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01 (화)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37) - 해명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강화군의 석모도 해명산이다. 오늘 아침, 작은딸이 교원임용시험의 시험감독으로 일찍 나간다고 해서 덕분에 집사람과 나도 아침 일찍 서둘러 석모도의 해명산 등산을 준비하였다.

 

바다를 볼 수 있는 해명산은 서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받으며 산과 바다의 정취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산이다. 


석모도는 ‘돌이 많은 해안 모퉁이’라는 뜻에서 ‘돌모로’를 한자화(漢字化)하면서 석모로(石毛老)라는 이름이 나왔다는 설이 있는, 우리나라 3대 관음영지(觀音靈地) 중의 한 곳인 보문사가 있는 섬으로, 2017년에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석모 대교가 개통한 뒤로는 육로를 통하여 직접 갈 수가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본 해명산의 들머리 격인 전득이 고개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가 조금 못 되었다. 


그래도 주차장에는 예닐곱 대의 자동차가 벌써 주차되어 있다. 일출을 조금 넘긴 시간이라서인지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모자와 장갑까지 단단히 챙기고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초입부터 도로를 가로지르는 예쁜 출렁 구름다리가 등산의 기대를 부풀게 한다. 

 


초입의 등산로는 바로 오름세가 이어지지만 그리 경사도가 심한 편은 아니라 초보 산행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오르는 산길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 가끔 미끄럽기는 하지만 오르는 구비 마다 보이는 바다 풍경이 새로운 느낌이다. 산의 나무들은 잎을 다 떨구고 겨울 준비로 몸을 잔뜩 움츠려 약간은 살풍경일 듯한데도 오름의 높이에 따라 변하는 바다의 풍광이 그렇게 신선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다. 


오랜만에 보는 색다른 바다의 모습에 잠시 앉아 코코아 한잔을 마시며 바다에 떠오른 해를 바라보기도 한다. 한참을 오르다 만난 여학생들은 일출을 보러 일찍 올랐다 내려간다 한다. 서해는 낙조라는데 젊은 사람들은 일출이 더 좋은가 보다. 우리도 아침 일찍 서둘렀건만,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이 항상 있는 것도 세상인가 보다. 


드디어 한 시간을 못 미쳐 오르니 해명산(324m) 정상이다. 석모도에서 제일 높은 산, 정상에서는 서쪽 바다의 이름 모를 섬들이 아른거린다. 정상에서 그냥 내려오기에는 너무 짧은 산행에 대한 아쉬움으로 다시 상봉산(316m)으로 방향을 튼다. 정상을 떠나 주변 바다를 보면서 능선을 따라 낙가산으로 가는 길은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주위의 나무들은 그 이름을 잘 모르지만, 수형(樹型)으로도 잘 알 수 있는 진달래가 무척 많다. 그 많은 진달래 나무를 보며 내년 봄에도 꼭 다시 와서 활짝 핀 진달래를 보고 싶다는 집사람의 소망을 들었는지 이 초겨울의 계절에 철모르게 꽃을 피운 한그루 진달래가 있어 얼른 사진에 담는다. 허 참! 가끔 가다가는 철모르는 돌연변이가 사는 것도 세상인가 보다.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며 많은 봉우리를 넘어서는 능선길은 그리 험하지 않은 산행길로, 바다와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곳곳에 있어 긴 거리를 지루하지 않게 지날 수 있다. 역시 석모도는 이곳저곳 기이한 모양의 돌이 많은 섬이 분명하다. 한참을 가다 보니 앞에 바위가 많은 산이 보이고, 그 산모퉁이를 돌아 바라보이는 바다 쪽 방향에는 보문사 주차장이 보인다. 조금을 더 주차장 방향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발아래 보문사 절이 보인다. 


몇 년 전 집사람과 다녀온 보문사.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지은 절로, 낙가산의 ‘낙가’는 관세음보살이 있는 인도의 ‘보타 낙가산’에서 따온 이름이고, 보문사의 ‘보문’은 중생을 구제한다는 뜻으로, 특히, 이 바위 아래 암벽에 새긴 ‘마애관세음보살 좌상’으로 낙가산의 보문사가 유명하다. 이 때문에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3대 해상 관음 기도 도량으로 꼽힌다. 


발아래 절과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자니, 육조혜능 선사의 일화가 생각이 난다. 오조홍인 선사의 승인을 받고 의발(衣鉢)을 갖고 길을 떠나다 어느 절에 들어갔는데 마당에 있던 두 스님이 깃발이 나부끼는 것을 보고 “저것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아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다” 논쟁을 하고 있을 때, 혜능 선사가 나서서, “바람이 흔들리는가, 깃발이 흔들리는가, 다만 마음이 흔들릴 뿐이다”라 하지 않았다던가.


