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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논쟁에 돈만 있고 마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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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성이 교수 최근 저서 ‘자연복지’ 통해 새로운 복지 철학 펼쳐

복지가 화두다. 어느 때보다 복지에 민감하고, 누구나 복지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복지가 무엇인지, 무엇이 옳은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더욱 혼란스러운 시대다.

이 시점에서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김성이 교수가 자신의 복지 철학을 담은 저서 ‘자연복지’(양서원) 펴내 눈길을 끈다. 1969년 서울대 사회사업학을 졸업한 이후 학계와 현장을 두루 섭렵하며 한국 사회 복지 역사를 써내려간 김 교수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시절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 획기적인 정책으로 사회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도 했다. 현재 김 교수가 위원장으로 재임 중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집무실을 찾아 한국 복지가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개개인에게 희망을 주는 복지가 필요하다”

- 최근 저서 ‘자연복지’를 펴냈다.

사회복지에 대해서 오래 연구해왔다. 1965년 사회사업학과를 입학한 이후 이 길이 시작됐으니 46년이 된 셈이다. 어린 시절 신문 기자가 꿈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남의 잘못된 것을 적발하는 자리보다 남을 돕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셔서 사회복지로 눈을 돌렸다.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와 함께 해온 사람으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큰 흐름도 보였고, 나아가야 할 방향도 잡혔다. 어머님이 말씀하셨던 ‘남을 돕는 일’을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반성도 했다. 그 과정에서 과거 한국 사회복지가 너무 인위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지가 이제는 자연적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 물론 나는 이 책 한권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출판사에게 처음부터 총 5권의 책을 낼 것이라고 요청했다. 한국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다. 이 책은 그 서문에 해당되는 셈이다.

- 딱딱한 학술서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책이 쉽고 따뜻하며 수필처럼 편안하고 재미있다.

사회복지가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이고, 그래서 대중이 재미있게 읽는 책이 되길 원했다.

 - ‘자연복지’란 대중에게 생소한 철학이다. 어떤 복지관인지 설명 부탁한다.

우연히 미국에서 본 광고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money is not everything, but without money you cannot buy a rose!'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 없인 장미를 살 수 없다는 이 문구는 사랑하는 이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장미 한 송이를 살 돈이 인생에서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도 장미 한 송이 살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그 역시 공허한 것이다. 돈과 마음의 균형이 중요하다. 한국 복지가 그 동안 지나치게 돈에만 치우쳐 있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장미 한 송이를 사는 마음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 왜 지금 시점에 ‘자연복지’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인가.

한국은 현재 복지의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시점에 왔다. 웰빙의 첫 번째 단계인 의식주에 대한 고민에서의 해방이라는 문제는 넘어섰다. 지금 소위 ‘무상급식’ 논쟁을 봐라. 배가 고프니까 밥을 주자는 논쟁이 아니다. 핵심은 차별 받는 아이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의식주 차원의 복지를 넘어섰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단계를 넘어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선택권까지 배려하는 두 번째 단계에 왔다. 바우처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웰빙의 최고 단계는 국민 개인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개개인에게 희망을 주는 복지. 바로 이 단계 진입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아너 소사이어티’의 활약상, 자원봉사의 확산 등 여러 현상들 또한 이런 시대적 요구를 잘 대변하고 있다.

 “복지이슈 부상, 인구학적 이유 있다”

 - 그렇다면 최근의 ‘복지논쟁’도 그런 과도기적 시대적 특성 때문인가.

풍요 시대의 산물이다. 국가 경제면에서 볼 때 지금 우리 국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부강해졌다. 국가 경제가 세계 10위권이고,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산업분야에서는 세계 선두 그룹에 속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경제력을 갖춘 풍요시대다. 둘째는 인구학적 면에서도 풍요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이 국가 총부양률이 가장 낮은 시기다. 총부양률은 생산 가능 인구 100명에 대한 아동과 노인의 비율을 말한다. 아동부양률과 노인부양률을 합한 것이다. 1970년대만해도 아동 부양률이 80이고 노인 부양률이 10이어서 총 부양률은 90이었다. 즉, 15세부터 64세의 생산 가능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사람이 15세 미만 아동 80명과 65세 이상 노인 10명을 합쳐 90명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2020년까지 아동 부양률은 계속 떨어져 20명이 되고 계속 이 수준이 이어갈 것이 예측된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2020년까지가 부양률이 가장 낮은 시기다. 지금 국가적으로 풍요한 것은 산업 발전과 함께 부양 부담이 가장 적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복지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타당하다.

