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더불어민주당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의 경우 '대권·당권 독식' 논란이 불거지며 집중 견제를 받고 있지만 대세론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국회 상황을 고려해 미뤄뒀던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차원의 지역 순회를 재개한다. 오는 16일에는 경남 창원을 찾아 김경수 경남지사 등 부산·경남 지자체장과 지역 현역 의원들을 만나고 22일에는 전북 전주를 찾는다.
의원들을 비롯한 당내 인사들과의 접촉면도 늘리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서울역 인근에서 부산 지역 총선 낙선자들과 위로의 만찬을 가진 데 이어 12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의원 모임을 가졌다. 신분당선 연장은 이 의원의 서울 종로 출마 당시 1호 공약이었다.
이미 지난달 7일과 15일에는 후원회장을 맡았던 총선 당선인 및 낙선자들과, 18일에는 광주·전남 당선인, 21일에는 더불어시민당 출신 비례대표 당선인들을 잇따라 만나는 등 '식사정치'를 이어갔다.
이 의원 측 인사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권·당권 독식 등 최근 이 의원을 겨냥한 문제제기를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엄호에 나선 것이다.
이 의원과 가까운 설훈 최고위원은 1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다"며 "대세에 따라서 쉽게 쉽게 우리가 다음에 재집권할 수 있도록 가자는 것이 일반 당원들의 전체적인 의견이 아닐까"라고 지원사격을 했다.
이 의원 측근인 이개호 의원도 지난 10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 사례를 놓고 보면 7개월이라는 기간이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다"라며 "제1당인 민주당에 강력한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리더십은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 주변에서는 설훈, 이개호, 오영훈 의원 외에 구 손학규계인 전혜숙, 김병욱 의원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세 비서관 중 한명인 김한정 의원, 언론계 후배인 박광온 최고위원 등이 모임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겸 전 의원은 '당대표 2년 임기 완주'로 사실상 대권 포기 선언을 하며 빠르게 치고올라오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냄으로써 원외 인사의 약점을 보완하는 양상이다.
김 전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는 마땅히 중단되어야 한다"며 미래통합당을 겨냥해 "전쟁을 해서라도 북한을 쳐부수자는 생각을 진짜 아직도 하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권 대선주자들의 화두가 된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해선 "우선 되어야 할 것은 '전국민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강화"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전 의원은 조만간 여의도에 지지모임과 싱크탱크를 합친 실무 조직을 꾸리고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의원은 유력주자인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이 잇따라 자신을 찾아오는 등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우 의원과 김 전 의원과의 지난 9일 회동을 계기로 이 의원의 대권·당권 독식 논란이 촉발되면서 전당대회 판세가 요동쳤다. 이에 이 의원이 10일 의원회관 우 의원 사무실을 전격 방문해 비공개 회동을 했다. 정치권에선 '반(反) 이낙연' 연합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우 의원에게 SOS를 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우 의원은 또한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와 고(故)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계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이어서 당내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는다. 더미래는 지난 3일과 10일 정례모임에서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이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홍영표 의원은 후보들 중 가장 적극적으로 방송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의 '7개월 당대표'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해 당내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시켰다. 지난 9일 MBC 라디오, MBN 인터뷰에 출연한 데 이어 12일에는 BBS 라디오 인터뷰에 연달아 나왔다.
홍 의원은 BBS 인터뷰에서 대선주자 후보들을 겨냥해 "당내 줄세우기나 사당화, 대선 룰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권·당권 분리를 못박은 것"이라며 "(이들이 출마하면) 조기에 대선이 과열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것들이 당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