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21 (화)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법관의 '모노크롬' 禪畵, 그 내밀한 속삭임

URL복사

학고재, 3월30일~5월1일 <선禪2022> 전시 
선승 ‘법관’, 모노크롬 선화들 40여점 선봬
하루 15~18시간 그리다 ‘디스크’ 수술까지

 

천 길 물속을

손가락 한번 튕김으로

알 수 있으랴

 

보이는 것을 넘고

무의식을 관통하여

 

그림자 없는 나를 찾아

붓끝이 닳아 없어짐이 얼마이던고

 

푸른빛 쫓아

긴 시간 꿈을 깨워

 

수행의 흐름을 담아내고자

먼 길 떠나네                                     

<법관> 

                                                                  

40년간 수행해온 선승 법관(65)이 3월 30일부터 5월1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개인전 <선禪2022>을 개최한다.

200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선화(禪畵) 작업을 이어온 법관의 다채로운 신작을 볼 수 있어 새로웠다. 근작 회화 42점과 족자와 직접 구워낸 소박한 도완까지 모두 44점을 내놓았다.

 

기존의 필법이나 그림의 기초를 학교에서 배운 경험이 전혀 없는 그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그림은 수행의 한 부분입니다. 세필로 내면의 기운을 작품에 쏟아내며 그리는 선화(禪畵)는 그 자체로 수행입니다.”

그에게 독경을 하는 일이나 텃밭을 갈고 차를 마시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나 모두 ‘더 높은 정신세계’로 나아가려는 수행의 하나라 한다.

“모양은 다르나 그 본질은 모두 ‘나를 찾는 일’이죠. ‘있는 그대로의 나’ ‘섞이지 않는 나’를 과정이구요.”

 

그의 그림은 약 30년전 구상도 추상도 아닌 수묵화로 시작되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내 집은 비록 가난해도 늘 한가롭다네’ 라는 글귀와 함께 먹선 몇 번으로 고졸하게 집 풍경을 그린 족자(2009)는 근작 단색화와 차별화되는 초기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멋부리지 않은 다완(2011)은 그래서 더 정감이 넘친다.

 

그런 그에게 추상화 화풍이 더 진해진 것은  2019년 즈음. 단색조 형태로 자연스럽게 변했다. 그리고 씨줄, 날줄이 교차해 만든 직선은 점차 파상의 반복적인 곡선이 되어갔다.

“그저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어요. 하루 서너시간을 잤나. 서서히 그림도 변해가더군요. 다완은 2011년에 처음 여인상과 같이 만들었어요. 저는 전업작가이자 선화 그리는 스님으로 살아왔어요.”

 

한점의 다완과 족자 그림만으로도 갤러리 전체에 은은한 차향이 퍼지는 듯하다.

“초기와 비교하면 물감과 재료가 달라졌을 뿐 저의 내면은 같아요. 그저 수행의 한 방법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요. 마치 평생봐도 지겹지 않은 벽지 같은 추상화가 지금 제가 그리는 그림입니다.”

 

많은 시간 연구하고 노력했다는 그는, 선과 선이 부딪치지 않는 것에 대한 연구만 1년 3개월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남의 것을 보고 베끼는 것은 수행이 아니기에 해볼 생각이 애초 없었다.

 

“작가는 어떤 것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그는, “작품이 잘 안되는 것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 과정에 거짓과 인위적인 작용이 있어 막힘이 온다”고 말한다. “마음이 자유로워야 표현도 자유로워진다. 모든 사물과 사람과의 관계, 말 속

에도 균형감각이 중요하다”라고도 말한다.

 

법관에게 그림은 ‘나를 찾는 수행’

 

끊임없이 이어지는 반복적 행위의 작업은 선(禪)의 세계를 추구하는 수행의 한 방법이자, 삶 자체이다.

그가 선보이는 ‘선화’란 부처의 정신과 화두가 담겨 있는 선종미술의 한 형태이다. 승려들의 수행 과정에서 ‘마음’의 영역을 화필 위에 표현한 것으로, 고유의 독자성을 품고 있다. 초월적 존재 아래의 겸허한 인간이자 예술가, 승려로서 수련의 과정을 기록하려는 의지인 셈이다.

