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6.11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사회

스승과 아이들이 이룬 강원 산골 분교 ‘작은 기적’

URL복사

[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지난해 11월 강원도 춘천교육문화관이 일순간 뜨거운 함성과 놀라움이 뒤섞인 격려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원어민 교사도 없고, 전교생 6명 뿐인 강원도 두메산골의 한 분교 학생들이 도시 아이들을 제치고 '제11회 강원도 초등학생 영어연극 발표대회'에서 대상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작은 기적'의 주인공은 지난 3년간 교사와 학생 사이의 마음의 장벽을 허문 강원도 고성 광산초등학교 흘리분교 학생들과 박진우 교사(39·현 속초청봉초 소속)다.

“대회에 참여한 우리도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줄 몰랐어요. 아이들과 부둥켜 안고 기뻐하다 시상대에 오르니 그동안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더라고요. 끈끈한 유대감이 없었다면 모두 함께 합심해서 신나게 영어연극을 준비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런 큰 결과도 이끌어낼 수 없었을 겁니다.”

흘리분교는 진부령 고갯길에서도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하는 강원도 두메산골의 작은 학교다. 1학년·3학년 학생 각 2명, 5학년 학생 1명, 6학년 학생 1명이 전교생이다. 3년 전 광산초교에서 근무하던 박 교사는 분교에서 근무할 기회가 주어지자 주저없이 교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2명과 함께 흘리분교를 찾았다.

“(광산초교 근무 당시)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많이 당했어요. 쉬는 시간이면 제게 '죽고 싶다, 죽이고 싶다' 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쏟아냈죠. 상처를 받은 아이들에게 작은 학교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은 학교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고요. 그래서 아이들 부모에게 흘리행을 설득했습니다.”

흘리분교로 간 박 교사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일반 가정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소원 제도'를 손수 만들었다. 이 제도는 학교에서 친구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 등을 한 학생이 피해 학생의 소원을 들어줘야 하는 흘리 만의 독특한 제도다.

“물론 학교 생활에서 일어나는 무수히 많은 일들을 이 제도에 적용하긴 쉽진 않았어요. 제가 법관이 돼 아주 세부적인 사항까지 규칙을 만들어 적용해야 했거든요. 하지만 6개월 정도 지나니까 아이들이 전례를 보고 스스로 규율을 정해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즐겁게 생활하더라고요.”

박 교사는 아이들과 집에서 함께 요리를 하고 잠도 잤다. 이른바 '사제캠프'. 학교에서 진행한 1박2일 캠프 만으로는 아이들을 속속들이 알기엔 부족했다고 한다. 박 교사는 이따금 아내의 눈치가 보여 아이들과 집에 몰래 잠입하기도 했다. 이렇듯 학생과 교사가 한데 어울려 살아가다 보니 마음의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박 교사 스스로 교사로서 권위의식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도 아이들과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박 교사는 아이들에게 “선생님” 대신 “알럽티처(I Love Teacher)”라고 부르게 해 특별한 관계가 형성 됐다고 귀띔했다.

“어느 날 아이들을 심하게 나무라고 난 후 '왜 아이들에게 화를 냈을까', '꼭 화를 냈어야만 했나' 라는 자괴감이 들어 아이들에게 호칭을 바꿔부르게 했죠. 처음에 쑥쓰러워하던 아이들도 이젠 선생님을 특별한 존재라고 느끼고 있어요. 이런 선생님으로서 정형화되지 않은 행동들이 합쳐져 교사로서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새내기 교사들에게도 적극 권장합니다.”

박 교사와 두메산골 분교 아이들의 이같은 '작은 기적'은 13일 제35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개최한 기념식에서 오지 교육활동 미담사례로 소개됐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지역네트워크】 청소년 셰프의 요리, 지역 상권에 생기를 불어넣다
[시사뉴스 양주=장초복 기자] “요리는 문화다. 그리고 문화는 도시를 바꾼다” 양주시가 주최한 ‘전국 고등셰프 경연대회’가 단순한 청소년 경연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청소년 셰프들이 창작한 지역 특화 요리들이, 실제로 고읍지구 등 침체된 지역 상권에 제공되어 신메뉴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양주시는 ‘청소년 셰프 도 시’라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위한 기틀을 다지고 있다. 총 29개 팀 접수… 전국 고등학생이 모인 지역 축제형 요리무대 지난 2025년 4월, 양주시가 지역 대표축제인 회암사지 왕실축제와 연계해 준비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 29개 고등학생 팀이 참가 신청했다. 접수 결과, 양주시 18개 팀을 비롯해 인천 7팀, 서울 2팀, 수원 1팀, 경북 영주 1팀 등 관내·외 총 29개 팀이 참가를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서면심사를 통과한 21개 팀이 본선 진출 후보로 올랐다. 사전 서면심사는 외식·조리 분야 전문가 3인이 ▲주제 적합성(양주·회암사지·왕실축제) ▲축제 판매 가능성 ▲창의성 ▲재료 현실성 ▲스토리텔링 설명력 등 5개 항목을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했다. 예선에서 11팀 선발…본선 통과 3팀은

문화

더보기
베스트셀러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연극으로 다시 돌아오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8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수현 작가의 베스트셀러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다시 한번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연극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시즌3로 돌아오며, 7월 3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대학로 R&J씨어터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로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며 2016년 출간 이후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온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국내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됐고, 일본·미국 등 전 세계 각국에 수출돼 누적 판매 180만 부를 기록한 K-에세이의 대표작이다. 이 에세이에 창작 스토리를 더해 무대에 옮긴 연극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2020년 시즌1 초연 당시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위로극’,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내는 응원’이라는 평가와 함께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이어진 시즌2에서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N차 관람하고 싶은 힐링극’, ‘지금의 나를 다독이는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뜨거운 반응을 이어갔다. 이번 시즌3는 더 섬세해진 감정선과 인물 서사, 그리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통해 한

오피니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