사람의 마음은 또 어떠한가.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얼마 전 읽은 프라우커 바구쉐 작가의 <바다생물 콘서트>라는 책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열대의 바다에는 흰동가리라는 물고기가 있단다. 이 흰동가리류의 물고기는 <니모를 찾아서>라는 디즈니 영화로 더욱 유명하다. 


작은딸이 어렸을 때 좋아하던 영화라서 기억하는데, 그 내용은 엄마가 꼬치고기에 잡아먹히고 아빠와 사는 ‘니모’가 수족관 물고기를 거래하는 잠수부에 납치되어, 아빠 물고기가 우여곡절 끝에 ‘니모’를 찾아 함께 말미잘 숲으로 돌아온다는, 미국 디즈니 영화 특유의 꿈과 모험을 찾는 줄거리이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단다. 이들 흰동가리는 처음에는 수컷으로 태어나, 물고기 한 쌍과 한 마리에서 여러 마리의 새끼 물고기들로 살아간다.  가장 큰 물고기가 암컷이고 그다음으로 큰 물고기가 기능적인 수컷이다. 


대부분 오렌지, 흰색, 검은색 줄무늬를 가진 이 작고 예쁜 물고기들은, 암컷이 죽으면 집단 내의 두 번째 큰 물고기, 즉 성숙한 수컷이 암컷으로 변하고 어린 물고기 중 덩치가 큰 물고기가 기능적 수컷이 된단다. 현실은 ‘니모’ 엄마가 잡아 먹히면서 남겨진 아빠와 아들, 즉 아빠는 암컷으로 성전환이 시작되고 이어 ‘니모’는 번식 능력을 갖춘 수컷으로 발달한다.  이제 ‘니모’는 성적으로 성숙한 유일한 수컷이기에 둘은 짝짓기를 하고 근친상간을 통해 후세를 생산한단다. 


또한, 해마의 출생은 어떤가. 수컷이 직접 임신하고 출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확히는 먼저 암컷이 수컷의 몸에 난자를 낳고 수컷이 그 난자를 품고 있다가 새끼를 직접 낳는단다. 그렇게 저 바다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세계를 품고 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암수의 역할도 세상에는 뒤집히는 경우가 다양하다. 불가에서는 세상에 선도 악도 없다고 한다. 선도 악도 다 마음에서 일어나니 그 마음을 다잡으라 한다. 원철 스님의 책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에서는 이런 말도 있다. 꿈이란 한 사람이 꿀 때는 꿈이지만 모두가 꿀 때는 현실이다.

 

금강경은 그 꿈을 이렇게 말했다. “모든 법이 본래 꿈인 줄 알고 보라.” 제대로 알고 보면 꿈이 바로 현실인 것이다. 세상을 내 마음의 선과 악으로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을 숲에서 배우고 싶다.


보문사와 바다를 바라보며 헛된 망상을 하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본다. 낙가산은 해명산과 상봉산 사이의 커다란 암석 바위인지 정상 석도 없어, 노란 국가 지점 번호판에 누군가가 써놓은 ‘낙가산 정상 235m’ 표시를 못 보았다면 그저 지나칠 뻔하다. 


서둘러 내려온 보문사 정문 앞 터미널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하고 전득이 고개로 향하는 순환 버스에 올랐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플루미스트 국내 허가 간담회...'비강 스프레이형' 독감 백신, 韓 상륙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의 비강 스프레이 방식의 약독화 인플루엔자 생백신 ‘플루미스트인트라나잘스프레이(인플루엔자생바이러스백신, 이하 플루미스트)’의 국내 허가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27일 더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개최했다. 플루미스트는 비강 스프레이 방식의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지난 4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4개월 이상에서 49세 이하의 소아 및 성인에서 이 백신에 함유된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들 및 인플루엔자 B형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인플루엔자 질환의 예방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았다. 기자간담회에서는 김윤경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인플루엔자 예방의 새 패러다임, 플루미스트 국내 허가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윤경 교수는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적으로 초래하는 질병 부담을 설명하며, 이를 줄이기 위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의 중요성과 플루미스트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0억 건의 감염을 일으키며, 이 중 300~500만 건이 중증 질환으로 이어지고, 최대 65만 명이 사망에 이르는 등 상당한 공중보건 문제를 야기한다”고 설명하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여기종, 여성기업 일자리 허브 매칭데이 이벤트 실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이사장 박창숙, 이하 여기종)’는 제4회 여성기업 주간을 맞이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여성기업 일자리허브 매칭데이’이벤트를 실시한다고 6월 30일 밝혔다. 이번 이벤트는 여성기업과 구직 희망자를 대상으로 △여성기업 온라인 채용관 △매칭데이 채용 이벤트 △회원가입 이벤트 △전문인력 프로필 등록 이벤트 △여성기업 주간 기념 퀴즈 이벤트 등으로 진행된다. '여성기업 온라인 채용관'은 국내 최대규모 구직 포털사이트인 ‘잡코리아'와 여성기업 공동채용관을 생성해 9월 말까지 수출, 마케팅, IT 분야 등 여성기업의 좋은 일자리를 홍보한다. ‘매칭데이 채용 이벤트'는 여성기업 일자리허브에서 7월 25일까지 신규 일자리(프로젝트)를 등록한 여성기업 중 200개사 정도를 추첨해 30만원 또는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나 직원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치킨쿠폰을 제공한다. ‘회원가입 이벤트'는 여성기업과 구직자 모두 참여 가능하며 7월 31일까지 토스, 카카오T, 페이북 등 홍보배너를 통해 여성기업 일자리허브 플랫폼에 회원가입하게 되면 포인트 리워드를 즉시 받는다. ‘전문인력 프로필 등록 이벤트'는 구직자 대상으로 7월 15일까지

