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5.23 (금)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문화

'귀향' 연출 조정래, 그를 감독이라고만 하기에는 부족하다

URL복사

[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포기 자체가 안 됐다. 나한테는 운명 같은 영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극화한 ‘귀향’은 조정래 감독(43)이 무려 14년 간 품어온 영화다. 2002년 ‘나눔의 집’으로 봉사활동을 갔다가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우연히 보고 밤새 써내려간 시나리오는 쉽게 영화제작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금맥 같은 소재이면서도 대중성이 없고, 너보다 더 유명한 감독도 도전했지만 좌초된 게 바로 위안부 소재 영화”라는 이유로 영화화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2014년 11월16일 유튜브에 올린 티저 영상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7만5270명의 후원과 제작진의 재능기부가 잇따랐고 극적으로 완성,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29세 청년은 어느덧 40대가 됐고 그 사이 국악합창단 창단실화 ‘두레소리’(2011)와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의 감동다큐멘터리 ‘파울볼’(2015)을 개봉했다. ‘귀향’은 조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 됐다.

조 감독은 1992년 중앙대 영화과에 입학해 이듬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1993)를 보고 판소리에 꽂혀 소리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나눔의집에 간 것도 북 치는 고수로 참여한 것이었다. 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 이수자다.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이어온 원동력에 대해 조 감독은 “꿈”을 언급했다. “불타고 있던 소녀들이 하늘로 올라가 날아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꿈을 꿨다. 너무 강렬했다. 그때부터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 얘기를 했다. 주변사람들 증언에 따르면 내가 입만 열면 ‘귀향’ 이야기고, 다른 주제로 대화가 시작돼도 결국은 ‘귀향’으로 끝났다고 하더라.”

조 감독의 집념에 탄복해 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이도 적지 않다. 임성철 PD가 대표적이다. 조 감독은 “우리 영화에 목숨 건 또 다른 사람이 임성철 PD”라고 말했다. “김구 선생의 외종손인데, 극중 일본군 악역을 맡았다. 원래 화가다. 7년 전 우연히 만났는데 내가 무턱대고 일본군 악역을 제안하면서 2시간 동안 ‘귀향’ 이야기를 했다더라. 처음에는 정신 나간 사람인줄 알았는데, 얼마나 간절하면 그랬겠느냐는 생각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끝까지 살아남은 소녀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일본군 조장 기노시타 역의 정무성도 빼놓을 수 없다. 재일교포2세인 김씨는 어릴 적 연기를 꿈꾼 적이 있는 사업가로 든든한 후원자를 자청했다.

“연기자를 물색하던 중 만난 사람의 일행이었다. 악역을 제안했더니 자신은 연기자가 아니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서 설명했더니 그 자리에서 울더라. 마침 아버지 고향이 영화의 배경인 고창이었다. 일본어 지도 선생부터 번역자, 제작부 막내, 후원자 그리고 일본군 조장 기노시타 역할까지 일당백을 해줬다.”

어렵게 완성됐으나 개봉이 불투명해졌을 때 그는 말했다. “나는 괜찮다. 덕분에 거창에 가 선조 무덤을 찾았다. 나는 벌써 귀향했다. 개봉이 확정되고 얼마 전 요코하마에서 후원 시사회를 했는데 너무 감동받았다, 행복하다고 했다.”

‘귀향’은 1943년 열 네살 소녀 정민(강하나)이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 이끌려 같은 처지의 소녀들과 ‘지옥’을 겪게 되는 이야기와 실제로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최초 증언한 1991년, 열여섯 살 신녀 은경(최리)이 생존 할머니 영옥(손숙)의 ‘괴불 노리개’를 통해 위안부 소녀의 아픔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가 교차 전개된다. 일본군의 만행보다는 폭력적 상황에 처한 소녀들의 두려움과 공포, 그 속에서 피어난 우정에 초점을 맞춰 안타까움과 눈물을 자아낸다.

