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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리움이 선택한 AI시대 미술관 풍경 필립 파레노의 ‘VOICE’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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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파레노 국내 첫 개인전
국제적 영향력 높은 작가
배두나 목소리 입힌 AI작품 등 40점
7월 7일까지, 리움 전관서 대표작 전시

AI 시대다. 올해로 개관 20년을 맞은 리움미술관이 올해 첫 전시로 AI 두뇌를 설치한 작품을 선보였다. 현대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작가 필립 파레노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독일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Haus der Kunst)와의 협력으로 이뤄진 이 전시는 ‘보이스(VOICE)’전. 


‘미래에서 온 듯한 전시’, ‘압도적인 레트로한 전시’ 등 다채로운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전시는 필립 파레노의 1990년대 작업부터 야외 대형 설치 신작까지 주요 작품을 M2, M3, 데크, 로비에서 대규모로 펼쳐냈다. 


리움미술관이 6개 공간 전부를 내어준 최초의 전시로, 데이터 연동, DMX,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시노그래피를 보여준다. 그리고 예술과 관객의 상호 작용과 전시 관람 방식과 태도 등에 대해 묻는다. 


파레노는 굴지의 갤러리 에스더쉬퍼와 글래드스톤 전속 작가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알제리 출신 작가이다. 시간과 기억, 인식과 경험, 관객과 예술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데이터 연동과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예술작품과 전시 경험을 재정의하는 유기적인 방식을 탐구한다.  

 

 

전시장으로 향하면 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높이 13.6m의 타워 ‘막(膜)’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2024년 신작인 이 작품에는 탑에 부탁된 4개의 센서가 기온과 습도, 풍량, 소음, 대기 오염도, 진동 등의 데이터를 미술관 내부로 보내면, 이 데이터들이 사운드로 변환되기도 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자극해 전시를 활성화한다. 


데이터들은 컴퓨터 프로세스에 들어가 계속 변화하고 다른 요소와 만나며, 전시장에 있는 작품들을 활성화시킨다. 실제와 가상의 목소리가 전시 공간 전체를 맴도는 것이다. 순간 리움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자동기계로 변신하게 된다.

 

전시명 ‘보이스’는 하나의 목소리가 아닌 ‘다수의 목소리’를 뜻한다. 이는 작가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요소이며 작품과 전시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목소리들은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발화하는 주체로 변신한다.
김성원 리움 부관장은 “타워의 목소리는 배우 배두나씨를 초청해서 실제 목소리를 녹음하고, 인공지능이 배두나씨 목소리를 변형시켰다. 그 목소리는 ‘델타 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서 “작품은 전시 전에는 죽어있는 유기체 같지만, 전시가 시작되면 외부요소에 자극을 받고 공간 자체가 생명령을 가진 유기체처럼 변화한다”고 전시의 특징을 설명한다.

 

 

시간성에 주목한 색다른 전시

 

작가 필립 파레노는 작업 초기부터 오브제를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미술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미술이 주목하지 않았던 ‘시간성’에 주목해왔다. 


그는 다른 작가들처럼 완성된 조각이나 그림을 만드는 작가가 아니다. 작가와 관람객, 외부 환경이 서로 상호교류하면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면서 전시는 완성된다. 


작가는 “미술관이라는 곳은 닫힌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세계를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곳이다. 비싼 작품을 전시해야 하기 때문에 빛에 필터링을 걸어 들이거나 온습도를 조절하기도 한다”면서 “공간에 틈을 내고 싶었다. 바깥에 있는 타워를 떠올리면서 ‘내가 사용한 센서를 통합시키면 어떤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캐릭터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예민하게 느끼는 캐릭터이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또 “‘타워’는 ‘캐릭터가 살아가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는 대기의 변화, 지각의 변동 등 모든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고, 49개 센서가 데이터와 신호를 전송해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들은 데크의 대형 신작 ‘막(膜)’을 시작으로, 그라운드갤러리와 블랙박스, M2 B1, 1층, 로비에서 ‘차양’ 연작, ‘내 방은 또 다른 어항’, ‘마릴린’, ‘세상 밖 어디든’ 등을 포함한 조각, 설치, 영상 등 총 40여 점에 이른다. 그중 야외 데크에 설치된 ‘막’은 타워처럼 보이지만 색다른 인지력을 가진 인공두뇌로 새롭게 탄생한 목소리인 ‘델타 에이(∂A)’와 상호작용하며 전시의 모든 요소를 조율한다.


M2 1층은 여러 협업자들과 제작한 1990년대~2000년대 초기작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프랑스 그래픽 디자인 듀오 M/M(Paris), 네덜란드 패션사진 듀오 이네즈 앤 비누드, 동료 작가 피에르 위그 등과 제작했던 10여 점의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작가의 유년기를 배경으로 한 희망과 디스토피아에 대한 사진과 영상 ‘엔딩 크레딧’과 이름도 역할도 없는 일본 망가 캐릭터 ‘안리’에 목소리를 부여해준 영상 작품 ‘세상 밖 어디든’은 대상이 여러 형태의 목소리로 가시화 되어 존립의 (불)가능성과 예술의 저작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파고든다.


나아가 조명 및 가구 설치 작품 ‘루미나리에(피에르 위그, 필립 파레노, M/M)’과 그래픽 포스터 ‘안리: 유령이 아닌, 그저 껍데기(피에르 위그와 필립 파레노)’는 피에르 위그, M/M(Paris)와 다양한 매체의 협업 방식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 ‘내 방은 또 다른 어항’, ‘석양빛 만(灣)’, ‘가브리엘 타드’, ‘지저 인간: 미래 역사의 단편’과 ‘대낮의 올빼미’, ‘일광반사경’, ‘최초의 차양’, ‘마릴린’, ‘귀머거리의 집’, ‘C.H.Z.(지속적 생명체 거주 기능 영역)’ 등 작가가 상상한 메타 세계와 현실에 주목하게 한다.

 

“목소리에 집중해보세요”

 

필립 파레노는 전시명 ‘보이스’에 대해 “누구든지 어떤 사물에 집중하게 된다면 그것으로부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떠다니는 목소리가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는 것으로 전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사물이라는 것들이 환생을 해서 목소리를 갖게 되는 순간, 그것은 세계의 일부를 이루는 주체가 된다.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어 전시명을 ‘보이스(Voice)’로 짓게 됐다”고 소개했다.

 

또 “저라는 사람도 작품들처럼 어느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방황하는 사람인 것 같다. 요리를 제외하고 무엇을 하더라도 완결됐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작업 방식을 바꾸곤 한다. 제가 바꾸는 변화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예술이자,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7월 7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개최된다. 관람은 2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 및 현장 발권으로 가능하다.   
  
<사진 = 리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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