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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버려진 아이들…영아 유기 부추기는 입양특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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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의 날’…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

[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서 이곳에 오게 됐어. 너무 미안해." 국내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 정문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아이의 정보를 적을 수 있는 작은 메모장, 상담벨, 아이를 둘 수 있는 베이비박스가 마련돼 있다.

베이비박스란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작은 상자를 말한다. 대략 가로 70, 높이 60, 깊이 45공간으로 돼 있다. 베이비박스 앞에는 '미혼모 아기와 장애로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거나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주사랑공동체교회는 200912월부터 부모들이 아이를 아무 데나 유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곳에 버려진 아이의 수는 930명에 달한다.

베이비박스를 이용하는 부모들은 아이의 출생일과 간단한 메모를 남기게 된다.

메모장에는 '18세에 아이를 낳고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이곳을 찾았다' 등 구구절절한 사연이 넘친다. 아이를 낳은 여자친구가 도망을 가 할 수 없이 아이를 맡긴다는 10대 미혼부, '내 딸에게 미혼모 꼬리표를 남길 수 없다'는 고등학생 딸을 둔 아버지의 사연 등도 적혀 있었다.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 '입양의 날'11일로 열한번째 돌을 맞는다그러나 미혼모들이 아기를 버리는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베이비박스 이용 건수는 20104, 201137, 201279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입양특례법 시행 이듬해인 2013년에는 252건으로 처음보다 63배나 증가했다.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280, 278건으로 250건을 넘겼다.

특히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베이비박스를 찾는 미혼모가 부쩍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생신고 의무화' 등 입양 절차가 까다롭게 바뀌면서 신원 노출을 꺼리는 미혼모들이 아이를 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법 개정의 본래 취지는 입양된 아기가 양부모의 친자식인 양 허위로 출생신고 되거나 위장 입양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다.

하지만 미혼모의 경우 아기를 호적에 올리게 되면 미혼모라는 신분이 사실상 기록에 남는다. 이같은 '주홍글씨' 때문에 경제·사회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미혼모들이 아기를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몰고 있는 셈이다.

베이비박스를 총괄하고 있는 조태승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베이비박스 이용자의 60%10대 중·고등학생"이라며 "학생이 아이를 낳았다는 걸 무조건 수치스럽게 여기는 등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특히 20128월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베이비박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입양특례법이 미혼모들의 베이비박스 이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입양특례법 시행 전에는 지자체에 입양 서류만 신고하면 입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정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전에는 출산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친모들이 아이를 고아 호적에 올리는 방식으로 입양을 추진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입양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아동 출생신고가 필수가 됐다.

즉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을 보육원이나 입양기관으로 보낼 수 없게 되자 10대 미혼모들이 출생신고를 피하고자 베이비박스를 찾는다는 것이다.

입양전문기관 대한사회복지회의 김수진 부장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서류상 등록을 강제하니 아이들이 베이비박스에 버려질 수밖에 없다""특히 법적으로 미성년 신분에 있는 10대 청소년들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동을 올리고 양육하는 것이 성인들보다 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사회복지회 관계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 미혼모의 베이비박스 이용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친부모들이 입양 동의를 할 때 출생신고를 선택적으로 하게 되면 이러한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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