조·단역까지 약 200명의 배우와 스태프가 참여했다. 정민 역의 강하나는 재일동포 4세로 부모를 설득해 이 영화에 출연했다. 감독이 가장 먼저 캐스팅한 배우로 신녀 은경 역의 최리는 첫 작품 ‘두레소리’의 배경이 된 국악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한 차례 출연을 거절했던 그녀는 캐스팅을 수락하고 4년을 기다려줬다. 소녀의 부모로 나온 오지혜, 정인기, 그리고 생존 위안부 할머니 손숙까지 영화의 좋은 뜻에 기꺼이 동참했다.

영화는 무엇보다 전쟁종식과 함께 증거인멸을 위해 불태워진 소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데 역점을 뒀다.

“소재만 들어도 눈물 난다. 너무 아픈 얘긴데 어떻게 보겠느냐. 그런 말들을 했다. 아픈 소재를 아프게만 풀면 그건 고문이다.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어떻게 예술적으로 승화시킬지가 관건이었다.”

영화의 목표는 억울한 넋들의 귀향이었다. “전통음악과 무형문화재 진도 씻김굿을 접목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했다. 그동안 위안부 피해여성은 복수화 된 개념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개별화해 부모에게 예쁨 받던 소녀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평균 나이 16세, 신체 나이 12세, 개중에는 초경도 안 한 소녀도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영화에서는 태워진 소녀들이 나비가 돼 하늘을 나는 장면이 꿈결처럼 펼쳐진다. “태워지는 소녀들을 원 신 원 컷으로 찍었다. 특수효과 감독이 실제로 더미를 만들어 다 태웠다. 그때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너무 고통스러웠다. 신기하고 가슴 아프게도 그때 나비가 날아들었는데 마치 우리를 위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의 염원이 담긴 상징적인 장면이기 때문일까, 조 감독은 가장 기억나는 장면으로 주인공 정민의 귀향 신을 꼽았다.

“거의 막바지에 촬영했는데 레디 해놓고 액션을 하려는데 목이 메었다. 1분 정도 말을 잇지 못하니 스태프들이 돌아봤다. 시나리오 쓸 때도 그 한 줄 쓰기가 어려웠고, 그렇게 눈물이 났다.” 귀향의 ‘귀’자가 돌아올 ‘귀(歸)’가 아닌 혼백 ‘귀(鬼)’인 이유다. 영어 타이틀은 ‘Spirit’s Homecoming’이다.

영화를 본 피해 할머니들은 계속 울었다. 그리고 조 감독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그동안 할머니들이 많이 돌아가셨다. 장례식 갈 때마다 마음은 급하고 돈도, 유명세도 없는 내가 너무 초라했다. 그런 나를 지지해준 아내, 모두가 떠날 때에도 늘 곁을 지켜준 임성철 PD, 그리고 12억원을 모아준 7만 국민들, 재능기부에 가까운 노고를 해준 배우들과 스태프들, 뭐라고 감사해야할지 모르겠다. 전부 기적과 감사의 결과물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준석, ‘완주’ 선언...“이준석 이름으로 대선 승리할 것”
[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22일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끝까지 개혁신당 이준석의 이름으로 승리할 것”이라며 범보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이 받아보실 투표용지에는 기호 4번 개혁신당 이준석의 이름이 선명히 보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의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에도 보수진영 일각의 단일화 압박이 계속되자 이날 명확히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며칠간 단일화 운운하면서 국민의힘이 가한 행위는 굉장히 모욕적이었고, 선거를 난장판으로 만들려는 시도였다”며 “앞으로 국민의힘 어떤 인사와도 단일화와 관련해 소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2022년 상스러운 욕으로 문자 보낸 분들이, 2024년 자살 종용하던 분들이 2025년 제게 읍소하고 며칠 지나니 협박하고 있다”면서 “이런 사람들과 무슨 일을 도모할 수 있겠나”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외부의 회유와 압력에도 우리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대한민국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만들려는 세상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폭군의 세상이 아니고, 윤석열을 몰아냈더

