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22 (목)

  • 흐림동두천 -13.9℃
  • 맑음강릉 -8.4℃
  • 맑음서울 -11.6℃
  • 대전 -8.9℃
  • 맑음대구 -7.0℃
  • 맑음울산 -6.7℃
  • 구름많음광주 -5.9℃
  • 맑음부산 -5.7℃
  • 흐림고창 -7.3℃
  • 제주 1.0℃
  • 맑음강화 -11.6℃
  • 흐림보은 -9.7℃
  • 맑음금산 -8.8℃
  • 흐림강진군 -4.5℃
  • 맑음경주시 -7.3℃
  • -거제 -4.6℃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산업재해는 국민건강권의 문제

URL복사

최명선 -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1993년 미국의 유명한 TV만화 〈씸슨가족〉의 캐릭터 인형을 만드는 태국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공장주가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갈지 모른다”며 공장문을 잠그고 외출한 탓에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대형 참사였다. 이를 추모하며 시작된 행사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캐나다, 대만 등 13개국에서는 법정기념일이 되었고, 110여 개국에서는 공동행동을 진행한다.

우리 현실은 어떨까. 멀리 볼 것도 없다. 2008년 경기도 이천의 냉동창고 화재사고로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7명이 중상을 당했지만 사업주는 벌금 2000만원만 내고는 끝이었다. 4대강공사에서도 지금까지 2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국토해양부장관이 나서서 “산재사고는 노동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

지난가을에도 충남 당진의 한 철강회사에서 1600도가 넘는 용광로 작업중에 29살 청년이 사망했다. 10만원짜리 안전펜스 하나만 있었어도 그 청년은 살았을 것이다. 당시 한 조각가가 “그 쇳물로 못 하나도 만들지 말라. 그 쇳물로 청년의 조각상을 만들어 어머니가 가끔 찾아와 어루만지게 하자”는 시를 쓴 것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용광로는 여전히 끓고 있다.

현장의 고참 노동자들은 “예전에는 사망사고가 나면 반나절은 작업이 중단됐는데, 요즘은 한두시간 지나면 바로 작업을 재개한다”며 개탄한다. 이것이 산재로 한해 2500명이 죽고 9만명이 다치는,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인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러나 사회적인 관심사에서 노동자의 산재문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요즈음 일본 원전사고로 온 국민이 방사능 걱정이지만, 지금까지 발전소 현장에서 몇 년째 정비작업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엑스레이 촬영기사 등 병원 노동자, 항공승무원 노동자, 비파괴검사 노동자의 방사능 노출에 대한 문제제기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업병은 일부 노동자의 불편한 현실?

과거 건설현장이나 조선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석면은 수십년 잠복기를 거쳐 폐암 등을 유발하는 ‘소리 없는 살인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몇 년 우리 사회도 석면의 위험을 인식하기 시작해서, 학교건물을 지을 때는 지붕을 씌워 피해를 예방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재건축 공사현장의 포클레인 기사, 건물해체 설비작업 노동자, 자동차라인이나 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문제는 부각되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발암성물질에 일정기간 노출된 노동자에게 건강진단을 제공하는 ‘건강관리수첩’ 제도가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이를 발급받은 건설노동자는 8명에 불과하고, 노동조합에서 자체 조합비로 특수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하루 일상 속에서 우리는 많은 노동자를 만난다. 지하철 승무원 노동자의 잦은 사고로 인한 공황장애, 각종 전자제품 제조 노동자가 벤젠 등에 의해 걸리는 백혈병과 혈액암, 식당의 급식조리사 노동자의 화상과 피부질환, 편의점이나 커피점 등에서 종일 서서 일하는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하지정맥류, 은행과 백화점 고객센터 노동자가 고객 감동과 미소 강요로 앓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 직업의 수만큼 직업병도 다양하다. 더욱이 최장 노동시간과 만성적인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우리 일상은 그야말로 ‘과로사회’의 단면으로 채워져 있다.

산업재해가 방치되는 이유

이처럼 만연한 산업재해가 방치되는 가장 큰 원인은 그것이 일부 노동자의 문제라는 왜곡된 시각이다. 현재 산재통계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승인된 산재건수가 기본이다. 그러나 각종 정부 용역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정부 통계의 12배에서 30배에 달하는 100만명에서 278만명의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 지금의 산재예방정책은 빙산의 일각 위에 세워진다 하겠다.

