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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2024 시사뉴스 선정 국내외 10대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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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저물고 있다. 연초부터 대형 이슈가 발발해 국내외적으로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된 한 해였다. 러시아-우크라이전과 가자전쟁, 유럽과 중동에서 진행 중인 두 개의 전쟁으로 세계 평화는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세계 경제·안보 질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45년 만의 계엄선포와 초유의 현직 대통령 내란혐의 수사는 한국 정치체제를 강타하며 현재진행형이다. 그나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저성장과 경기 침체로 혼란스러운 한국 국민을 위로했다. <편집자 주>

 

도널드 트럼프가 11월 6일(현지시각)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백악관에 복귀하게 됐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의 재등장은 세계 경제·안보 질서에 격변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전쟁은 1년 이상 계속됐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주도 ‘저항의 축’은 현저히 약화됐고, 시리아 독재정권은 반군에 무너졌다. 3년째 끌어오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은 러시아 지원에 나선 북한의 파병으로 신냉전 진영대결 구도가 더 선명해졌다. 미국 연준(Fed)은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서방은 중·러를 겨냥한 경제안보를 한층 강화했다. EU는 회원국에 경제안보 패키지를 권고했고, 미국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중국 견제망을 구축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 장벽이 높아지면서 주요국은 경제와 환경의 선순환 산업구조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앤디 김(민주·뉴저지) 의원이 한국계 최초로 상원 입성에 성공했다. 미국 역사상 상원의원이 된 아시아계 미국인은 9명뿐이었다. 미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잭맨은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건에 탑승해 지구 상공 700㎞로 올라간 뒤 민간인 최초로 우주유영에 성공했다. 세계적인 AI열풍도 계속됐다. ‘챗GPT’ 월간 사용자가 2억 명을 돌파했고,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시총은 한때 1위 애플을 위협했다. 올해 노벨상 과학 분야 3개 중 2개(물리학상과 화학상)도 AI 기술을 연구·개발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초유의 기록이 나왔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 120년 역사상 최초로 50 홈런-50 도루를 달성했다. 

 

국내 정치는 극도의 혼란과 정쟁으로 점철됐다. 45년 만에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는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진입했고 국민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국회의 계엄 해제와 탄핵안 가결로 어수선한 국면은 진정됐지만 그 파장은 진행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혐의로 수사받는 건 처음이다. 4.10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승리했다. 여당은 전체 300석 중 개헌 저지선인 108석을 겨우 확보하는데 그쳤다. 반면, 야권은 민주당 175석 등 총 192석을 차지했다. 신생정당인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도 각각 12석, 3석을 차지해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어진 가운데 야권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과 고위공직자 탄핵안을 잇달아 발의했고,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섰다.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공무원은 윤 대통령을 제외하고도 15명이다. 야권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 등 수사기관 특수활동비를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도 강행처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유죄,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가 선고돼 ‘사법리스크’는 이어지게 됐다. 이 대표는 이 외에도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으로 재판받고 있다. 총선 과정에서 3주 간격으로 여야 정치인이 습격당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민주당 대표는 부산 방문 도중 흉기로 목 부위를 공격받아 내정경맥 손상을 입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15세 중학생에게 돌덩이로 머리를 수차례 가격당해 두피를 1㎝가량 봉합했다. 국정감사 기간에 터진 ‘명태균 게이트’는 여권을 강타했다. 정치 브로커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여당 유력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여러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권 전체가 술렁였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북한은 개정 헌법에 ‘대한민국은 적대국’이라고 명시했다. 1972년 ‘평화통일’을 헌법에 포함시킨 지 52년 만에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했다.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고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영세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진 한 해였다. ‘4만 전자’로 상징되는 삼성전자의 위기론도 확산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격차와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는 범용 D램 제품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기존 입장을 선회하면서 금투세가 폐지됐고,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도 유예됐다. 미 연준의 ‘피벗’ 이후 한국은행도 38개월 만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탄핵정국에 내수부진까지 우려되면서 내년 초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K-방산의 호조는 유럽에 이어 중동, 중남미로 확산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정한 타격을 주고 있지만 북유럽을 중심으로 러브콜이 이어지는 중이다. 큐텐 정산 지연사태가 발생해 티몬·위메프를 이용하던 입점 업체와 소비자가 큰 피해를 입었다. 티메프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큐텐그룹 경영진에 대한 형사고소에 나섰다. 네이버는 일본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로 불거진 일본 정부의 경영체제 개선 행정지도로, 카카오는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서비스를 본격화하며 수익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밝힌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부산에 입항하는 등 닻을 올렸다. 정부는 대통령 탄핵소추 심판 절차가 시작되고, 내년도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지만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사건, 사고도 잇따르면서 안전 불감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경기도 화성 소재 리튬배터리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나 23명이 숨졌고, 시청역 차량 역주행 사고로 시민 9명이 사망했다.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전기차 포비아’ 현상까지 낳았다.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은 1년 내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27년 만에 추진한 의대 증원에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으로,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으로 맞섰다. 극심한 의정 갈등과 사상 초유 의료대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올라 국회가 성폭력처벌을 강화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고법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 3,808억 원의 재산을 분할해 주고, 20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액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최대 규모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경기불황과 정치 혼란으로 어수선한 한국 사회에 큰 선물을 주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데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이유로 꼽았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서점가는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박성태 대기자 sungt57@naver.com    강민재 기자 iry327@naver.com    홍경의 기자 tkhong1@hanmail.net  김철우 기자 talljoon@naver.com          김세권 기자 sw4477@naver.com    

