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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도 피해자”… 끝없는 ‘미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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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낸 피해자들, 성범죄 만연한 사회에 경종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해외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열풍이 우리나라에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미투 캠페인은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성범죄 피해자들이 SNS에 “나도 피해자(me too)”라고 밝히며 성범죄 피해 경험을 고백해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직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바람이 곳곳에 퍼지다 연극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미투 열풍은 검찰에서 시작됐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는 지난 1월26일 검찰 내부 전산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안근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으며, 이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서 검사의 글은 그의 용기를 응원하는 한편,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댓글 수십개가 달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정유미 공판3부장은 이프로스에 “우리는 더 이상 조직 내 성적 괴롭힘 문제에 있어서 미개한 조직이 아니다”라며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가해자에 대해 단호하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려 서 검사를 돕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사회 각계각층에 전파


해외에서는 이미 미투 열풍이 달아오른 상태지만 한국 사회에서 미투 고백은 힘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서 검사의 용기에 힘을 얻은 수많은 여성들이 곳곳에서 “미투”를 외치고 있다. 1월30일에는 경기도의회 이효경 의원이 “무늬만 여자인 나도 거의 다반사로 성희롱을 당한다”며 “늦은 밤 노래방으로 불러내거나 술에 취해 새벽 1시에 전화해 사랑한다고 하고, 의원들과의 회식 후 간 노래방에서 춤추다 바지를 벗은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날인 1월31일에는 경찰청에서 근무하다가 사직한 임보영씨가 2015년 12월 경찰청 재직 당시 직속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사과하면 신고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신고할 테면 신고하라’는 가해자의 말에 신고했다”며 “인사조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가해자가 팀 회의석상에서 억지로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북부지검 임은정 검사도 이프로스에 2003년 5월 직속상사인 한 부장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임 검사는 당시 수석검사를 통해 사표 제출을 요구받았으며 같이 근무했던 선배로부터 “네가 사표를 써라. 알려지면 너만 손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임 검사는 지청장에게 찾아가 해당 부장검사의 사표를 요구했고 결국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연이은 폭로에 흔들리는 문화예술계


들불처럼 번진 미투는 문화예술계로 확산돼 매일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최영미 시인이 발표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일명 ‘미투 시(詩)’가 뒤늦게 주목을 받아, 유력한 가해자로 거론되는 유명 시인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에서는 ‘En’으로 표현됐지만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등의 표현으로 가해자의 정체를 암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예술계의 미투는 극단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전 예술감독에 대한 폭로가 많은 대중들에게 충격을 주며 미투 확산세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14일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는 지방 공연 도중 이 감독이 숙소인 여관방에 불러 안마를 시켰고 유사 성행위를 지시했다고 성추행 사실을 고발했다.


이 같은 논란에 같은 달 19일 이 감독은 앞서 제기된 성범죄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받겠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성폭행 주장에 대해서는 성관계를 맺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제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낙태를 했고 임신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감독에 대한 성범죄 폭로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극단 나비꿈 이승비 대표는 SNS에 “이 감독이 발성연습을 하자며 따로 불러놓고선 대사를 치게 하면서 온몸을 만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감독과 당시 극단 내 분위기에 대해 “그는 그곳에서 왕 같은 교주 같은 존재였다”며 “그날 공연을 못하고 마녀사냥을 당했다. 당시 모든 사람들이 날 몰아세웠고 연희단거리패였던 당시 내 남자친구도 모든 것을 묵인했다”고 고백했다.

 

어린이극단 끼리 홍선주 대표도 이 감독의 성폭행 사실을 공개했다. 홍 대표는 JTBC <뉴스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2004~2005년에 성폭행을 당했으며 동료배우가 성폭행 당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 감독의 성폭행으로 인해 임신과 낙태를 한 사람도 있었으며, 이 감독이 발성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성기에 막대나 나무젓가락을 꽂고 버티라고 하며 직접 꽂아주기도 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해온 배우 겸 연출인 오동식씨는 지난달 21일 “나는 나의 스승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글로 극단 내에서 성범죄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던 정황과 기자회견 리허설 진행 사실을 고발해, 이 감독이 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오씨는 “마치 우리가 어떤 나쁜 세상과 맞서 싸우는 정의감까지도 드러냈다”며, 예상 질문을 뽑아보고 표정에 대해서도 지적하는 등 기자회견을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어 배우 조재현, 조민기, 최일화, 오달수 등에 대한 성추행 폭로가 잇따랐다. 이 밖에도 영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유명 배우들의 이름이 가해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처음에는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하던 일부 배우들은 피해자들이 실명을 밝히고 피해 경험을 털어놓자 뒤늦게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75% “지지한다”


미투 캠페인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반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5일 리얼미터가 미투 캠페인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지지한다(적극 지지 54.8%, 지지하는 편 20.0%)’가 74.8%에 달했다. 이에 반해 ‘반대한다(적극 반대 5.0%, 반대하는 편 8.1%)’는 답변은 13.1%에 불과했으며 ‘잘 모른다’는 12.1%였다.


온라인상에서도 많은 네티즌들이 미투 캠페인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관심이 증폭되는 만큼,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미투를 응원한다. 다만 걱정스러운 건 미투를 악용해서 ‘아니면 말고식’ 고발이나 폭로하는 것”이라며 “모든 건 팩트에 근거하고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른 네티즌은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지 마라. 미투 운동이 힘을 얻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을 드러내고 피해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는 데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숨지 마라.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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