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북한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UN 사무총장에 오른 반 총장은 취임후 지속적으로 방북 의사를 밝히며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반 총장은 실제 지난 5월 개성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북한 당국의 변덕으로 갑작스럽게 불허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반 총장의 방북 추진은 꾸준히 이뤄져왔다고 보여진다.
UN은 16일 반 총장의 방북설이 보도되자 "평양 방문과 관련해 지금 밝힐 내용이 없다"며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으면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돕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노력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 방북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 총장은 북한을 둘러싼 여러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UN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2013년 4월 UN 사무총장 명의로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올해 5월에는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의 갑작스러운 허가 철회로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되긴 했지만, 그는 남북 문제 등에 있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반 총장이 방북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이익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남북 당국이 8·25 합의를 도출하고 민간 교류를 늘리면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해 주변국들의 압박을 받고 있다.
물론 반 총장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회담을 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주 의제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반 총장은 북핵 문제를 언급하며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려 할 거라는 분석이다.
이에반해 북한은 UN 안보리 대북 제재에 관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이의 완화를 요구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그다지 손해볼 것이 없는 셈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체제는 핵 문제 등으로 인해 대외관계가 취약하다"며 "김정은은 반기문 사무총장을 이용해 그런 부분을 최대한 상쇄하고 체제가 안정적이라는 부분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연구소 교수는 "최근 평화협정 체결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반 총장을 중재자로 삼아 미국의 대북 정책 전환을 이끌어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수용하고 말고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반 총장의 방북설과 관련해 정부 당국뿐만 아니라 UN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반 총장 측이 북한 당국하고만 방북을 조율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반 총장이 남북 양측 간 최고 지도사 사이에서 '정상회담 메신저'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이다.
임 교수는 "북한은 내부적으로 당 창건 행사를 마무리했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권력구도가 정리되어 가는 상태"라며 "내년 5월에 있을 당 대회를 앞두고 대외적으로도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북한과 얼마 남지 않은 임기에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반 총장의 상황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 총장이 분단국가의 사무총장인 만큼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할 것"이라며 "반 총장이 정상회담을 주선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