 


2024년 지구촌은 두 개의 전쟁과 경제 질서의 불확실성으로 혼란한 한 해를 보냈다. ‘미국을 더 위대하게’를 앞세운 트럼프의 귀환은 세계 경제와 정치질서는 새로운 격변을 예고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의 군사 공세 확전으로 민간인 사망자와 난민이 속출한 가운데 이란 주도 ‘저항의 축’이 무력화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의 참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서방의 대중국 경제·안보 견제망이 더 강고해진 가운데 AI열풍이 불면서 사회 전반에 새로운 변화가 촉발됐다. <편집자 주>

 

1.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의 귀환

‘AMERICA FIRST’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다. 4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하게 된 트럼프는 만 78세에 취임하게 돼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는 충성파를 중심으로 백악관 및 내각을 구성하면서 집권 2기엔 미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더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강력한 관세, 불법 이민자 추방,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의 조기 종전을 공언해 향후 국제 질서 및 한국 경제·안보 지형에 작지 않은 파장이 전망된다. 

 

2. 계속된 두 개의 전쟁... 멀어진 평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급습으로 촉발된 가자전쟁이 1년 이상 계속됐다. 이스라엘이 이란과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 전체로 공세를 확대해 힘의 균형은 이스라엘 쪽으로 기울었다.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 내 사망자는 4만 4,000명을 넘었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3년째 이어졌다. 북한의 파병으로 국제전으로 비화될 우려가 커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을 허가했고, 나토에서는 파병론이 나오고 있다.

 

3. 北 러시아 지원 우크라이나 파병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위해 파병하면서 세계 안보 질서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무기만을 지원해 오던 북한은 1만 2,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했다. 앞서 북-러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해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러시아는 파병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이나 핵잠수함 건조 기술 등의 군사기술을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 투입된 북한군 병사들의 사망자가 최소 100명으로 관측됐다.

 

4. Fed 4년 6개월만 기준금리 인하, ‘피벗’

미국 연준(Fed)의 통화정책 전환(피벗)이 본격 시작됐다. 9월 연준은 기준금리를 빅컷(0.5% 포인트↓)을 단행했다.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이뤄진 조치다. 연준은 11월 0.25% 포인트, 12월 0.25% 포인트 추가 금리인하 행진을 이어갔다. 물가상승 압력이 어느 정도 완화한 대신 경제성장세 둔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였다. 연준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경기 과열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2022년 3월부터 10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었다.

 

5. 중국 겨냥 강화되는 세계 경제·안보 블록

미국을 비롯 서방은 중국을 겨냥한 경제·안보를 한층 강화했다. 
미국은 반도체·AI 기술을 중심으로 대중국 견제망을 더 단단히 구축했고, EU도 경제·안보 패키지를 발표 이에 동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집권 1기 때 훼손된 동맹 관계를 복원하면서도 ‘반도체지원법’ 등을 통해 중국 압박전략은 유지했다. 대중국 압박은 트럼프 2기에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은 10%의 관세 추가를 공언했다. 

 

6. 높아지는 탄소 장벽, 강화되는 글로벌 관세

미국과 EU가 자국 경제안보를 위해 탄소 장벽을 주요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따라 수입되는 주요 제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한다. 미국도 유사한 청정경쟁법(CCA)이 발의돼 통과를 앞두고 있다. 미국 내 생산과 수입 모두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게 된다. 공화당이 발의한 해외오염세법(FPF)은 수입 제품에만 탄소 비용을 부과토록 했다. 미국이 CCA나 FPF를 도입한다면 글로벌 탄소 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전망이다.

 

7. 한국계 최초 앤디 김 미국 상원 입성

한국계 앤디 김(민주·뉴저지)이 미 연방 상원에 입성했다. 
재미교포 120여 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또 미국 역사상 상원의원이 된 아시아계 미국인은 9명뿐이었다. 김 의원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고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역임했다. 2018년 하원의원에 선거에 출마해 뉴저지주 첫 아시아계 연방 의원이 됐다. 김 의원은 “미국과 한국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8. 민간인 우주 유영 성공... 스패이스 X

미국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이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탑승해 지구 상공 700㎞로 올라간 뒤 우주유영에 성공했다. 
그는 총 5일간의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NASA 등에 소속된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이 우주유영에 성공한 건 처음이다. 민간 주도의 우주 비행 시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우주탐사가 이제 자원 선점, 우주관광 보편화, 심우주 진출 등을 위한 실용적 기술 경쟁 차원으로 접어들었다고 봤다. 

 

9. 미국 발 AI열풍... 새로운 사회혁명 예고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이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산업, 의료, 교육 등 사회 전반에 도입되면서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었다. 미국 AI칩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한때 시총 1위에 등극한 데 이어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노벨상도 AI를 주목했다. AI 머신러닝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구글 AI 딥마인드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 등 3인도 노벨화학상에 선정되어 AI 시대의 도래를 확인시켰다.

 

10. 오타니 홈런 50-도루 50, MLB 120년 최초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 120년 역사상 최초로 50 홈런-50 도루를 달성했다.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선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로 이적한 오타니는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올해는 지명타자로만 뛰었다. 그럼에도 타율 0.310, 54 홈런 130타점 59 도루의 성적으로 개인 통산 3번째 MVP에 선정됐다. 지명타자가 MVP를 수상한 것은 최초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는 무려 9.2나 됐다. 오는 2025년에는 투수에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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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