사회

더보기
신장 7배 커진 다낭성 신증후군 환자 로봇 신장이식 아시아 첫 성공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국내 의료진이 다낭성 신증후군으로 신장이 7배나 커진 환자에게 로봇을 이용하여 비대해진 신장을 안전하게 제거하고 공여자의 건강한 신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다낭성 신증후군 환자에게 로봇 신장이식을 성공한 건 아시아 최초이자 전 세계 세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신성·김진명 교수팀은 16일(월) 다낭성 신증후군으로 인한 신장 비대로 만성 신부전을 앓던 이가영 씨(여, 24세)에게 로봇 신장이식을 시행했다. 모든 수술은 배꼽 주변으로 낸 1cm 구멍 3개와 신장이 들어갈 수 있는 6cm의 절개창을 통해 이뤄졌다. 이 씨는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보이며 최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이 씨는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증후군을 앓았다. 다낭성 신증후군은 신장에 셀 수없이 많은 낭종이 발생해 신장이 최대 축구공만큼 커지는 유전 질환이다. 1,000명 중 한 명꼴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며 대부분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진다. 보통의 만성 신부전 환자는 신장이식을 할 때 기존 신장을 그대로 두지만, 다낭성 신증후군 환자는 기존 신장을 떼어내야 한다. 이미 신장이 비대해진 상태이므로 새로운 신장이 들어올 공간을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문화

더보기
숏폼과 밸런스 게임까지 MZ 겨냥 콘텐츠 제작... 문화재 공공콘텐츠의 새 지평 열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오세이프가 국립고궁박물관과의 협업을 통해 문화재 공공콘텐츠의 새 지평을 열었다. 오세이프는 국립고궁박물관과 함께 하는 문화재 콘텐츠가 유튜브 누적 조회수 7만 회를 돌파하며 박물관 콘텐츠 전략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짧고 강렬한 숏폼 영상부터 황당하지만 재치 있는 밸런스 게임, 왕실 유물을 굿즈로 표현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까지 문화재 콘텐츠의 형식을 탈피한 시도가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MZ세대의 감성과 맞아떨어지면서 ‘감다살(감이 다시 살아났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세이프는 지난 5월부터 국립고궁박물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3가지 시리즈의 유물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 첫번째 시리즈는 숏폼 영상 ‘조선시대에는 이랬다!’로, 총 6편이 공개됐다. 1편 ‘9살에 성대간 썰 푼다’는 효명세자의 성균관 입학 장면을 그린 유물 ‘왕세자입학도’를 통해 당시 왕실 교육 문화를 재미있게 전달한다. 이어진 시리즈에서도 왕실의 ‘스드메’부터 연회 음식, 조선시대 고급 보자기 ‘봉황문인문보’ 등을 소재로 조선시대 생활상을 현대적 감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국민이 선택한 이재명 정부 경제 현안 해결 정책에 중점 둬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6.3 조기대선에서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2주가 지나갔다. 6.3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50%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에는 빗나갔지만 49.42%의 득표로 41.15%를 얻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1천728만표를 얻어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득표의 배경으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은데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당초 예상보다 7% 포인트 정도 더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보수진영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이라는 본헤드 플레이는 잘못된 것이고 나라를 거의 망쳐버린 윤 전 대통령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직무수행에 여론조사 결과 70% 정도가 ‘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6월 둘째 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