 -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문제는 지금처럼 총부양률이 낮은 시기가 길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는데 있다. 아동 부양률이 낮아지는 반면 노인 부양률은 서서히 증가하다가 2020년에 20명을 기점으로 이후 급상승해 2050년에는 70명 수준이 된다. 2050년에는 아동부양률 20명과 노인부양률 70명을 합쳐 총부양률이 90명으로 아동과 노인구성이 뒤바뀐 양상으로 되며, 총부양률이 높았던 197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 예측된다. 아동은 식비와 교육비만 나가면 된다. 하지만 노인은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3배가 비용이 더 필요하다. 지금 고령화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2020년 이후에는 부양률의 증가로 국가발전과 국민 생활에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잘 준비해 2020년 이후에 올 어려운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흥청망청 있는 돈을 써 버릴 것이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냉철히 생각할 때다. 특히 복지 제도는 한 번 만들어지면 없앨 수가 없어서 더욱 위험하다.

성경 창세기에 애굽의 총리였던 요셉이 7년간의 풍년 뒤에 올 흉년을 미리 알고 잘 대비해 민족을 살렸던 이야기가 있다. 우리도 10년 후에 올 어려운 시기를 잘 대비해야 한다. 이런 중요한 때에 경제가 발전했다고, 또 부담률이 낮아졌다고,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재원을 낭비해서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다. 향후 십 년이 한국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요셉과 같은 미래를 준비하는 정신으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 복지 대상 범위의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칠 미래에 대비해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바람직한 범위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를테면 무상급식은 과잉 복지인가.

일단 무상급식이란 단어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이런 말들은 모두 말 만들기 좋아하는 정치권에서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수입이 있는 사람이 세금을 낸 것이고, 그 세금으로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 급식이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지구상에 완전히 순수한 보편적 복지란 없다. 보편적 복지는 자산조사 없이 즉 소득불문하고 주는 복지다. 선별적 복지는 소득이나 인구학적 조건을 두고 대상을 선별하는 복지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65세 이상의 노인 및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가 자격 대상이다. 질병의 상태와 연령이라는 조건이 있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제도의 대상도 연령과 소득수준이라는 조건이 있다. 가장 보편적 복지제도에 가깝다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도 연령제한이 있으니 순수하게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보편적 복지의 개념은 엄밀히 말해서 선별적 복지의 확대라고 보는것이 맞다. 또한 ‘무상급식’에 대해 논란이 많은 이유는 지금 시점에서 더 중요한 복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급식 문제는 그런 중대한 사항들에 비하면 작은 것이다. 

 “한국, 세계 복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 더 중요한, 우선적인 복지 과제가 무엇인가.

얼마 전 KDI에서 열린 국가정책 고위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다. ‘왜 우리나라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가?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높일 수가 있는가?’를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때 한 여성 공직자가 “우리 여성들이 편히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환경도 문제지만 아이가 커서 잘 살 수 있다는 미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충격이었다. 지금 한국은 자살율 노인증가율 이혼율이 세계 상위권이다. 예전보다 잘 살게 됐는데도 국민들은 희망을 잃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이 시급하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심리적인 면까지 돌볼 수 있는 복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무조건 서구적 복지정책을 모방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복지의 근원이다. 가족의 가치를 살리는 정책이 절실하다. 단 가족중심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가족의 연장선상으로 이웃, 국가, 인류로 확대되는 개념이어야 하겠다.

