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유령선에서 탈출하는 법

URL복사

회한과 죄책감 시각화한 타임 루프 미스테리 <트라이앵글>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버뮤다 삼각지대’를 연상시키는 제목, 바다 한 가운데서의 난파와 유령선이라는 소재, 기묘한 일이 일어나는 유람선,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물이라는 시놉시스를 보면 B급 공포물이라는 편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의외로 예상을 벗어난 전개를 거듭하며 관객의 머리를 수차례 망치로 내려치는 신선한 미스테리물이다.

복선과 상징의 향연

자폐아를 홀로 키우는 웨이트리스 제스는 ‘썸타는’ 남자의 제안으로 그의 친구들과 함께 요트 여행을 떠난다. 갑자기 바다 한 가운데에서 바람이 멈추고 검은 먹구름과 해일이 몰려와서 요트는 난파된다. 망망대해에서 부서진 요트에 간신히 의지해 목숨을 부지한 생존자들은 대형 유람선을 만나 구조된다. 살았다고 안도하는 찰나, 사람이 보이지 않는 배 안에서 복면의 살인마에 쫓기고,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들이 정신없이 일어난다.

미스테리의 퍼즐을 맞춰가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즐거움이다. 관객은 왜 무엇이 이 같은 비현실적이고 개연성없는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것인지 호기심과 긴장감으로 몰입하게 된다. 수많은 복선과 상징들은 영화가 끝났을 때 비로소 한꺼번에 실체를 드러난다. 루프물 특유의 모순이 없진 않지만 대부분 설명이 가능한 수준으로 장르적 재미도 갖췄다. 특히 퍼즐이 거의 맞춰가는 지점에서 펼쳐지는 충격적 비주얼과 그것을 능가하는
또 다른 반전은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 속에서도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만, <트라이앵글>은 ‘시지프스의 신화’를 모티브로 한다. 죽음의 신을 속여서 영원히 살려고 했던 시지프스는 같은 일을 무한 반복하는 형벌이 내려진다. 주인공 제스는 시지프스와 같은 처지가 된다. 그녀 또한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의 존재로 대표되는 죄책감과 미련이라는 어리석은 인간의 삶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망각과 부정

신선한 상상력과 꼬이고 꼬이는 이야기 구조, 삭제와 시간 배열 등 연출적 트릭을 통한 반전도 흥미롭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자기 자신과 싸우는 캐릭터를 통한 철학적 접근에 있다.

주인공 제스의 일상에 대한 묘사는 아주 적은 분량에 불과하지만, 단서는 꽤 많다. 이를테면 초반에 ‘썸남’의 친구가 노골적으로 제스를 무시하는 대목이 나온다. 지나쳐가는 장면이지만, 제스의 낮은 계층적 위치를 확인시킨다. 반면 ‘썸남’은 장애가 있는 아들의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는 제스를 ‘좋은 엄마’라고 평가한다. 관객의 시각과 일치하는 것이다. 어딘가 지치고 소극적인 제스는 동정심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영화는 이승세계와 사후세계, 현실과 비현실 등의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제스에게 다양한 일면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녀는 여러 차례 자기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하지만, 결국 자아 살해는 가장 지우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목도하는 순간에서야 실현된다. 자신에 대한 망각과 부정, 더 나아가서 삭제까지 일삼는 제스의 모습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인간의 뼈아픈 회한을 축약시켜 보여준다.

<트라이앵글>은 인간의 죄책감을 시각화한 영화다. 지나버린 과거 속에 갇혀서 후회를 되풀이하는 행위는 부질없지만 멈출 수도 없기에 고통이다. 유령선에서 제스의 돌변한 모습 또한 아들과의 관계에서 자아의 죄의식이 형상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그녀의 삶 자체가 유령선에서처럼 생존을 위해 죄를 짓고 죽을 힘을 다하는 그런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도입부에 눈물을 글썽이며 아들을 껴안는 제스의 모습은, 후반부에 ‘썸남’을 껴안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과 묘한 일치를 이룬다.

허무한 사투를 벌이는 제스의 저주받은 세계는 현실과 고립된 내면의 아우성이라는 면에서 아들의 ‘자폐’와도 상통한다. 아들과 공감대에 실패한 제스에게 내려진 형벌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어떻게 풀어나가도 의미심장한 대사나 장면이 많아지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유령선이라는 80년대 유행한 미스테리 소재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 낸 영리한 심리 스릴러로 대중적 요소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배급사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표면적 조건 탓에 국내 개봉이 늦어졌다. 2009년작 영국과 호주의 합작영화지만, 9년이 지난 올해 여름의 끝자락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박충권 “배경훈, 부모 재산 독립생계 이유 고지 거부...세액공제는 5년간 수령”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비례대표·과방위)은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된 배경훈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부모의 재산을 ‘독립생계’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지만, 최근 5년간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올려 총 2500만 원의 세액 공제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후보자는 본인뿐 아니라 부모 등 직계존속의 재산도 신고해야 한다. 단, 부모가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경우에 한해 재산 고지를 예외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반면에, 현행 소득세법상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아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하는 등 생계를 같이 해야 한다. 즉, 상기 두 가지 혜택을 동시에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 박충권 의원은 “6억원대 억대연봉 후보자가 부모를 부양한다며 연말정산 혜택은 챙기고, 부모의 재산 공개는 거부한 것은 탈세의혹과 검증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과연 법위에 있는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자답다. 국세청은 이제라도 환수조치하고,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윤리법은 허위 고지거부나 불성실한 재산 등록에 대해 경고, 시정명령, 징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최한기의 '농정회요' 제1책, 제11책 최초 발견...국내외 유일 완질본 공개, 3일 발표회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장서각은 기존에 10책으로만 알려져 있던 최한기(崔漢綺)의 농업 저술서 『농정회요(農政會要)』의 제1책과 제11책을 최초로 발견, 국내외 유일의 완질본(전 11책, 25권)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장서각본의 발견은, 2024년 부여 함양박씨 구당 박세영 종가의 전적에서 『통경(通經)』을 최초 발견한 데 이은 또 한 번의 성과로, 국가 유물 발굴 및 연구 분야에 중대한 기여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농정회요』는 일본 교토대 가와이문고가 소장한 필사본(제2책~제10책)만이 알려져 있었으며, 제1책이 누락된 탓에 저술자와 집필 연도조차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 장서각본을 통해, 저자가 최한기며, 저술 연도는 1837년, 책 전체는 전 11책(25권)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장서각본은 교토대본과 달리 낙질 없이 필체가 균일하고 정교해 선본(善本)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간 존재 여부조차 불분명했던 제1책과 제11책의 최초 발견은 『농정회요』 전체 구상의 실체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농정회요』, 농업 경제정책 9개 주제를 집대성한 실용 농서 『농정회요』는 농업을 둘러싼 다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국민이 선택한 이재명 정부 경제 현안 해결 정책에 중점 둬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6.3 조기대선에서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2주가 지나갔다. 6.3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50%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에는 빗나갔지만 49.42%의 득표로 41.15%를 얻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1천728만표를 얻어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득표의 배경으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은데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당초 예상보다 7% 포인트 정도 더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보수진영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이라는 본헤드 플레이는 잘못된 것이고 나라를 거의 망쳐버린 윤 전 대통령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직무수행에 여론조사 결과 70% 정도가 ‘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6월 둘째 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