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23 (수)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세계 화단 파워맨들 매료시킨 아웃사이더 이승택의 ‘묶기’ 연작 개인전 

URL복사

갤러리현대서 7월3일까지 <(언)바운드 (Un)Bound>전 
이승택, 비(非)조각 지향한 한국실험미술 선구자 
대상을 새로운 유기체로 만든 ‘묶기’ 어법 선보여  

 

“세계 미술사에 남을 독자적인 작가” “현대미술사를 다시 쓸 작가”
아웃사이더에서 세계의 관심받는 작가로 부상한 이승택(90)의 주요 조형어법 ‘묶기’에 주목한 개인전이 열려 눈길을 모은다. 갤러리현대가 7월3일까지 여는 이승택의 네번째 개인전 <(언)바운드 (Un)Bound>이다.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회고전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이 방대한 이승택 예술세계를 전반적으로 조망했다면, 이번 전시는 이승택의 주요 조형어법인 ‘묶기(bind)’를 변주한 연작을 집약해 보여준다.  ‘묶기(bind)’ 연작, 묶인 흔적을 간직한 작품들, 묶기 개념에서 자유로워진(unbound) 캔버스 작품에 집중해 기획된 전시다.    

 

이번 전시를 통해 1960-70년대 시대 상황 속에서 미술로 세상을 거꾸로 보고, 거꾸로 사고하고, 거꾸로 살아내며 한국 현대미술의 새 지평을 열고자 했던 이승택 작가의 야심찬 비전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이승택의 비조각론은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식민통치 이데올로기로 만든 ‘기존 질서와 고정 관념에 대한 거부’ 행위로도 의미를 둘수 있다. 한국미술사연구에서도 이승택의 비조각은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식민통치이데올로기 실현을 위해 만든 미술 제도, 장르 구분에 대한 거부이자 비판의식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는 평단 연구도 있다.

 

 

돌과 옹기, 캔버스에 생명주는 신선한 ‘묶기’ 작품들

 

지하 전시장부터 가보자. 분명 돌멩이와 도자기, 옹기, 캔버스 등의 일상 오브제인데, 작가가 홈을 파서 노끈을 묶어놓은 작품은 새로운 생명체로 다가온다. 희안하게도 묶인 돌멩이는 딱딱함 대신 부드러움을, 묶인 도자기는 여기저기 올록볼록한 새로운 생명체로 다가온다. ‘묶기’ 하나만으로 재료의 본래 성질과 상관없이 물렁물렁해 보이는 작업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비조각’의 출발점이 되는 작품 ‘고드랫돌’(1957/1960년대)과 ‘묶기’ 어법이 적용된 대형 스케일의 작업 ‘오지’ 등이 여기 있다.  ‘오지’는 장독을 현대미술 작품으로 가져온 것이다. 작가는 옹기 공방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눌리거나 묶인 흔적을 남기면서 다양한 방식의 변형을 주어 작품을 완성했다.  

 

 

1층 전시장은 묶음 연작의 핵심 재료인 노끈을 활용한 ‘종이 판화’ ‘매어진 백자’ ‘매어진 캔버스’, ‘노끈 캔버스(Rope painting)’ 시리즈의 대표작들로 구성되었다. ‘종이 판화’ 시리즈는 1970년대 중반부터 대

중적으로 인기였던 국제판화비엔날레에 출품하고 싶었던 작가가 판화 양식을 따라 제작한 뒤 노끈을 활용한 독특한 판화이다. 1980년대 초까지 제작된 후 남아 있는 10개 중 6개가 이곳에 걸렸다. 

 

‘노끈 캔버스’ 시리즈는 1972년 독일문화원이 주최한 <현대조각초대전>을 통해 세상에 처음 공개된 작품이다. 이승택은 ‘노끈’으로 기하학적 패턴을 시도하면서 입체 추상을 만들어냈다. 

 

 

2층 전시장에서는 고서와 돌, 도자기를 오가는 ‘묶음’ 시리즈의 끝없는 변주를 확인할 수 있다. ‘매어진 캔버스’는 머리카락 등 다른 재료에 매인 캔버스 작업으로 이어진다. 그중 머리카락을 이용한 작품은 보는 사람에 따라 성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등 자유분방한 작가의 개성을 볼 수 있다.  

