라에서 숨진 채 아들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B씨의 사망 원인을 변사로 처리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부동액 성분이 검출되자 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지난달 9일 경기 안양시에서 긴급체포했다.
그는 숨진 B씨의 휴대폰으로 남동생과 일주일가량 문자를 나누며 친모 행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은 A씨가 송치된 이후 보강 수사를 통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존속살해 미수 2건을 추가로 밝혀냈다. 지난해 1월과 6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어머니에게 화학 액체를 몰려 먹여 살해하려 한 혐의다. 범행 후엔 119에 직접 신고했고 B씨는 2차례 모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