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14 (수)

  • 맑음동두천 -9.3℃
  • 맑음강릉 -4.1℃
  • 구름조금서울 -7.4℃
  • 맑음대전 -4.1℃
  • 맑음대구 -1.9℃
  • 맑음울산 -1.2℃
  • 맑음광주 -1.4℃
  • 맑음부산 1.6℃
  • 맑음고창 -3.1℃
  • 맑음제주 5.0℃
  • 흐림강화 -10.9℃
  • 맑음보은 -4.7℃
  • 맑음금산 -3.6℃
  • 맑음강진군 0.2℃
  • 맑음경주시 -1.7℃
  • 맑음거제 2.7℃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여주 신륵사와 목은 이색의 팔만대장경

URL복사
잠시 짬을 내어 여주를 다녀왔다. 급작스럽게 일정을 조정하느라 애를 먹었으나 미뤘던 숙제를 시작한 기분이다. 여주에 다녀온 까닭은 최근의 경제위기와 조금 동떨어진 집안일 때문이다. 집안의 큰 어른이신 목은 이색선생이 돌아가신 여주에 기념비를 세워야 한다는 논의가 문중에서 오랫동안 있어왔으나 성사를 보지 못하다가 필자에게 그 책임을 맡겼던 것이다. 경제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 누차에 걸쳐 사양을 했으나 자손의 도리라는 말에 할 수 없이 짐을 떠안았다.
그래서 태원 씨 등 몇 분과 같이 여주에 가서 비를 세울만한 곳을 알아보고 군 당국과도 협의할 필요가 있었다. 원래 여주(옛지명 여흥(驪興))에서 돌아가신 것을 추도하는 기념비라면 당연히 여강의 연자탄이 적합할 터이다. 여러 문헌으로 보면 여강의 연자탄 즉, 제비여울에서 돌아가신 것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에 가서보니 연자탄 강둑에는 비석을 세울만한 공간이 없고, 곧 강둑정비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하니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조선5백년동안 목은 이색선생의 사인이나 사망장소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의론이 일어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목은선생의 후손들은 구전으로 이방원이나 정도전이 어사주를 가장하고 보낸 독약이 든 술을 마시고 돌아가신 곳은 연자탄에서 신륵사 사이이거나 신륵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들어왔다.
그러면 목은 이색선생은 왜 조선이 개국한 직후 여주의 월남촌(月南村)에 내려가려 했을까? 또 임종 전후에 많은 스님들이 그를 지키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때문이었을까. 평소에 이런 의문을 갖고 있었기에 다리를 건너 신륵사에 가보기로 했다. 신륵사에 고려말의 왕사(王師)였던 나옹선사가 입적했고 나옹선사의 신도비명을 이색선생이 썼다거나 두 분이 다 경북 영덕의 영해출생이어서 8년의 나이차이가 있지만 교류가 깊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신륵사의 입구의 소공원을 돌아보고 일주문을 넘어서자 강변의 절벽에 운치있게 자리잡고 있는 정자가 눈에 띄었다. 참으로 용케 살아남았구나. 여강의 강물과 널따란 모래사장, 절벽에 우뚝 서 있는 정자는 한 폭의 시였다. 정자에는 강월헌(江月軒)이라는 편액이 걸려있었다. 스님들이 풍취를 즐길 리는 없고 무슨 사연이 있을까 싶어 정자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 비각을 살펴보았다. 뜻밖에도 국가보물로 지정돼있는 대장경 기비였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비는 목은 이색이 공민광과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대장경을 간행하고, 이를 보관할 2층 건물을 짓고, 이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었다. 한국 성리학의 도종(道宗)으로 불리는 이색이 신륵사에서 대장경을 간행하고 대장경을 보관할 전각을 세웠다니... 잠시 혼란스러웠다.
비문은 그 사연을 명확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부친이었던 가정 이곡선생이 부모의 극락왕생을 비는 대장경 간행을 소원했는데,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으므로 아버지의 소원을 풀기 위해 대장경간행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아버님 가정공이 돌아가신 뒤 30년만의 일이다. 그랬었구나. 여러 스님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간행된 대장경판은 이곳에 보관돼오다가 현재 원본이 일본의 한 대학에 소장돼있다. 여주에서 귀양살이도 했지만, 부친인 가정공이 여주에서 생활해서 지금도 가정리라는 지명이 남아있으니 그때에 신륵사에 다니면서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빌었던 것을 외아들인 목은이 잘 알았을 터. 젊은 시절에는 불교를 비판하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지만, 유교나 불교는 추구하는 바는 다르지만 근본은 같다는 가정공의 말씀을 새겨들었다. 37편이나 되는 스님들에 관한 비명이나 시편, 화엄경서문 등을 보면 왕명을 받아쓰기도 했지만, 불교에 대한 깊은 연구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했다면 완고한 성리학자들이 불교와 가까웠다는 이유를 들어 목은을 배척할 때 당당하게 목은의 효심과 폭넓은 지식을 평가해보자고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목은의 대범한 면모와 신륵사 인연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오늘 한국사회에 팽배해지고 있는 종파 간 갈등과 대립을 목은처럼 풀어갈 길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 당국에는 소공원터의 한 자락을 내주십사하는 부탁을 하고, 신륵사 주지 서영스님께 언제 시간을 내서 하룻밤 선대의 인연을 고민해보겠다는 작별인사를 하고 여주를 떠났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당정, 공소청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에 사실상 합의...“수사·기소 분리 원칙 지켜지게 최선”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정부가 12일 입법예고한 ‘공소청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법안’에 대해 범여권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모두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도 부여하지 않는 것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정청래 당대표는 13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공소청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법안에 대해 “검찰개혁과 관련해 수사·기소 분리가 대원칙이고 검찰청을 폐지하면 검사는 공소 유지만 하라는 것이다”라며 “이런 기본 정신에 어긋나면 안 된다는 게 민주당 의원 대부분의 생각이고 아마 그것대로 (입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청래 당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개혁 정부법안은 민주당에서 충분하게 토론하고 수사·기소 분리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수정하겠다”며 “토론하는 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당과 정부 사이의 이견은 없다”며“명실상부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검찰개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개