 

이단아에서 세계 화단의 유명 작가로

 

이승택은 국내 화단에서 반항적 ‘이단아’로 불렸다. 지난 50여년간 국내 미술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함경남도 고원 출신으로 6·25전쟁때 단신 월남, 타향에서 외롭게 살며 홍익대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그러나 서울대와 홍익대로 나뉜 파벌싸움에 스스로 ‘이단아’이자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다. 그리고 고집스런 반항아처럼 고독과 외로움을 창작의 불쏘시개 삼아 시대정신을 연구하며 내면의 창작욕구를 독자적인 조형어법으로 자유분방하게 발산하며 작가활동을 해나갔다.     

 


1960년대 제도 미술이 요구하던 조각 개념에서 재료로 보지 않던 전통 옹기, 산업화의 새로운 자료인 유리, 비닐, 연탄, 양철, 시멘트, 노끈 등으로 기성 조각의 문법을 탈피하기 시작했다. 
실험과 도전을 지향하며 바람 물 불 연기 등 비물질은 물론, 탈관념, 반예술, 비정상, 비지성, 엽기, 불쾌함, 추함, 성적 도발, 무속 등도 작품에 끌어들였다. 

 

후배들에게 “작가는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작품이 항상 바뀌어야 한다. 세상을 역행해 거꾸로 보면 저절로 예술이 보이고 생각난다. 작가가 히트 상품을 베끼기만 하고 변화하지 못하면 죽은 작가다”라고 말해왔다.

 

70대 후반에야 국내외 화단서 재평가 받아


그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77세인 2009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 선정 자체도 당시 대단한 뉴스로 회자될 정도였다. 고정적인 개념과 관념을 비틀고 부정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해온 그의 실험과 도전 정신이 백남준의 예술 정신과 맥이 닿았던 셈이다. 


한국 화단의 영원한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세월이 흐른 지금 보니 누구보다 앞서게 된 것이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이후 주위의 냉대를 받던 이 아웃사이더의 비조각(非調刻)은 갑자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전시 참여 제안도 폭증했다. 

 


<제8회 광주비엔날레>(2010),  <프라하 비엔날레 6>(2013), 일본·한국일본·싱가포르 순회전 <아르테비다>(2014), <Postwar: Art Between the Pacific and the Atlantic,1945-1965>(2016),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2019), <이승택-거꾸로 비미술>(2020) 등에 초대되었다. 

 

그의 작품은 시드니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구겐하임 아부다비, 홍콩 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소마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내년 국현+구겐하임M과 LA 카운티 미술관 순회전에도 참가 예정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승택 회고전을 위해 인터뷰한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에는 이승택에게 "세계 미술사에 남을 독자적인 작가"라 평했다. 또  9월까지 전시중인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의 기획전에 이승택 작품을 초대한 토비아스 버거 큐레이터는 "이승택은 현대 미술사를 다시 쓸 작가"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 도록에 평문을 쓴 조수진 평론가는 “1950~60년대 많은 작가들이 서구 사조를 좇아 앵포르멜을 추종할 때도 이승택은 고드랫돌와 노끈 묶기를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각 기법을 창안했다. 마치 피카소가 원시미술을 발견했듯이 이승택은 국제적이면서도 한국적이며 민속적, 민중적인 기법을 창안했다”고 평했다.

 