 

 

“형(形)의 재현에서 벗어나 정신의 힘을 드러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죠.”

그의 선화는 ‘선’의 세계와 수행에서 얻은 정신을 현대적 조형 감각으로 풀어내기 위한 작업이다.

 

미술평론가 윤진섭은 “법관이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화가이나 이제 그는 한국 단색화의 중요한 대표적 작가 중 한사람이 되었다”면서 “분명히 그의 작품은 지고한 정신의 세계를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의 결정체”라고 평한다.

 

처음에는 산, 물, 풀, 바위와 같은 사물들을 단순화하여 마치 탱화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장엄한 색채로 형상화했지만 자연스럽게 단색화가 되었다.

 

“동양화, 서양화로 나누는 것은 제게 아무 의미가 없어요. 나를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에요. 그림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아요. 그리고 싶은대로 그리다보면, 앞발자국과 뒤발자국이 서로 연결되어 쭉 흘러가죠. 몇 년 뒤 보면 자연스럽게 달라져있는 거죠. 갑자기 그림이 확 달라진다면 어색하고 근거없는 거겠죠.”

 

 

그의 작품 ‘선’ 시리즈 중에 마치 가는 실로 한땀한땀 바느질한 듯한 그림들이 있다. 영락없이 스티치 작업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 세밀한 작업의 성과다.

“3년전만해도 하루 15~18시간씩 그림을 그렸어요. 시간이 워낙 많이 걸려서 그렇게 작업하지 않으면 그림이 안나와요. 그 바람에 허리 디스크로 화장실도 기어다녔답니다.”

 

결국 지난해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는 그는, 아직 허리가 아프지만 손을 놓으면 손이 굳기에 그 감각을 가져가기 위해 매일 작업을 한다고 밝혔다.

 

하루 15~18시간 수행하듯 그리다 디스크 수술도

 

작품을 위해 밑칠인 젯소칠하기를 3~5회 한 후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최소 8회, 최대 최대 12번까지 칠한다. 반복해 드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붓질이 중복되며 선과 점, 면이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작품에 따라 중간중간 빨강이나 다른 색의 점들이 나타난다.

 

이 점들을 찍는 이유에 대해 법관은 “그림은 수행의 일환이다. 너무 완벽하지 않기 위해, 여유로움을 얻기 위해서”라 답한다. 마치 밤 하늘의 별 같기도 한 이런 점들은 기존의 단색화와 또다른 차별점이 되기도 한다.

 

그는 사물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단다. 대상 고유의 아름다움을 끌어내고자 하는 오랜 버릇인 셈이다. 사물의 균형을 해치지 않으며,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불가의 가르침의 일환이다.

 

이러한 점은 작업세계에서도 드러난다. 화면은 수많은 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법관은 민화에서 드러나는 서정적인 선을 ‘한국적인 획’이라 칭한다. 투박하지만 강한 부드러움을 보여준다고 했다. 팽창하고자 하는 직선과 품어내고자 하는 곡선의 만남이 ‘확장과 융화(融和)의 충돌’로 새로운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은 벽면을 메우는 크기의 대형 회화부터 한눈에 담기는 소품까지 화면의 규모가 다채롭다.

학고재 본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선’(2021-2022) 3점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청색이나 적색, 황색, 흑색 등 한국 전통의 단색들이 주를 이룬다.

 

법관의 색은 선과 면, 번짐과 여백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색채가 갖는 특성보다 작품의 정신성을 더욱 드러낸다. ‘선2021’(2021)은 먹색과 푸른 빛깔을 아우르는 묘한 색감과 중앙에 보이는 사각의 형상은 법관의 최근 신작으로 ‘선’ 연작의 정점을 보여준다.