 - 전면무상급식이 과잉복지의 상징으로 거론된다면,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도 마찬가지로 도덕적 해이의 확산을 우려할 수 있는 안건 아닌가.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도 마찬가지지만 단위가 적다는 차이가 있다. 급식은 개인당 지원되는 단위가 크다. 큰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 승차는 소득수준을 나누고 선별 대상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때로 운영비가 더 많이 들 때는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 사실 대중이 피부로 느끼는 한국 복지의 문제점은 복지병, 복지 범위의 과잉 같은 것이 아니라 불균형의 문제다. 어떤 영역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복지가 시행되는 반면, 최소한의 생계와 관련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극단적 상황에 처한 경우도 적지 않다.

맞는 말이다. 현재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전달체계가 미숙하고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전산화가 되고 발전하는 단계다. 세계복지의 축이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복지 국가가 될 것이며,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 믿는다.

 - 한국이 왜 세계복지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사회복지를 연구하면서 여러 나라를 다녀보고 국내 외 회의를 참석해 본 결과 복지의 축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영국, 스웨덴,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복지의 시작이었다면, 다음은 미국, 그리고 다음은 호주, 뉴질랜드로 복지의 축이 옮겨왔다. 이제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복지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기술적 사회복지방법론과 서구의 제도적 사회복지방법론을 모두 갖추고 있을 뿐아니라 훌륭한 문화적 가치를 향유하고 있다. 한국의 각종 시스템이 사회복지의 모델이 되고 있다. 지금도 복지가 전사회적 화두로 발전되고 있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본다.

 - ‘자연복지’ 철학은 상당히 선진적이고 감명 깊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이 아닌가, 인간의 ‘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

전체 구상안의 서문에 해당하는 책이다 보니 구체적 이야기가 아직 적게 언급 돼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에히리 프롬이 ‘To have or To be’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 우리는 소유형 삶을 살 것인가, 존재론적 삶을 살 것인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교육’이 복지의 중심으로 생각돼야 한다고 나는 본다. 자원봉사 같은 복지 마인드를 키워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청소년 봉사 활동을 복지 화폐로 지불받고 대학 등록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하는 정책들을 통해 개개인에게서 타인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마음에서 우러나온 참여적 복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다음 책은 어떤 내용인가.

청년 복지에 대해 집필 중이다. 현재 반값 등록금 문제가 이슈지 않나. 우리나라 등록금이 미국 다음으로 많다. 점점 젊은이들이 살기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항상 복지 정책에서 소외돼 왔다. 이제는 청년 복지를 고민할 때다.

 “사감위 불법 시장 조사권 수사권 있어야”

 - 현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기관인지, 사회복지증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현재 우리나라는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스포츠토토 등 사행산업을 합벅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불법적 사행산업과 합법적 사행산업의 가장 큰 차이는 합법적인 사행산업은 부작용에 대한 예방 치유 재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일이 바로 그것이다. 아직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사행산업의 발전 속도를 컨트롤하고 있다. 그 전에는 10%대로 발전했던 사행산업이 지금은 3~4%대로 발전 속도가 늦춰졌다. 도박중독을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장치인 ‘전자카드제’가 시범 운영되고 있고, 지역 상담 센터를 현재 5개 운영중이다. 상담 센터를 매년 2~3개 넓히고, 병원 등과 연계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어갈 예정이다.

 - 한국은 사행행위 부작용이 어떤 실태인가.

한국인들이 모두 일중독이지 않나. 그런 만큼 사행 활동면에서도 몰입이 강하다. 사행 행위 중독 유병률이 6%나 된다. 외국보다 2~3배 높은 수치다.

 - 정부의 사행산업 비중이 높아서 그런 것은 아닌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화투 등 도박문화가 일상적인데다가, 외국 문화가 어우러지면서 부작용이 커진 듯하다. 더구나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 아닌가. 인터넷을 통한 불법 도박이 성행하기 좋은 환경이다. 현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불법 시장이 합법 시장의 3배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불법 시장에 대한 단속 규제권이 없는 것이 문제다. 사감위의 불법단속 권한에 대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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