경제

더보기
허영인 회장 중대재해처벌법 고발 당해...사면초과 SPC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SPC 계열사 공장에서 또다시 사망사고 발생했다. 최근 3년간 벌써 세 번째다. 현재 형사재판 중인 허영인 SPC 회장의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강력 대응을 주문하고 있고, 고객들의 불매운동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동일한 패턴의 반복되는 사망사고 지난 19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작업자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A씨가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A씨 부검을 진행한 뒤 경찰에 “머리, 몸통 등 다발성 골절로 인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냈다. 시흥경찰서는 공장 관계자 일부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SPC시화공장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회

더보기
심미경 서울시의원, 서울시립대 반도체연구센터 (UOS Fab) 개소식 참석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심미경 의원(국민의힘, 동대문 제2선거구)이 4월 19일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열린 ‘공학연구원 반도체연구센터(UOS Fab) 개소식’에 참석해 서울시립대와 서울시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서울형 반도체 교육·연구 생태계 조성과 실업계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에 개소한 반도체연구센터는 서울시가 지원하고 서울시립대가 주관하는 공공 주도의 연구거점으로, 첨단반도체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성됐다. 센터는 반도체분야 연구를 위한 인프라 공유와 학부과정 및 대학원생 실습교육과 산업체와 고등학생 위탁교육, 산·학·연 공동연구 등 산업 수요에 기반한 연구와 실습이 이뤄지는 융합형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심 의원은 개소식을 축하하면서 “서울시립대 반도체연구센터가 단순한 연구시설을 넘어, 공공이 주도하는 반도체 교육과 실증 연구의 핵심 거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 의원은 “서울이 반도체 인재를 키우는 도시가 되려면, 고등교육 중심 전략뿐 아니라 직업교육 고등학교의 기반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며, “고교-대학-기업 간 인재 육성 사다리를 서울시가 직접 설계하고

문화

더보기
삶의 고통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시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꽃처럼 향기처럼’을 펴냈다. ‘꽃처럼 향기처럼’은 전남 함평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가난과 역경을 딛고 올라온 저자의 인생 여정과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꿈과 희망, 그리고 자연과 신앙에 대한 담백한 고백이 담긴 시집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영배 시인은 2009년 한울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래 ‘사랑 고백에 화답을’, ‘세월 묶어둔 끈’, ‘태양! 친구 삼아 걸어라’ 등의 시집과 ‘한번 베임을 위해’, ‘어머니의 마당’ 등의 수필집을 출간하며 꾸준히 문학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시집 ‘꽃처럼 향기처럼’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5장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의 모습과 인생의 굴곡을 함께 엮으며,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묵직한 성찰의 메시지를 건넨다. 이 책은 화려한 수식이나 장황한 비유를 지양하고, 오히려 투박하고 소박한 언어로 삶의 진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어려운 유년 시절과 공장 노동자, 신문팔이로 살아가며 서울의 낯선 거리에서 꿈을 찾고, 검정고시로 학업을 이어간 저자의 삶의 편린이 시편마다 녹아 있다. 저자는 “겨울이 춥고 길수록 봄에 대한 기다림은 더하고, 청운의 푸른 꿈을 품고 사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대선투표 안하고 여행가겠다”는 정치무관심 층. 그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요즘 TV뉴스는 아예 안 봅니다. 보면 신경질만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그걸 왜 봅니까? 예능프로하고 스포츠 중계만 봅니다. 이번 대선투표요?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 안 하고 아예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을 해 보았다. “아니, 그래도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대선후보 공약도 확인하고 TV토론도 보시고 관련뉴스도 챙겨보면서 누구를 찍을지를 선택하고 투표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투표를 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국민의힘 후보자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 마치 대통령이 된 듯한 야당 후보를 보면 어차피 결론이 난 게임 같아서 투표할 마음이 싹 없어지더라구요.” 청년층들에게도 “이번 대선 투표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대선 투표를 언제 하는데요?” “나라만 잘 살게 해준다면 누가 대통령 되어도 상관없는데 그런 대통령 후보가 없는 것 같아서요.” 6월3일 치러지는 21대 대선 유권자 중 50대(지난해 말 기준 870만6,37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0대(781만8,783명) 노년층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원래 정치에 무관심한 편인 20대 청년층에서조차 이러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