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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습기살균제 사태’ 잊었나… 소비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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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 검출부터 無자가검사 제품까지
‘화평법 위반’ 생활화학제품 무더기 적발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수많은 생활화학제품에 인체유해 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경각심이 생겨난 이후,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믿고 쓸 수 있는 안전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진행된 정부 조사에서 안전·표시기준을 위반한 제품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업계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위해우려제품’ 1037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안전·표시기준 준수 여부 조사에서 45개 업체 72개 제품이 안전·표시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해우려제품은 화평법에 따라 고시된 생활화학제품 등을 말하며 세정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자동차용 워셔액, 접착제, 방향제, 탈취제, 방부제, 양초, 습기제거제 등 현재 23개 품목이 지정돼 있다.


환경부는 해당 제품의 제조·수입업자의 소재지 관할 유역(지역)환경청을 통해 해당 제품의 판매금지 및 회수·개선명령 등의 조치를 내렸고, 각 조치들은 지난 6일 완료됐다고 밝혔다. 또, 판매금지 및 회수 대상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지 못하도록 해당 제품 정보를 대한상공회의소의 ‘위해상품 판매차단 시스템’에 등록했으며, 한국 온라인 쇼핑협회에도 유통 금지를 요청했다.



‘사용제한’ 가습기살균제 성분도 검출


이번 조사에서 판매금지·회수명령을 받은 제품은 34개 업체 53개 제품에 달한다. 특히 이 중 10개 업체 12개 제품에서는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돼 인체 위해성 논란이 있었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의 유해화학물질이 들어 있었다.


PHMG와 MIT 모두 사용이 제한된 물질이다. PHMG의 경우 흡수력이 빨라 흡입 시 매우 치명적이며 비강, 후두 및 폐에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MIT는 자극성과 부식성이 커 일정 농도 이상 노출 시 피부, 호흡기, 눈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고, 아동에게 반복 또는 장시간 노출될 경우 뇌세포에 영향을 주거나 세포막 및 피부에 화학적 화상을 입힐 수 있다.


이 밖에 11개 업체 25개 제품은 물질별 안전기준을 초과했고, 13개 업체 16개 제품은 출시 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자가검사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2개 업체 19개 제품은 소비자 안전정보(자가검사 번호, 성분표기, 사용상 주의사항 등) 표시를 누락해 개선명령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제품은 △세정제 7개 △합성세제 1개 △코팅제 6개 △방청제 3개 △김서림방지제 3개 △접착제 5개 △물체 탈·염색제 12개 △방향제 7개 △탈취제 5개 △방충제 4개 등이다.


이 중 △세정제 5개 제품에서 PHMB △코팅제 4개 제품에서 MIT, 폼알데하이드, 테트라클로로에틸렌 △방청제 2개 제품에서 디클로로메탄, 니켈 △김서림방지제 3개 제품에서 MIT, 아세트알데하이드, 비스(2-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탈·염색제 12개 제품에서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 △방향제 3개 제품에서 메탄올 △탈취제 4개 제품에서 PHMG, 은, 니켈 △방충제 4개 제품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 모두 사용이 제한된 물질을 사용했거나, 함량기준을 초과해 적발된 사례다.


위반 제품 중에는 ㈜피죤에서 생산한 ‘스프레이피죤(우아한 미모사향·로맨틱 로즈향)’, ㈜뉴스토아에서 수입한 ‘퍼실 겔 컬러’, 유니콥과 하이제이에서 수입한 ‘대만 곰돌이 방향제’ 등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제품들도 포함됐다. ‘스프레이피죤(우아한 미모사향·로맨틱 로즈향)’에서는 PHMG가 각각 0.00699%, 0.009% 검출됐다. ‘퍼실 겔 컬러’와 ‘대만 곰돌이 방향제’는 자가검사 미실시와 표시사항 미표기로 적발됐다.




“소비자 기만… 엄중 처벌해야”


생활화학제품에서 사용이 제한된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에 댓글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은 줄 뻔히 알면서 그 물질을 그대로 사용하다니 너무 아찔하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이다. 탈취제를 쓸 때마다 내 생명을 갉아 먹고 있었다”고 우려했다.


위반 제품을 제조·수입한 업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네티즌은 “(가습기살균제) 사상자가 그리 많았는데도 제조업체들은 모르고 넣었다고 말 못할 것이다. 소비자를 기만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이기적인 기업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독성물질로 (제품을) 만들어 팔면 기업이 파산할 정도로 벌금을 물려라”, “저 성분들 논란·금지된 지가 언제인데… 회사랑 제품 다 밝히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사망한 상황에서 뒤늦게 위반 사실을 적발한 환경부에 대한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PHMG 성분 들어있는 제품 골라내는 게 그렇게 힘든 거냐. 사전에 미리 좀 걸러서 유통되지 못하게 할 순 없는 것인가?”, “살인행위다. 무시하고 만든 기업이나 책상에 앉아 사인해준 사람이나 동등하게 처벌하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악덕기업보다 멍청하고 무능력한 환경부가 더 밉다” 등의 의견을 드러내며 정부를 비판했다.



“피해자에 불리한 법 때문에 안전문제에 안이하게 대처”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장동엽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정부가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제품의 제조과정에 대한 정보들, 문제 제품의 회수과정 등을 기업에 맡겨놓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판매금지된 제품에 대해 제조업체뿐 아니라 유통·판매업체들에게도 제품 회수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선임간사는 생활화학제품 등에 대한 안전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징벌적 배상제도 강화’를 제안했다. 그는 “제품을 사용함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제조업체 및 판매업체에게 모두 막대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문제가 된 제품이 절대 유통될 수 없도록 할 것”이라며 “징벌적 배상제가 미국이나 유럽 수준으로 강화되면 안전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배상 규모가 피해자가 입증한 피해규모의 3배 정도뿐이고, 피해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장기적인 소송까지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아 중간에 가해기업과 합의를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법 제도가 제조·판매업체들이 제품의 안전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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