 

작품 속 은근히 드러나는 질감과 선의 질서들은 한국 전통 삼베를 연상시킨다. 소형 회화에서는 그들만의 리듬과 운율이 느껴진다. 투박하지만 담백하고, 부드럽지만 단단해 보이는 선들의 이야기, 그 은은한 아름다움이 말을 걸어온다.

 

 

법관은 누구?

 

법관은 2002년 강릉의 선아트 화랑에서 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인사아트스페이스(서울), 한가람미술관(서울), 한국미술관(용인), 올미아트스페이스(서울), 갤러리마크(서울), 갤러리C(대전) 등 국내 유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물파스페이스(서울), 리안갤러리(서울, 대구)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강릉 능가사(楞伽寺)에 머물며 수행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성호 서울시의원, 캄보디아 국제 범죄조직의 한국인 표적 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 촉구 건의안 발의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문성호 의원(국민의힘‧서대문2)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대두된 캄보디아 내 국제 범죄조직의 한국인 표적 사기, 납치, 감금, 고문, 범죄 연류 강요 등 심각한 범죄가 일어지고 있음이 드러남에 따라 현재 정부의 대응에 대해 보완할 세 가지 보완점을 설파하며 이를 요청하는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문성호 서울시의원은 지난 2년 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칸달성에서 발생한 대한민국 인터넷방송인 변 씨의 사망 사건을 서두로 하여 최근 박찬대 국회의원실이 도왔기에 가까스로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에서 A씨와 13명의 국민을 구출한 사건, 은행 통장 고액 판매사기에 넘어가 출국했다가 납치되어 마약 강제 투약까지 당하고 끝내 숨진 채 발견된 B씨의 사건을 통해 “참으로 이해할 수 없고 마치 범죄영화나 소설 등지에서나 볼 법한 사건이 전해져 많은 국민이 충격을 금하지 못하는 실정이다.”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어서 문성호 의원은 자영업을 하다 매매 사기에 넘어가 캄보디아를 방문한 후 납치당한 C씨의 사건을 거론하며 “비밀리에 숨겼던 휴대전화를 통해 주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에 연락했으나, ‘현지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라는

문화

더보기
제주의 가을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악 페스티벌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제주콘텐츠진흥원,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10월 24일(금) 오후 6시 30분 제주 탑동해변공연장에서 ‘2025 음악실연자 페스티벌(Fall in JEJU, Music ON)’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음악실연자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음악 향유 기회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제주콘텐츠진흥원, 하이톤이 협력해 추진된다. ‘음악실연자 페스티벌’은 음반에 가창 또는 연주자로 참여했으나 정보 미기재 등의 사유로 분배받지 못한 음악실연자들의 미분배 보상금을 재원으로 활용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공익목적으로 개최하는 음악 축제다. 행사를 통해 음악실연자의 권익 보호와 음악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도모하고, 대중에게는 티켓 구매 부담 없이 무료로 수준 높은 라이브 음악 무대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페스티벌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제주콘텐츠진흥원이 지난 4월 1일 체결한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양 기관은 지역 음악실연자의 창작 지원과 문화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첫걸음으로 이번 행사를 공동 기획하게 됐다. 한국음악실연자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디지털 약자들의 정보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은행 업무부터 병원 예약, 대중교통 이용, 행정 서비스까지 해결되는 시대다. 그러나 이 편리함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정보활용 취약계층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되곤 한다. 각종 기관의 창구 업무는 줄어들고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만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전자정부, 모바일뱅킹, 온라인쇼핑, 스마트농업 등 대부분의 사회·경제 활동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시대다. 하지만 모두가 그 혜택을 고루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뿐 아니라, 전업주부, 저학력자, 농촌 거주자, 장애인 등 이른바 ‘디지털 정보취약계층’은 여전히 정보 불평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단순한 ‘기술 접근’의 문제가 아니다. 기기 사용 능력의 부족, 낮은 디지털 문해력, 인프라 격차, 생활환경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과 활용 능력이 결여되면 일상적인 서비스 이용은 물론, 경제 활동, 교육 기회, 복지 접근까지 제한받는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기존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 중장년층 여성이나 농민, 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