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08 (월)

  • 맑음동두천 7.9℃
  • 구름많음강릉 12.9℃
  • 구름많음서울 9.0℃
  • 구름많음대전 11.1℃
  • 구름조금대구 7.3℃
  • 구름많음울산 11.3℃
  • 구름조금광주 10.9℃
  • 맑음부산 12.1℃
  • 구름많음고창 10.9℃
  • 맑음제주 13.8℃
  • 맑음강화 8.0℃
  • 흐림보은 8.6℃
  • 흐림금산 11.1℃
  • 맑음강진군 6.1℃
  • 구름조금경주시 7.4℃
  • 맑음거제 10.4℃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전통이란 이름의 폭력, 죽음의 성인식

URL복사

아프리카 여성성기절제 현실 담은 인권 다큐멘터리 ‘소녀와 여자’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여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아프리카 소녀들의 성인식 여성성기절제(FGM)를 다룬 여성 인권 다큐멘터리. 지난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돼 주목 받았다.


할례를 받은 소녀와 거부한 소녀


매년 우기가 되면 케냐 쿠리아에선 할례 기간이 시작된다. 할례를 마친 14세 소녀 아니타 쾀보카는 가족과 친척으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마을 어귀를 행진한다. 아니타의 아버지 존 쾀보카는 딸이 진짜 여자가 된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한다. 할례 시술 도중 울게 되면 부정하다고 여겨지며 소를 바쳐야 하는 전통 속에서, 아버지는 이제 아니타는 그런 걱정에서 벗어났으니 행복한 거라며 한숨을 돌린다. 아버지는 드디어 딸을 결혼시킬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한다. 그렇게 한 소녀는 여자가 됐다.
 여성성기절제를 피해 목숨을 걸고 도망친 17세 엘리자 구티와 또래 135명의 소녀들은 할례 반대 캠프에서 ‘여성은 신이 내린 특별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엘리자는 한달 간의 할례 반대 캠프가 끝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아버지가 강제로 여성성기절제를 시킬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캠프의 마지막 날, 엘리자처럼 집으로 갈 수 없는 9명의 소녀들은 선생님과 함께 코모토보에 있는 보호 센터로 가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그녀는 소녀로 남았다.
제작부를 거쳐 프로듀서로 일해 온 이효정 감독이 17년 영화 인생에서 첫 번째 각본 감독 및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이 감독은 아프리카에서 소녀들과 동고동락하며 솔직한 인터뷰를 담아냈다. 영화는 국내 최초로 여성성기절제의 문제점과 현지의 인식 변화 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짚으며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인습은 버려야 한다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을 생생하게 포착해낸다.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감동적 노력


‘여성 할례’로 통용되는 여성성기절제(FGM: Female Genital Mutilation)란 여성의 외부 생식기 일부를 제거하거나 봉합하는 시술을 말한다. 중동과 아프리카 등 약 30여 개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집트 수단 소말리아에서는 전체 여성의 80% 이상이 받고 있다. 매년 300만 명, 하루에도 약 8000명의 소녀들이 이 고통의 성인식을 받고 있다.
평균 3세에서 15세 사이의 어린 소녀에게 행해지며 수술 중 감염, 불임 심지어 사망까지 초래하는 일명 ‘죽음의 성인식’으로 불린다. 여성성기절제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성의 순결을 위해 성욕을 억제해야 한다는 그릇된 믿음으로 전 세계 2억 명의 여성에게 행해진 것으로 조사된다.
여성성기절제는 여성들의 교육 기회를 빼앗고 조혼을 부추기는 오늘날의 열악한 여성 인권 실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대해 UN은 2012년 여성성기절제를 금지하기로 결의해 매년 2월6일을 ‘여성 할례 금지의 날’로 지정해 세계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무거운 소재의 이 영화는 하지만 소녀 특유의 밝은 정서가 지배적이다.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대중의 편견과는 달리 영화의 분위기는 활기차고 발그레한 순수함으로 가득하다. 그들 또한 여느 소녀들과 다를 바 없이 꿈 많고 수줍다. 소녀들의 순수한 정서가 억압적 현실과 대비되면서 더욱 아픈 느낌을 자아낸다.
 영화는 할례를 받은 소녀와 거부한 소녀, 두 명의 드라마를 담아내 공감대를 유도한다. 곳곳에 담긴 소녀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은 이 영화를 묵직한 진정성에 이르게 하는 핵심이다. 고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들의 모습은 전통과 인습 사이에서 고통 받는 모든 여성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억압받는 모든 개인을 위한 메시지


 ‘소녀와 여자’는 그래서 아프리카의 인권문제를 일깨우는 영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구 어디에서도 여성이라면 인습의 장벽 앞에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할레에서 울면 부정하다는 속설을 만들어 고통을 표현조차 하지 못하게 한 교묘한 지배논리는 여성을 억압하는 공통된 방식이기도 하다. ‘운다’는 최소한의 자기표현은 곧 지배자에게 죄책감과 불편감을, 피지배자에게는 연대감을 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모든 억압논리에 강요된 일을 행하지 않을 때는 ‘부정’을 탄다는 공포심과 죄의식을, 희생을 해냈을 때는 ‘복’을 받는다는 포상의 개념이 반드시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아가 이 억압은 여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취업난과 경쟁에 시달리는 사회 구조에서 성인이 된다는 것은 대부분에게 고통을 의미한다. 사회화가 지배자들이 만든 질서와 관습을 강요받고 개인의 정체성을 버리도록 요구받는 하나의 억압임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춘기 때 성기절제를 당하지 않아도 아파하고, 그토록 울부짖으며 방황하지 않았던가. 이 영화는 그래서 아프다고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울음과 같은 자기표현이다.
김 감독은 “단 한 번의 노력으로 여성성기절제가 멈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를 보고 여성성기절제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한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길을 함께 걸으며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위성락 “북한과의 대화 재개 추진...한미연합훈련 카드로 고려 안 해”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남북대화 재개를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개최된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은 우리 외교·안보에 있어 도약의 원년이 돼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해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할 것이다”라며 “우리 정부는 '페이스메이커'로서 북한·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남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 동안) 외교 분야에서 여러 성취가 있었지만 남북 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취가 많지 않았다”며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많은 긴장 완화 조치를 했음에도 북한의 호응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 주변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연합훈련 축소로 북한을 남북대화에 나서게 하는 것에 대해선 ”한반도 비핵화 추진을 위해 생각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만 한미연합훈련의 경우 카드로 직접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6개월의 여정은 정상화와 함께 국정 운영 전반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