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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영화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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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물 감독이 고대했던 대작 연출을 맡게 되지만 눈이 멀고 만다. 눈이 먼 것을 숨긴 채 영화를 찍는다는 기막힌 설정은 ‘찰리 채플린을 잇는 우리시대 가장 위대한 코미디언’으로 불리는 우디 앨런의 신랄한 자기고백이다. 2002년 55회 칸 영화제 개막작 ‘헐리우드 엔딩’은 재기발랄한 설정과 위트 넘치는 대사들로 영화산업에 대한 앨런의 애증을 풀어낸다.

눈 딱 감고 찍어볼까?
한때 헐리우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수상했던 왕년의 대박감독 발 왁스만. 화려한 날은 가고, ‘다시 영화를 찍고 싶다’ ‘맡겨만 주면 정말 잘 할 수 있다’는 얘기만 해온 지 벌써 10년째다. 별 볼일 없는 CF나 찍으며 근근이 살아가던 어느 날, 간절히 원하던 컴백의 찬스가 주어진다. 읽는 순간 그림이 딱 나오는 최고의 시나리오에 6,000만불짜리 초대박 프로젝트 ‘잠들지 않는 도시’.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이 영화의 제작자가 바로 아내를 훔쳐간 도둑놈 할 예거이고, 뜬눈으로 도둑맞은 아내 엘리가 하늘같은 프로듀서라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 달콤한 제안이 모두의 반대를 뿌리친 엘리의 강력추천으로 이루어졌다는 후문은 발의 자존심과 질투심에 불을 당긴다.

‘눈 딱 감고 하는 거야!’ 발은 어떤 악조건도 꾹 참아 내리라 결심한다. 다시 영화를 만들 수만 있다면 살인도 할 지경이라는 그는 이 기회를 결코 놓칠 수 없다. 어제의 아내를 오늘의 상관으로 모시며 그녀를 빼앗아간 작자의 눈치까지 봐야한다는 부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초조감, 초대형 프로젝트에 투입된 엄청난 스트레스까지.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하지만 복잡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던 그에게 그만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그가 눈 감고도 찍을 베테랑인 것은 사실이지만 촬영 직전, 진짜로 눈이 멀어버린 것. 의사는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심리적 장님 상태’라고 진단하는데 뾰족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다. 절망에 빠진 발. 이번 기회가 얼마나 어렵게 주어진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에이전트 알은 일단 그의 상태를 비밀에 붙이고 촬영을 개시하자고 제안한다.

위트 넘치는 대사, 슬랩스틱 명장면의 성찬
사랑과 일에 눈먼 주인공의 상황은 말 그대로 눈먼 헐리우드와 인간에 대한 조롱이다. ‘겉치레의 도시(Tinseltown)’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어리석은 동네, 헐리우드에 대해 앨런은 예리하고 신랄한 태도를 보여준다.

까다로운 연출방식으로 유명하던 명감독이 이제는 제작자 입맛에 맞추기 위해 갓난애까지도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상황, 눈이 멀어버린 그가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상태로도 촬영을 진행하며 감독의 기능을 발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에는 헐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다. 더 나아가 우디 앨런은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열정 없이 지시하는 대로 영화를 만드는 모두가 눈 먼 셈이라고 말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앨런은 ‘유쾌한 수다쟁이’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특히 촬영 직전 엘리와의 미팅 장면은 버림받은 남편인 발의 씁쓸한 감정이 불쑥불쑥 터져 나올 때마다 객석이 박장대소하는 이 영화의 베스트 씬. 엘리가 발의 별난 건강염려증을 지적하면서 “나무 고사병? 그건 나무만 걸리는 병예요”라며 그의 엄살을 꼬집는 대목에서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심리적 장님상태에 빠져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발이 “귀머거리 베토벤도 명곡을 만들었다”며 대박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더듬더듬 위기를 헤쳐 나갈 때, 다 보이는 척 하는 개그와 절묘한 슬랩스틱 역시 최고 수준이다. 앨런이 분장실까지 불러들여 유혹하는 여배우에게서 달아나는 대목, 아무 것도 안 보이면서도 포스터 시안에 대한 코멘트까지 덧붙이는 제작자와의 단독 미팅 부분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요소를 살린 명장면이다.

감미로운 스윙과 빅밴드 사운드
“나는 대단한 감독은 아니지만 뛰어난 캐스터”라고 앨런 자신도 자찬할만큼 그의 캐스팅 능력은 뛰어나다. ‘패밀리맨’ ‘딥 임팩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테아 레오니(엘리 役), TV시리즈 ‘윌&그레이스’로 각종 수상의 영예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브라 메싱(로리 役) 등 매력적인 여배우들을 비롯, ‘황금 연못’ 베트 미들러의 ‘로즈’를 연출한 마크 라이델이 스마일 에이전트 알로 출연한다. 특히 테아 레오니는 ‘애니 홀’의 다이앤 키튼 이후 우디 앨런과 가장 잘 어울린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다.

검정 바탕에 심플한 서체의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흐르기 시작하는 부드러운 3,40년대 재즈는 앨런의 트레이드마크다. 이 작품 역시 스윙과 빅밴드 사운드에 대한 앨런의 ‘편애’가 두드러진다. 스윙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감미로운 곡들은 이 영화의 보너스다.

거짓말 같은 여행 빛나는 거짓
감독 : 채기
출연 : 이난, 김한, 옥지영
우주관리공사 남자, 출판사 남자,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여자. 이 세 인물의 거짓말 같은 여행에 대한 영화. 전지구적인 사명감을 안고 멋지게 밤하늘로 돌격하는 영웅의 모습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직업인인 우주비행사가 우주복을 챙겨 입고 목적지로 향한다. 건축 잡지사에 취직하게 된 또 다른 남자.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사장이 나타나 그를 데리고 원주로 출장을 떠난다.

원주에서 일정을 마치고 하룻밤 자고 가자는 사장의 제안을 뿌리친 남자는 막차를 타고 돌아온다. 나이와 배경을 알 수 없는 어떤 여자.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 호텔 주변만을 뱅글거리다 좀더 멀리 달려 도착한 산 정상. 그 곳에서 망원경을 통해 어딘가를 응시하던 여자는 ‘안보여’라고 말한다.

9·11 이후 랜드 오브 플렌티
감독 : 빔 벤더스
출연 : 미첼 윌리엄스, 존 딜
언제 또다시 터질지 모르는 테러로부터 조국을 지키겠다는 망상 하에 매일같이 거리에서 의심스런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녹음 기록으로 남겨 놓는 남자 폴. 그런 그에게 하나밖에 없는 혈육 라나가 찾아온다. 선교활동을 하는 부모를 따라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서 자란 라나는 어머니의 죽음 후 삼촌을 보기 위해 10년 만에 미국을 찾은 것.

이상주의자인 그녀는 홈리스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생명의 빵 bread of life’ 선교원에서 일을 하며 폴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친구도 가족도 없이 광적으로 ‘국가 안보’에만 몰두하는 그와 잘 지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우연히 한 중동인 살인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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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