또 김영순 평론가(전 부산시립현대미술관장)는 “이승택의 비조각론은 미술에서의 포스트콜로니얼 담론의 제기이며 예술적 실천이다”면서 “그의 민속문화 또는 그의 창조적 상상력의 저류에 흐르는 스키토시베리아문화권의 문맥의 의미는 단순한 탈식민주의 의식의 개화가 아니라 모더니즘 이후 오늘의 문화가 다원주의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이승택의 작품세계의 생명성이 빛을 발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한편 미술사학자 조앤 기(Joan Kee)는 2013년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rchives of Asian Art) 저널에서 "‘설치미술’이라는 개념조차 없고 대부분의 조각 작품이 좌대에 놓이는 방식으로 전시되던 1960년대에 이승택은 남다른 스케일의 작품을 바닥에 놓거나 벽과 천장에 매다는 형식을 택한 점에서 '한국 설치미술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승택은 현재 홍콩 M+ 미술관 개관전 <The Dream of the Museum>에도 주요작이 전시중이며,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LA의 카운티 미술관에 순회할 <한국 아방가르드 : 실험 미술 1960 – 1970> 전시에 주요 작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SPC, ‘변화와 혁신 추진단’ 출범…”새 공장 조속히 건립 권고”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SPC그룹 ‘변화와 혁신 추진단’이 21일 출범했다. 이 조직은 그룹이 당면한 과제 해결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각 사 대표 협의체인 ‘SPC커미티’에 개선 방안을 권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추진단은 21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옥에서 출범식과 함께 첫 회의를 갖고, 안전을 강화한 신규 공장 건립 권고안을 채택했다. 추진단 의장은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맡는다. 사내 위원은 SPC그룹 도세호 대표이사를 비롯해 파리크라상·SPC삼립·비알코리아·SPC GFS·섹타나인·SPL 등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다. 노동조합의 남녀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들이 새로운 변화의 방향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사외위원으로는 장성현 대한항공 IT/마케팅부문 부사장(CMO)을 위촉했다. 글로벌 기업 오라클 출신의 장성현 부사장은 IT를 기반으로 기획∙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 대한항공의 경영 시스템 혁신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SPC그룹이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진단 출범과 함께 안전시스템·행복한 일터·준법 등 3개의 소위원회도 구성했다. ‘안전시스템 소위원회

사회

더보기
최호정 의장, 환경·디지털·안전 담아 새단장한 청량중학교 방문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최호정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은 21일(월) 환경‧디지털‧안전 등을 고려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새단장한 청량중학교(동대문구 왕산로 301)를 방문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40년 이상 경과한 학교 건물을 개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노후학교시설 개선사업이다. 단순히 노후건물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환경을 생각하고 ▴교육의 디지털 전환과 교실혁명이 가능한 스마트함을 담고 ▴미래학교 교육과정 실현과 교육공동체의 요구를 담은 공간개선 ▴마을과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학습생태계를 지향하는 복합화 ▴유해환경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까지 고려해 개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청량중학교는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첫 완공했다. 이날 최 의장은 준공식에 참석하고 학교시설을 탐방했다. 준공식에는 정근식 교육감,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이병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동대문구 제1선거구), 이태인 동대문구의장 등이 참석했다. 최 의장은 “단순히 노후 건물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디지털, 마을공동체에 열린 공간, 안전 등의 철학이 담긴 서울의 미래 교육의 장을 볼 수 있어서 반갑고 뿌듯하다”라며, “공간이 생각을

문화

더보기
제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융복합 실감뮤지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제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을 만나기 힘든 제주에서 ‘제주 이야기 창작 뮤지컬’ 2편과 ‘어부와 바다 이야기’ 연극 1편이 한 극장에서 연이어 상설공연을 시작한다. 화이브행크가 2022년과 2023년 제주 지역특화콘텐츠지원작에 선정됐던 미디어아트 융복합 실감뮤지컬을 2년 동안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통해 드디어 7월 25일 ‘제주이야기 힐링극장’(옛 제주관광대 컨벤션홀) 무대에 올린다. 첫 번째 작품 ‘뮤지컬 - 그림책 속 제주 이야기’는 우도를 배경으로 해녀 전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3총사의 이야기를 담은 ‘애기해녀학교’, 제주 돌담이 되어버린 흑룡의 전설을 담은 ‘흑룡만리’, 함덕에서 유년을 보낸 엄마가 들려주는 바다놀이 이야기 ‘청청 거러지라 둠비둠비 거러지라’ 등 그림책에서 뽑아낸 총 3편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했다. 재미, 감동과 함께 제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2022년에 창작, 초연한 이 작품은 제주와 서울 공연에서 인터파크티켓 관객 평점 10점과 어린이/가족부문 전국 4위, 예스24 전국 가족뮤지컬 랭킹 5위까지 오른 작품이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2시에 만날 수 있다. 두 번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