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우리 기업이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등으로 지급하는 달러가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는 정부 당국의 주장은 확실한 입증 자료가 없는 것으로 일단 드러났다.
논란의 발단을 야기했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자금 전용에 대한)구체적인 자료가 없다. 우려가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란 걸 강조하기 위해 자료가 있다고 한 것인데, 그 후 논란이 됐다”고 발을 뺐다. 그러면서 “국민과 의원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까지 했다.
앞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개성공단 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면서 개성공단에 들어간 금액 규모를 밝히면서 “이 돈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 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주목됐다.
그동안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달러가 핵개발에 쓰이고 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해준 적은 없었다. 돈의 사용처 확인이 쉽지 않은데다, 자칫 우리의 지원이 핵무기로 되돌아 온다는 비판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홍 장관은 정부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이를 밝힌 데 이어 12일에는 “말씀드릴 수 없으나, 여러 근거가 있다”고 했으며, 14일에는 KBS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개성공단의 돈 70%가 핵과 미사일 개발,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을 전담하는 당서기실로 흘러들어간다”며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홍 장관이 이틀 전까지 밝힐 수 없다던 근거까지 공개하자, 정치권은 물론 여론까지도 홍 장관의 발언 내용이 사실인지, 만약 사실이라면 개성공단 운영이 결국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이 아닌지 등을 두고 논란이 증폭됐다.
그러나 홍 장관이 이날 기존 발언을 뒤엎으면서 상황이 바뀌게 됐다. 결국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가는 우리 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인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으며, 그동안 홍 장관이 공개적으로 마치 근거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던 것은 개성공단 중단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와 관련,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10일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입장 발표 이후 언론에서 정부의 입장보다 입주기업들의 피해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자, 청와대가 다소 불만스러워 하면서 이후 정부 입장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계속 발언의 수위를 높여 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통일부는 지난 7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개성공단 내 우리 측 인원 추가 감축을 대책으로 발표하고 '잠정 중단'을 마지막 카드로 갖고 있었으나, 7일 밤부터 청와대와 외교 국방부 국정원 등 다른 부처가 '완전 중단' 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개성공단 완전 중단의 불가피성을 부각시키는 데 급급해, 나중에 발목이 잡힐 것을 고려치 않고 명확한 근거가 없는 개성공단 달러의 전용(轉用) 이야기를 계속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일부에선 홍 장관의 방송 출연도 청와대 쪽에서 권유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지만 홍 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구체적인 자료 없다”고 해서 이 문제가 완전히 매듭지어질지는 의문이다. 청와대와 정보기관이 통일부와 공유하지 않은 추가 정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와대나 정보 기관 등의 필요에 따라선 지난 4일간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개성공단 달러의 전용(轉用) 문제가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그 때에는 지금보다 후폭풍이 더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