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3일 "국정화 정국이 마무리되면 제가 제안했던 10가지 혁신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문재인 대표를 정조준 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도봉구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열린 강연회를 마친 후 문재인 대표의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당이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 치열한 논쟁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며 "저는 일관되게 당이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그것이 바람직한 혁신의 방향이라고 이야기해왔다"고 말했다.
직접 문 대표를 만나 혁신안 수용을 촉구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문 대표는)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낡은 진보 청산, 부패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세 가지 혁신 제안에 대해 동의한다고만 이야기했고, 혁신위가 그런 점에서는 부족했다는 것도 인정했다"며 "그럼 더 나아가 구체적인 본인의 생각도 밝힐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는 제가 요구한 10가지 혁신안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른 쪽으로 답을 했다"며 "(문 대표가) 혁신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은 받아들이고 어떤 부분은 생각이 다르다. 더 좋은 방법은 어떤 것이라고 본다'고 해야 혁신이 시작되는 것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이와 함께 안 전 대표는 국정화 정국으로 인해 야당이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것에 대해서는 "대국민 설득은 해야한다. 이 방향이 옳지 않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민생과 관련한 부분을 해결하는 일도 병행하고 이를 통해 달라진 야당의 모습으로, 국민들로부터 새롭게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지도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오늘 고시를 강행해 원인제공을 한 것은 정부·여당"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고민이 되겠지만 싸울 것은 싸우고 고칠 것은 고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안 전 대표는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경제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성장담론인 '공정성장론' 강연에 나섰다. 250여명의 학생들이 강연에 참석, 강의실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안 전 대표는 '땅콩회항' 사건 직후 대한항공의 주가 추이, 구글의 마케팅 전략 등을 사례로 소개한 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1등이 노력하지 않거나 실수를 해도 1등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라며 "1등부터 4등까지 상을 골고루 분배하고, 실패한 자에게는 재도전할 기회를 주고, 사회적 약자에게는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다. 그래야 성장하고 일자리도 더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정성장론과 관련해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개혁 법안 ▲창업콘트롤센터 관련 법안 ▲국세개정 관련 법안 등 3개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여당 의원들도 설득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 경제를 잘 아는 의원들과도 둘이서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출산장려정책에 대해 한 학생이 질문을 던지자, "청년일자리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풀기 힘든 문제 같다. 세계 공통의 문제이고, 어느 나라도 제대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청년일자리 문제가 해결이 되면 출산율 문제도 해결이 되고, 노인 복지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더 거칠게 표현하자면 국가 총력을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 다른 문제가 연이어 해결된다"고 확신했다.
한편 안 전 대표는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경북대, 명지대, 국민대를 차례로 찾아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안 전 공동대표가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대권 주자로 키워준 '강연 정치'를 재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오는 4일에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 김부겸 전 의원과 함께 대구에서 기자회견과 경북대 강연, 지역강연회 등을 잇따라 가질 예정이다.
안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같은 시기에 대구에서 행사를 가지게 된 것은 참 좋은 기회"라며 "그전에 만나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공감대도 형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