다음 원인은 허울뿐인 각종 안전보건 법제도와 기구들이다. 최근 건강검진 대행기관이 사업주와 결탁하여 검진결과를 조작한 것이 밝혀졌다. 현장의 안전점검 대행기관들의 현실도 다르지 않아, 중소사업장의 건강검진과 안전점검은 대행기관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또한 유해위험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의 경우, 각종 점검과 사업에 노조나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실질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는 비정규 하청노동자가 아니라 관리업무를 보는 원청노동자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사업장의 원하청 고용구조나 중소사업장의 현실은 외면한 채 자율안전만 부르짖는 각종 법과 제도가 현장에선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법제도가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1963년 제정된 산재보험법은 당시 7개의 발암물질을 규정한 이래 단 한번도 개정된 바 없다. 그러다 작년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자체 조사와 문제제기가 있자 부랴부랴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발암물질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비하고, 사업장에서는 작업환경 측정이나 안전교육도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각종 직업성 암이 발생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기업 삼성에서 46명의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수년간 잠복기를 거치는 직업성 암에 대해, 일했던 당시가 아니라 ‘이미 깨끗하게 준비된 현장’에서 역학조사를 하고, 노출수치가 안 나온다며 삼성 노동자 16명의 산재신청을 전원 불승인했다. 그 와중에 투병중이던 노동자 6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MB정부 들어 산재보상 문제가 역주행하고 있다. 직업병에 대한 산재불승인이 계속 증가하고 추세이며, 뇌심혈관 질환의 경우 10건 신청에 9건이 불승인 판정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근로복지공단은 작년 1조 2천억의 흑자를 자랑했다.

안전한 일터 없이 행복한 삶은 없다

우리 대다수는 행복의 조건으로 건강을 첫째로 꼽는다. 가구당 매월 21만원을 암 질환 관련 민간 생명보험료로 낼 정도다. 그러나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 사망 노동자의 80%가 직업성 암인데도 그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터의 발암물질에는 손도 못 대는 것이 현실이다. 일터에서 생기는 사고나 직업병은 한 집안을  파탄시키는 폭탄과도 같다. 그 가족과 일가친척까지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하는 산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최근 정치권에서 유행처럼 번져가는 복지 논쟁은 참으로 허망한 말잔치에 그칠 것이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서울시의회 국힘 "김경 의원 윤리강령 정면으로 위반…윤리특위, 제명해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이 강선우 국회의원에게 공천 대가로 뇌물 1억원 건넨 혐의를 받는 김경 시의원(무소속·강서1)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서울 시민의 민의를 대변해야 할 시의원이 파렴치한 범죄 의혹의 중심에 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은 "공천헌금 1억 상납부터 당원 위장전입, 당비 대납,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상임위원회 권한을 이용한 수백억 원대 가족 회사 용역 수주, 직원 갑질까지, 제기된 의혹 하나하나가 시의원으로서의 윤리강령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김 시의원의 안하무인격 태도는 서울 시민과 동료 의원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면서 "김 의원은 공천 대가로 1억원을 건넨 사실을 자백하면서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하는 일'이라며 후안무치한 발언을 내뱉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를 향해 "가장 강력한 징계인 '제명'을 통해 의회의 자정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도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온정주의를 버리고, 제명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시의원은 구차한 변명 대신 시민 앞에 석고대죄하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박홍배 의원,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일하는 사람의 최소한의 권리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비례대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초선, 사진)은 20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률안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일하는 사람’이란 고용상의 지위나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일하고 이를 통해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2. ‘사업자’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로서 일하는 사람에게 직접 보수를 지급하는 개인, 단체, 법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 나. 다른 사람에게 일하는 사람을 소개·알선하는 사업을 하는 자로서 일하는 사람의 보수 결정, 노무제공 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단체, 법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 3. ‘일터’란 업무와 관련한 모든 물리적·사회적 공간과 장소(온라인 환경을 포함한다)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제1항은 “일하는 사람과

문화

더보기
소통이 잘되는 조직을 만드는 요령... 성과·권한·책임이 얽힌 구조적 소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많은소통 관련 책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 직장 현장에서는 말을 잘해도 조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 바로 ‘직장인 소통의 마력’(저자 화담 김해원, 출판 바른북스)이다. 이 책은 일상적 대화나 관계 중심의 일반 소통과 달리 직장 소통은 성과·권한·책임이 얽힌 구조적 소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저자는 36년간의 직장 생활과 조직 경험을 통해 직장에서의 소통 문제는 개인의 화법이나 성격이 아니라 조직 시스템과 말의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직장인 소통의 마력’이 기존 소통서와 다른 지점은 명확하다. 공감, 경청, 배려 같은 미덕을 강조하는 대신 이 책은 회의가 왜 실패하는지, 지시가 왜 왜곡되는지, 상사의 말이 왜 조직 분위기를 무너뜨리는지를 현장 사례 중심으로 해부한다.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가 멈추는 지점에서 소통을 바라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책에서는 소통이 잘되는 조직을 만드는 핵심 요소로 △사람의 힘 △시스템의 힘 △조직문화의 힘이라는 세 가지 축을 제시한다. 이는 개인의 말버릇이나 태도 교정을 넘어 조직 전체의 소통 구조를 점검하는 프레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