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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인간은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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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이란 현대사를 관통하는 소녀의 성장담 <페르세폴리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페르세폴리스>가 혁명과 전쟁, 독재의 격동 속에서 성장한 이란 소녀 마르잔의 개인사이자 국가사를 담은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다. 그래픽노블 원작에 원작자이자 감독인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을 비롯해 전 세계 유수 영화제 28부문에서 수상했고, 55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유머와 냉소, 통찰과 감성

원작 그림체를 그대로 살린 흑백의 단조로운 애니메이션인데다 혁명과 전쟁으로 점철된 비극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묵직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유머와 냉소, 통찰과 감성의 조화로 상당한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

정치범들에 대한 독재 정권의 잔인한 고문과 학살, 참혹한 전쟁 등 똑바로 보기에는 너무 불편한 현실이 간결한 흑백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되면서 순화된다.

여기에 ‘천진한 어린 소녀의 시선’이라는 또 한 차례 필터가 덧씌워진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이 같은 순화적 장치와 자전적 성장담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현실과 자신을 미화하거나 연민하지 않고 직시한다는 점이다. 순수한 동심과 가족과의 추억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잔인성을 외면하지 않는다. 흑백의 영상은 의외로 상당히 미학적이지만, 차갑고 암담한 정서를 지우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최적의 형식이다.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감성 사이의 균형 감각은 이란의 격동기를 몸소 체험했지만,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도 했던 감독의 ‘경계적 위치’ 덕분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란의 역사를 개인사를 통해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이데올로기와 종교, 정치가 어떻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 개인은 그 속에서 어떻게 행복을 찾을것인지 근본적 질문과 답이 담겨 있다. 특히 한국의 80년대와 상통하는 부문이 많아 공감의 영역이 더욱 크다.

이중적인 정체성 혼란

영화의 후반부는 전쟁과 억압적 정권을 피해 오스트리아로 유학 갔다가 또 돌아와서 경험하는 마르잔의 이중적인 정체성 혼란을 담고 있다. 급진적 지식인의 집안에서 자란 마르잔이 불행 속에서도 운이 좋아 보이는건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부모와 훌륭한 멘토들의 존재다.

그녀는 여성의 억압이 극심해진 이란의 변화하는 사회 체제 속에서도 용기와 저항을 가르치는 가족들 덕분에 자유와 자존감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르잔과 숙청 당한 친척들의 고통과 죽음은 바로 이 지점에서 오기도 한다. 자유를 위해 싸워온 삼촌은 처형당한다. 정치범이 되지 않아도 일상에서도 작은 저항과 자유에의 갈망은 때로 목숨을 걸고 이어진다. 술이 금지되자 마르잔의 가족은 위험을 감수하고 몰래 파티에 가서 술을 마신다. 비밀 클럽에서 친구들과 춤을 추기도 한다. 적발되자 뇌물로 빠져나오기도 하고, 클럽을 급습한 경찰을 피해 달아난 친구가 건물에서 추락해 죽기도 한다. 가족의 진보적 가치관은 현실과 충돌을 일으키며 마르잔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이 같은 충돌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수적 종교 집단의 억압적 성격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근본은 같았고, ‘강요된 허무주의’자들과 ‘소세지와 맥주를 먹기 위한 모임에 불과한’ 무정부주의자들이 판치는 당대 유럽의 10대 문화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데올로기 때문에 목숨을 거는 혁명과 전쟁을 경험한 마르잔에게 그 괴리감은 노력해도 극복되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다 사랑에 대한 미숙함으로 인한 실패들을 경험하고 소외감을 더 진하게 느끼는 마르잔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란에서 또한 마르잔은 이방인이다.

정체성 방황은 성장담의 가장 전형적 철학이지만, 마르잔이 처한 정체성의 혼란이 보다 더 드라마틱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이란성을 주장하며 서구적인 모든 것을 배척하는 이란의 ‘혼란’과 ‘모순’에 대한 비유적 메시지도 된다.

여성주의 성격이 강한 이 영화는 훌륭한 멘토들의 진보적 조언들이 풍부해서 딸들을 위한 교육용 영화로서도 추천할 만하다. 억압적 구조 속의 자유로운 개인의 한계와 고통을 보여주는 영화지만 한편으로 어떤 구조 속에서도 공포에 굴복하지 않는, 저항하는 인간은 자유롭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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