사회

더보기
내란 특검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 구형!...“12·3 비상계엄 사태는 중대한 헌법 파괴”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과 제25형사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억수 특별검사보는 “비상계엄 사태는 헌법 수호 및 국민 자유 증진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고 국가 안전과 국민 생존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목적, 수단, 실행 양태를 볼 때 반국가 활동의 성격을 갖는다"며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지적한 반국가세력이 누구였는지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선거관리위원회 난입과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 등 헌정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반국가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파괴 사건이다”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행위가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에 중대한 침해를 초래했는지에 대해 성찰하지 않았다. 가장 큰 피해자는 독재, 권위주의에 맞서 희생으로 이를 지켜낸 국민이다”라고 말했다. 박억수 특검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사법부와 입법부를 장악해 장기간 집권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국가 공동체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돼야 할 물적 자원을 동원한

문화

더보기
연합합창단이 하나의 무대를 이루는 ‘통합의 장’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새해의 문턱에서 하나의 노래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2026년 1월 20일(화) 오후 7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미라클보이스앙상블, 현대문화기획 주관 신년음악회 ‘우리 이제는 쫌 더 나은 세상으로’가 열린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신년음악회를 넘어 전국과 해외에서 모인 연합합창단이 하나의 무대를 이루는 상징적인 ‘통합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음악회의 중심에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4악장 ‘환희의 송가’가 놓여 있다. 인류 보편의 연대와 형제애를 노래하는 이 작품에 한국 최초의 발달장애인 성악앙상블 미라클보이스앙상블이 핵심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번 무대의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성악 전공자에게도 높은 난이도로 알려진 이 합창곡을 통해 미라클보이스앙상블은 음악적 도전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무대 위에 올린다. 무대에는 프랑스와 일본을 포함한 해외 참가자들, 그리고 대한민국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합창단원들이 함께 오른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총 150명의 연합합창단은 지역과 국경을 넘어 하나의 목표로 모였다. ‘베토벤의 합창에 함께 서기 위해’, 그리고 ‘함께 노래함으로써 더 나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붉은 말띠의 해’, 새해의 목표는?
다사다난했던 2025년 ‘푸른 뱀띠의 해’를 보내고, 활력과 열정, 속도와 변화의 에너지가 강하다고 여겨지는 ‘붉은 말띠의 해’ 병오년(丙午年)이 밝았다. 새해는 개인에게는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며, 국가적으로는 변화의 흐름을 점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 국가적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치러진 6·3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큰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이후 경제와 외교 전반에서 비교적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 APEC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미국과의 관세 전쟁 속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사상 첫 수출 7천억 달러를 달성해 세계 6위 수출 국가라는 기록을 남겼다. 대한민국 정부는 새해 국정목표를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연대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 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등 5대 국정 목표와 123대 국정 과제를 추진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